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상범(전시운영과 학예원)
국립민속박물관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함께 K-museums 《봄, 여름, 가을, 겨울 – 흔들리는 계절》공동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1일(수)부터 2026년 8월 30일(일)까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의 사계절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 속에서 적응해가는 인간과 생존에 위협받고 있는 동· 식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온도가 1℃만 올라가도, 생태계는 위기에 빠진다
지구는 46억 년 동안 스스로 균형을 이루며 기후의 변화를 조율해왔다. 하지만 지금, 지구의 기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불과 150년 만에 지구 평균 기온은 1.1℃ 상승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6.3℃까지 오를 수도 있다. 지구 역사상 우리는 기후를 바꿔놓은 유일한 생명체가 되었고, 그 결과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종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는 전례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이번 K-museums 공동기획전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우리가 지구의 기후 주기 속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변화 속에서 다른 생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912년 이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0년마다 약 0.2℃씩 상승해왔으며, 현재는 과거보다 평균 약 1.6℃ 높아져 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1999년 최초 관측한 이래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며 최초 연평균 값에 비해 14.1% 높아졌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09년간 우리나라는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으며, 계절 시작 시기도 앞당겨지거나 늦어졌다.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2100년엔 여름이 170일로 늘고, 겨울은 39일 미만으로 가장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이 추세가 계속 된다면 100년도 안 되어서 겨울은 한 달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고, 우리 후손들은 겨울에 내리는 눈을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벌들이 깨어날 땐 먹을 게 없고, 꽃은 안정적으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렇게, 봄을 가른다는 춘분에
맹렬한 기후 위기를 마주한다.”
– 한국퍼머컬네트워크 공동대표활동가 배이슬
2025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봄, 여름, 가을, 겨울 – 흔들리는 계절》 공동기획전 전시장
기후 변화는 식물과 동물의 생활사 주기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 100년간 기후 관측 결과에 따르면, 벚나무는 평균 21일, 개나리는 23일, 매화는 최대 53일이나 개화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에 반해 곤충은 활동 시기가 그만큼 빨라지지 않았다. 빨라진 봄으로 개화 시기와 꽃가루 매개 곤충의 활동 시기가 어긋나게 되면 수분과 번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전 세계 꽃 피는 식물의 약 87%는 곤충 수분에 의존하며, 이중 꿀벌은 인류 식량 작물의 약 75~80%를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수분 매개자다.
우리나라 꿀벌은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벌통 안에서 무리를 지어 월동하며, 이 시기에는 저장한 꿀과 꽃가루를 소비한다. 하지만 최근 겨울 기온 상승으로 봄이 온 줄로 알고 밖으로 나오거나 여왕벌이 알을 낳는 경우도 나타나면서, 2023년 우리나라 꿀벌의 월동 폐사율은 60%를 넘었다. 이는 자연 폐사율(약 20%)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기후 변화가 꿀벌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꿀벌 생존의 위협은 우리 인류 식량 작물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 인간에게도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봄철 기온 상승으로 식물의 잎이 약 15일 빨리 돋아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곤충, 특히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비류의 유충 발생 시기를 앞당긴다. 그에 비해 조류의 산란 시기는 온도가 아닌 일조 시간(광주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곤충 유충의 출현 시기와 점점 어긋나고 있어 새끼 새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주요 먹이인 곤충 유충이 줄어든 상태가 되어 생존율이 낮아지고 있다. 조류 개체 수가 줄어들면 식물의 종자 확산이 감소하고 곡식 해충이 급증하는 등,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여름이 당신이 살아가며 겪을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입니다.”
– NASA 기후과학자 피터 칼머스
2025년 여름에 우리가 경험했듯이 제주도에선 72일이 넘게 열대야가 발생했고, 서울에서는 34일이 넘게 연속으로 열대야가 발생했다. 모두 이전의 기록을 경신한 역대 최장 기록이다. 매년 최고 기온이 경신되고, 열대야 발생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수온이 올라가, 해양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먹이사슬 전체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해양기후도 아열대화되고 있어, 우리나라 바다에서 아열대 어종이 급증해 현재까지 약 65종이 확인되고 있다.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어업 환경 전반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도심에서 매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것은 기후 온난화, 열대야, 도시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 UHI, 그리고 인공 조명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열섬 효과가 큰 지역의 매미는 ‘열 충격 단백질Heat Shock Proteins, HSPs’을 더 많이 발현해 고온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높은 온도에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적응한다. 이 때문에 더운 날이 길어질수록 매미의 울음 기간도 늘어난다.
또한 도시의 인공 불빛과 밤까지 이어지는 고온은, 원래 낮에만 울던 매미가 밤에도 울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기후 온난화로 봄철 기온이 높아지면서 매미의 부화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2024년 서울에서는 매미의 첫 울음(초성일)이 과거보다 18일이나 앞당겨졌으며, 전국적으로도 평년보다 빠른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심에서 매미 울음소리를 더 길고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뜻해진 가을은 단풍 시기를 늦추고, 생태계와
관광 산업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다.”
– NASA 기후리포트 중에서
과거 추석은 ‘중추절仲秋節’, 가을 한가운데의 절기로 곡식과 과일이 익는 선선한 계절에 수확과 자연에 감사하는 명절이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100년 뒤에는 추석이 가을이 아닌 여름 한가운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3년 추석엔 서울 31.2도, 남부는 33도까지 오르며 열대야까지 발생했고, 2024년엔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로 이후에도 서울에 9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이제 추석에 긴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보다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차례상에도 전통적인 사과 대신 감귤, 국산 바나나, 키위 등이 오르기 시작했다. 기후 변화로 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 기존 작물인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단감 등의 재배 적합지는 점차 북상하다가 대체로 21세기 후반부터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여름 배추는 2090년대에는 남한 전역에서 재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망고·아보카도·용과 같은 열대 작물의 재배 지역이 점차 북상하여 한반도에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가을철 기온이 오르면서 나비들이 사라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가을철 기온 상승은 나비 번데기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체중을 감소시키며, 겨울 동안 사용할 에너지를 부족하게 만들어 생존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나비 개체 수가 연평균 약 1.6%씩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모나크 나비는 지난 40년 동안 99%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었다. 나비는 꽃가루를 옮기는 중요한 수분 매개자로 식물의 번식과 생물 다양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나비의 감소는 식물 번식률을 낮추고, 결국 먹이사슬 전반의 균형을 흔드는 연쇄적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여름에 우리를 괴롭혔던 모기가 정작 여름에 나타나지 않고 봄과 가을에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모기의 적정 활동 온도는 25~27℃로, 기온이 30℃ 이상 올라가면 활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가 증가하면 모기의 활동이 줄어든다. 오히려 가을철이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입이 삐뚤어진다던 옛말은 이제는 현실과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기온 상승은 모기의 분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는 겨울을 나지 못하지만, 1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지역에서는 생존이 가능하다. 이 모기의 북방한계선은 현재 제주도 남부에 머물고 있으나, 기후 온난화가 계속되면 점차 북상하여 국내에서 뎅기열이 토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때 겨울을 상징하던 얼음은 이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의 상징이다.”
– 환경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

