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팀
국립민속박물관은 2031년 세종시대 개막을 앞두고 ‘세계의 민속’을 주제로 한 세계 민속자료 수집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에는 소장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민속 자료 수집 사업을 추진했다.
이번에는 남미 지역 현지 조사에 협력하며 국립민속박물관의 든든한 동반자로 활약한 연구자 하파엘 자모라노 베제라Rafael Zamorano Bezerra를 만나, 그가 직접 전한 자료 수집 과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하파엘 자모라노 베제라.
브라질 국립역사예술유산연구소 산하
시치우 호베르투 브를리마르스
(Sitio Roberto Burle Marx, IPHAN)
세계문화유산 구역 기술부서장
Q. 국립민속박물관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박물관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A. 저는 2012년 ‘문화파트너십 이니셔티브CPI–큐레이터십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국립민속박물관과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큐레이터로서 약 6개월 동안 박물관에 머물며 전시 기획 과정을 함께했고, 상설전시와 연관된 한국 역사 서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박물관사와 한국 문화유산을 직접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국과 브라질은 모두 식민 지배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에, 한국에서의 연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외국 박물관 큐레이터와의 국제협력 증진을 위한 CPI 워크숍’에 초청되어 다시 서울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브라질 국립역사박물관 소장품 속 한국과 동양〉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고, 해당 내용은 워크숍 자료집에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수록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한국 문화유산의 역동성과 그 확장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때의 연구를 계기로, 브라질 국립역사박물관 소장품 중 아시아 기원의 유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이 주제로 박물관학 박사후 연구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Q. 국립민속박물관의 브라질 축제 유물 조사에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유물 수집이 진행되었는지요?
A.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 역할은 국립민속박물관의 큐레이터들과 브라질 현지 기관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이었습니다. 특히 브라질 국립도서관, 국립민속 및 대중문화센터 등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에서 카니발 관련 자료를 소장한 기관들과의 협업을 조율했습니다.리우데자네이루 출신의 브라질인으로서, 저는 삼바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음악가이자 문화유산 연구자, 그리고 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리우 카니발의 의미—특히 아프로브라질 커뮤니티와의 연관성 그리고 브라질 사회 내 인종차별에 맞서온 지속적인 투쟁—을 주제로 이론적이고 주제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브라질 수집 유물을 정리 중인 모습
Q. 지난여름, 국립민속박물관의 ‘국외 전문가 초청 사업’을 통해 다시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오랜만에 박물관을 찾은 소감이 어떠셨나요?
A. 이번 한국 방문은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박물관의 전반적인 수준에 깊은 인상을 받는데, 특히 보존 기술과 전시 디자인, 물리적 인프라의 수준이 매우 뛰어납니다.
그중에서도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기관입니다. 이곳은 민속을 단순히 대중문화의 일부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적 표현으로 해석하며, 그러한 철학이 풍부하고 다양한 소장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박물관의 컬렉션은 한국 역사를 구성해온 옛 왕국의 유물부터 일상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포괄하고 있습니다. 또한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컬렉션처럼 타국의 유물을 수장고와 전시에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개방적인 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문화를 중심에 두되, 동시에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노력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세계민속자료 수집과 활용 콜로키움 발표 모습
Q. 국립민속박물관은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의 민속 유물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박물관이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A. 오늘날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서로 더욱 긴밀히 연결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확산되는 혐오 표현hate speech으로 인해 점점 더 적대적인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세계 각국의 민속문화를 담은 유물을 수집하는 ‘세계로 열린 창The Window to the World’ 프로젝트는 민속학을 관용과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브라질을 비롯한 타국의 민속문화를 다룰 때에는 인종race, 이국성exoticism, 신비주의mysticism, 원시성primitivism, 동양Eastern, 서양Western 등과 같은 단순화된 본질주의적 범주의 사용을 지양해야 합니다. 이러한 범주는 식민주의적이고 축소적인 시각을 강화해, 타 문화를 편견 어린 시선으로 해석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와 다른 문화를 소개할 때 필요한 것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깊은 공감과 존중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가장 건설적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속소식 제312호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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