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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4

‘어쩌다 사장’ 부럽지가 않어, 나는 어쩌다 카페 사장

최근 연예인들이 지역의 소도시로 가서 슈퍼 사장님과 식당 사장님이 되어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어쩌다 사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처음 경험해보는 업무와 마을 주민들과의 낯설고도 친숙한 케미스트리는 시청자들을 매료시켰고, 프로그램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사례를 사람들은 원했던 걸까? 실제로 제주도에서 카페 운영을 며칠간 체험해볼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카페 운영이 처음인 사장님들과 관광객들의 특별한 경험은 금세 입소문이 났고,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신혼부부가 해외 여행지 대신 특별한 경험을 위해 낙점하는 장소라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경험을 소비하기
이렇듯 우리는 소비를 통해 재화를 획득하던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경험을 소비하고 있다. 카페에 가서 인증샷을 남겼다면, 이제는 카페 사장님이 되어 그곳의 경험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런 경향에 주목하여 올 상반기 청소년들에게 24절기와 명절이란 주제에 현대적 관점을 접목시킨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매주 수요일 운영하는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교과서 속 민속 이야기’ 교육프로그램에 청소년들이 카페 사장이 되어보는 경험을 도입했다.

철따라 철나기
‘철들었다’, ‘철이 났다’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철이란 계절의 추이를 뜻하는 것으로 ‘철이 났다’는 표현은 성인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철을 따라 철이 난다. 계절의 변화는 언제 느낄까? 계절마다 피는 꽃과 색깔을 달리하는 나뭇잎의 변화로도 체감할 수 있고,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기상예보일 것이다. 기상예보에서 한 달에 두 번씩 빠지지 않고 내보내는 기사가 있다. 바로 24절기 관련 기사이다. 뉴스에서 무심코 흘려들었던 절기는 우리 일상과 맞닿아있고 계절을 알 수 있는 중요성에도 24절기와 명절은 낯설다. 그래서 민속박물관의 상설전시실 주제 중 하나인 ‘한국인의 일상’에 해당하는 ‘24절기와 명절’을 카페의 시즌 메뉴 개발 활동과 접목 시켜보기로 했다. 민속박물관의 콘텐츠와 일상에서의 경험을 융합해보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시장의 인기 먹거리인 꽈배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꽈페’나 할매니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흑임자 프라푸치노의 열풍 등 전통을 재해석한 재미있는 카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밌는 현상도 민속의 일부! 이것을 활용하여 청소년들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의 카페 크루가 되어 24절기와 명절의 절식을 소재로 재미있는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전통’에 ‘발상’을 더한 카페메뉴 개발에 진심인 편
‘어쩌다 카페 사장’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국립민속박물관의 카페 크루가 되어 24절기를 반영한 시즌 메뉴를 개발해보는 수업이다. 수업을 개발 할 즈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강했던 시점으로, 비대면 교육으로 수업을 개발해야 했다. 그래서 대면교육에 비해 참여도와 집중도를 올리기 위해 수업을 구성했다. ‘캐치마인드’1)라는 모바일게임의 형식을 빌려 비대면교육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화이트보드 기능을 활용,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면 교육참가자들이 절기음식이나 명절음식을 맞춰보는 활동을 추가했다. 교육참가자들은 퀴즈에 적극 참여하여 시간이 제법 소요되는 24절기 설명에도 집중력을 발휘한다. 특히, 보리수단에 대한 설명은 교육참가자들이 메뉴 개발에 많이 활용하는 소재다. 여름에 먹는 ‘보리수단’이라는 절식은 요즘 우리가 즐겨 먹는 버블티 같은 것이다. 보리를 통통하게 불려서 오미자차에 띄워 먹는 음료인데, 맛도 물론 식감도 재미있는 음식이라고 교육참가자들에게 여름의 절기를 알려줄 때 소개한다. 이것이 인상적이었던지 버블티는 교육참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개발 메뉴다. 교육참가자들은 캐치마인드로 24절기와 명절의 특징과 절식에 대해 배운 후 본격적으로 메뉴 개발을 한다. 박물관에서 제작한 질문지와 레시피 도안지로 구성된 활동지를 활용한다. 단계별 질문을 따라가면 쉽게 메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질문지가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황금비율을 만들 수 있도록 간단한 스케치가 그려진 도안종이를 색연필이나 사인펜으로 색칠하고 꾸민다. 교육참가자들은 도안종이에 없는 재료들을 신문이나 다른 잡지에서 찾아 잘라 붙여 레시피를 풍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탄생한 카페 크루들의 메뉴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여름철 가장 맛있는 과일들을 모두 섞어 만든 토복자밀크티토마토, 복숭아, 자두 밀크티, 교육참가자들은 여름엔 민초라며 민트초코를 활용한 떡을 디저트로 개발했다. 앞서 개발된 음료와 디저트는 달달 했다면, 여기서부터는 호불호가 나뉘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갖가지 몸에 좋은 재료를 넣은 건강한 맛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참가자들은 여름철 원기회복을 위한 음료에 진심이었다. 제철 바지락과 장어를 넣은 주스와 도라지 주스, 민들레 뿌리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재치 있게 이름을 지어 소개한 고구마와 귤을 넣은 고귤마라테, 절기 중 가장 춥다는 대한에 먹는 대한민국 세트 메뉴 등 재밌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활동이 끝나고 교육참가자들이 개발한 메뉴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에듀스타그램@tnfmk_edu에 업로드하여 교육결과물을 공유하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교육을 통해 진주, 나주, 세종 등 다양한 도시의 교육참가자들과 함께 카페 크루가 되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도되었던 비대면교육도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다. 그동안 비대면 교육을 하면서 교육참가자들과 거리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대면 교육할 때보다 가까워진 느낌이다. 아마도 비대면교육에 대한 우려와 달리 기존 대면교육에서는 부끄러워 선뜻 이야기하지 못했던 교육참가자들도 채팅으로 교육에 참여하고, 화면으로 더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동안 시행 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박물관에서도 대면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교육참가자들과 함께 마주하며 더 신나게 철을 알고 철이 나길 바라본다.

1) 주어지는 단어를 그림판에 그림으로 그려 설명하고 맞추는 ‘그림퀴즈 게임’이다.


글 | 임한슬_섭외교육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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