얼음이 언 마포나루

얼음 견지 낚시

한강 채빙
한때 겨울의 한강은 온전히 사람들의 삶터였다.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 얼음을 얻고, 얼어붙은 강 위에서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낚시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 풍경은 거의 사라졌다. 1900년대까지만 해도 평균 80일 이상 얼어붙었던 한강은, 기후 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결빙 기간이 2000년대 들어 14.5일로 급감했다.
해발 1,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사는 일부 식물들은 약 260만 년 전 플라이스토세 빙하기에 한반도까지 내려왔다가, 간빙기의 따뜻한 기후 속에서 산 정상에 고립되어 살아남았다. 이처럼 빙하기의 흔적을 간직한 식물들은 지리산, 한라산 등 높은 산의 정상에서만 볼 수 있다. 그러나 기후온난화로 저지대 식물들이 점점 위로 확산되면서, 이들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고산 서식지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산식물들은 이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더욱이 고산 생태계는 식생 회복 속도가 느려, 생태적 공백이 생기는 사이 토양 침식과 산사태 위험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한국 고유 고산식물인 구상나무Abies koreana는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로도 알려진 이 나무는 1900년대 이후 약 100년 동안 서식 면적의 48.1%가 감소했으며, 특히 2006년 이후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멸종위기종 무산쇠족제비는 겨울이면 하얀 털로 갈아입어 눈 위에서 몸을 숨긴다. 하지만 눈이 없는 겨울, 흰 털은 위장이 아닌 표적이 되어 포식자에게 더 쉽게 노출된다. 실제로 눈 덮인 겨울이 짧아질수록 흰색으로 털갈이하는 동물들의 개체 수가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곰과 박쥐처럼 동면하는 동물들은 추운 겨울을 대사 활동을 줄이며 견디지만, 기후 변화로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서 동면 시기와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고 있다. 실제로 동면을 하지 않거나 예상보다 빨리 깨어나는 개체들이 관찰되고 있으며, 먹이를 찾아 인간과 접촉하는 일이 늘어나 감염병 확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라는 용어보단 기후 적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이에 맞춰 정부나 지자체에서 ‘기후 적응’ 프로젝트가 주요 환경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기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변화되고 있는 기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관람객들과 대중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중·장년들보다는 어린이들, 청년들이 현재의 기후 변화를 더 체감하고 있었고, 이것이 위기라는 경각심을 더 느끼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전시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민속소식 제312호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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