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5

놀이·감정·상상력으로 빚어온 10년의 전시디자인 이야기
『2016–2025 어린이박물관 전시이야기』 디자인 보고서 발간

글 유민지(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2025년 가을,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지난 10년간의 전시디자인 여정을 담은 『2016–2025 어린이박물관 전시이야기』를 발간했다.
이는 2015년에 출간된 『2008–2015 어린이박물관 전시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디자인 보고서로, 그간 축적해 온 경험과 실천을 구조화하고, 미래를 향한 질문을 새롭게 던지는 기록이기도 하다.

10년의 전시, 10년의 이야기
보고서에는 총 11건의 전시가 수록되었다. 8개의 상설전시, 2개의 옥외 전시, 1개의 찾아가는 박물관 전시까지. 전통 설화를 재해석한 창작 이야기부터 감정이나 환경 등 동시대의 주제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시도, 그리고 어린이의 참여와 상상력으로 완성된 전시 등 폭넓고 다채로운 주제와 형식을 아우른다. 각 전시는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이자, 의미 있는 실험이며, 어린이의 몸과 감각이 빚어낸 생생한 경험의 무대였다.

설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어린이’가 있었다
전시마다 주제와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그 설계의 중심에는 늘 ‘어린이’가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전시디자인은 어린이를 단순한 정보의 수용자나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이야기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 가는 주체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이야기 중심의 콘텐츠 구성, 감각 기반의 공간 설계, 어린이의 움직임과 정서에 주목한 전시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또한 전시의 기획 의도뿐 아니라, 실제 구현 과정에서의 공간 연출과 그래픽 디자인—일러스트, 컬러, 서체와 같은 요소—이 전반적인 전시 분위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도 함께 담았다.
아울러 각 전시에서 던졌던 수많은 질문과 아이디어를 다시 돌아보며, 단순한 시각적 연출을 넘어 어린이의 눈높이와 감정에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교육적 고민과 실천의 흔적을 되새기고자 했다.

‘체험 디자인’을 독립된 장으로 조명하다
이번 보고서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기존의 ‘공간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 ‘홍보물 디자인’에 더해 ‘체험 디자인’을 별도의 장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어린이 전시에서 ‘체험’은 단순한 놀이 활동을 넘어, 지식과 감정, 상상력을 연결하고 전시에 몰입을 이끄는 핵심 요소다. 손으로 만지고, 몸을 움직이며,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험은 어린이 각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이는 어린이박물관 전시디자인의 정체성과 방향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전시·체험·교육이 하나의 흐름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전시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어 왔다.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체험’을 하나의 설계 전략으로 구체화하고, 어린이박물관 전시에서 체험이 지닌 의미와 역할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어린이박물관 전시이야기 2016-2025

감각을 움직이고, 기억을 남기는 전시
어린이박물관 전시는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몸으로 체험하고, 감각으로 새기는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그러한 전시 사례들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총총! 별이 빛나는 밤》(2024)

“왜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빛공해’ 전시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환경 이슈를 어린이의 언어와 감각으로 풀어냈다. 어두운 전시장, 동물의 시선에서 바라본 밤의 세계, 불을 끄고 별을 켜는 체험은 어린이의 행동과 감정이 전시의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됐다.

《달토끼와 산토끼》(2023)

전통 설화와 옛 이야기를 재해석한 창작동화를 바탕으로, 언덕을 넘고 강을 건너는 등 어린이가 직접 몸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감각적인 전시 공간을 구현했다. 공간 그 자체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모험이 되도록 설계됐다.

《골골이와 인형친구들》(2020)

‘감정’을 주제로 한 이 전시는 어린이가 직접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인형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색과 조명을 활용한 감정의 전이, 리듬감 있는 공간 구성과 동선은 어린이들이 두려움, 기쁨, 용기와 같은 감정을 몸으로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이끌었다.

이처럼 어린이박물관의 전시디자인은 감각과 신체를 적극적으로 자극하고, 인지·정서·행동을 아우르는 통합적 배움의 흐름을 섬세하게 설계해왔다. 그리고 그 경험은 ‘전시 관람’을 넘어 어린이의 일상 속 태도와 감정, 질문으로 확장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길을 비추는 기록

『2016–2025 어린이박물관 전시이야기』는 지난 10년간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 걸어온 전시디자인의 철학과 실천의 흐름을 담아낸 여정의 기록이다. 단순히 전시 사례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질문과 실험, 성찰과 배움을 구조화한 결과물이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추진될 박물관의 공간 이전과 새로운 전시 기획·설계를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자, 동시대 어린이박물관이 지향하는 감각 중심 디자인 전략과 공감 기반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앞으로도 어린이와 함께 사유하고, 함께 완성해가는 전시디자인을 이어갈 것이다.
이번 기록이 과거의 발자취를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박물관의 새로운 이야기를 열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2016–2025 어린이박물관 전시이야기』
디자인 보고서 다운로드 QR코드

민속소식 제312호  (2025년 11월)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