박물관에서는 4

마음을 거닐다, 나를 만나다
청소년을 위한 자기주도활동지 〈맘잔잔 박물관 거닐기〉

글 이은미(섭외교육과 학예연구관)

국립민속박물관은 청소년들이 민속문화를 통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중·고등학교 학급 및 청소년 단체를 대상으로 한 ‘진로체험교육’과 ‘융복합문화교육’, 방학 중에는 중도입국청소년과 함께하는 ‘박물관 틴즈’,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다.

청소년 마음 돌보는 〈맘잔잔 박물관 거닐기〉
청소년기는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시기이다. 입시와 진로, 관계의 고민 속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가야 하는 복합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박물관의 청소년 교육은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스스로 탐색하고 주도적으로 배우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소년들이 우리 민속문화를 과거의 이야기로만 여기지 않고, 현재의 삶과 연결된 문화로 재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을 설계한다.
올해 국립민속박물관은 청소년들의 박물관 경험을 확장하는 새로운 자기주도활동지를 개발했다. 〈맘잔잔 박물관 거닐기〉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돌보는 데 초점을 둔 활동지이다. 청소년들이 박물관을 거닐며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맘잔잔’이라는 이름에는 복잡한 마음이 잠시 잔잔해지는 시간을 선물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청소년기는 신체적·정서적으로 변화가 큰 시기이자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높게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2023년 기준 국내 청소년의 약 3분의 1이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고 응답했다. 박물관은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잠시 멈춰 숨 고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이번 활동은 ‘마음챙김mindfulness’과 ‘긍정심리학’, ‘사회적 지지’의 개념을 기반으로 기획되었다.

맘잔잔 박물관 거닐기 활동지

박물관에서 스스로에게 건네는 잔잔한 응원의 시간
“지금, 나의 마음은 어떤가요?” 〈맘잔잔 박물관 거닐기〉는 이 질문으로 시작된다. ‘맘잔잔’이라는 이름처럼, 잠시 멈춰 서서마음을 들여다보고, 전시 속에서 위로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활동지는 자신의 속도에 맞춰 전시실을 거닐며 감정을 느끼는 자기주도형 관람 프로그램이다. 전시실에서 청소년들은 전시와 자신을 연결하며 조용한 마음 여행을 떠난다. 상설전시관 1 ‘한국인의 오늘’에서는 한지, 달항아리, 영상 〈함께하는〉으로 현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챙김’을 경험한다. 상설전시관 2 ‘한국인의 일 년’에서는 겨리쟁기, 무자위와 떼배, 한옥의 사계절 영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상설전시관 3 ‘한국인의 일생’에서는 자녀생장기, 흑립과 비녀, 상여와 꼭두를 감상하며 관계 속에서 얻는 응원과 지지를 느껴본다. 각 전시물에는 시각·촉각·청각 등의 감각 아이콘이 함께 표시되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오감을 열어 전시를 느끼는 시간이 된다.
활동 중간에는 ‘쉼’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오촌댁 잔디마당, 추억의 거리, 놀이마당 등 박물관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참가자들은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잠시 숨을 고른다. 박물관을 단순한 학습의 장소가 아닌 마음을 돌보는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활동의 마지막에는 “오늘의 나는 박물관의 무엇과 닮았나요?”라는 질문이 기다린다. 청소년들은 전시 속 이야기를 자신과 연결하며, 자신에게 조용한 응원의 말을 건넨다. QR코드를 통해 생각을 온라인에 공유하며, 마음의 여운을 이어갈 수도 있다. 맘잔잔 활동지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 신청하거나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박물관은 이제 전시를 보는 곳을 넘어,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회복하는 공감의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맘잔잔 박물관 거닐기〉는 그 변화를 청소년의 언어로 풀어낸 첫걸음이자, 누구에게나 “오늘 하루, 잠시 마음을 거닐어 보세요.”라고 조용히 건네는 초대장이다.

<맘잔잔 박물관 거닐기> 활동지
다운로드 QR코드

민속소식 제312호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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