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2

한국 전통 반닫이와 서양식 책상의 절묘한 만남!
《PAN-DA-JI : 외국인을 사로잡은 모던타입 반닫이》

글 최미옥(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반닫이’는 단어 그대로 앞면을 반으로 나누어 한쪽 면만을 여닫도록 만든 다용도의 수납 가구이다. 한국의 전통 목가구로서 아름다운 멋을 지닌 반닫이에, 만약 서양식 책상과 서랍장의 기능을 결합하면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될까?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이하 ‘파주관’)에서는 수장고 속 팝업전시에서 영국의 아일린Eileen Reeve Currier, 1926~2024 가족이 기증한 책상형 반닫이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를 관람하면서 한국과 서양식 가구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그 매력을 느껴보기 바란다.

한국 반닫이 외형과
서양식 책상 기능을 융합한 목가구

전시된 책상형 반닫이는 192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 서울의 테일러상회 골동품 상점에서 판매한 목가구로, 당시 외국인들은 반닫이를 발음대로 “PAN-DA-JI” 혹은 기능적인 관점에서 “Cash Box돈궤”라고 불렀다.
겉모습은 수많은 나비 장석으로 장식된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반닫이지만, 상판을 내리면 책상이 되고 하단부를 열면 3단 서랍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서양식 가구의 실용적인 기능 또한 담겨 있다. 이러한 형태의 책상형 반닫이는 당시 외국인, 특히 미국인과 유럽인에게 “모던타입Modern-Type”이라는 별칭으로 유명세를 타며 기능적인 가구이자 매력적인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됐다.

책상형 반닫이

국내에 희귀한 책상형 반닫이, 그 내력과 가치

미국 스탠더드 오일사 한국 지부의 아서 고먼Arthur Gorman, 1889~1929과 부인 캐슬린 고먼Kathleen Gorman, 1894~1992은 1921년 일본에서 결혼 후 한국에 정착했고, 아일린Eileen Reeve Currier, 1926~2024은 고먼 부부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당시 아서 고먼은 재한 외국인 사회의 저명인사로 활동하면서 서울에서 골동품 상점Curio Shop을 운영한 테일러 가족과도 교류했다. 이때 아일린 가족은 테일러상회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반닫이를 서양의 라이팅 뷰로Writing Bureau(서랍장 형식의 서양식 가구)처럼 제작한 책상형 반닫이를 구입했다. 아일린 가족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캐나다로 이주했고, 이때 책상형 반닫이도 함께 한국을 떠났다. 1992년 캐슬린 고먼이 사망하자 당시 영국에 거주하고 있던 아일린은 이를 물려받았다. 이후 2023년 국립민속박물관은 영국 현지 조사를 통해 아일린과 인연을 맺게 됐고, 2024년 그녀의 사망 후 셋째 딸인 자넷 커리어Janet Currier, 1963~가 책상형 반닫이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다시 한국에 돌아온 책상형 반닫이는 현재 국내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테일러상회 판매 목가구라는 점에서 매우 희귀하며, 소장자 및 사용 내력 등이 명확하다는 측면에서 박물관 자료로 소장 가치가 높다.

원산 해변에서 고먼 부부와 메리 테일러(1921년) 사진으로,
왼쪽 2명이 고먼 부부이다.

캐슬린 고먼과 한국 생활 당시 이화여자전문학교 제자 김혜란의 만남(1980년대) 사진으로, 뒷배경에 책상형 반닫이가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 영국 현지 조사 당시 요양원에 머물고 있던 아일린의 인터뷰(2023년) 사진으로, 곁에 놓인 책상형 반닫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민속 주제 확장과 파주관 수장고 속 팝업전시
파주관은 수장고 속 팝업전시로 2024년 조선과 서양 양식의 천문도를 함께 담은 보물 〈신·구법천문도〉에 이어, 올해는 한국과 서양의 기능 및 미감의 융합이 돋보이는 〈책상형 반닫이〉를 선정했다. 서양문화와 한국문화의 만남을 주제로 선정한 것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이 지향하는 세계민속으로의 주제 확장과도 연관성이 있다.
또한 파주관 전시 관람객은 팝업전시와 연계된 여러 소장자료도 볼 수 있다. 16수장고에서는 다양한 한국의 전통 반닫이를, 민속아카이브센터 《기증자의 서가》에서는 아일린이 기증한 근대 한국 생활 자료의 일부를 관람할 수 있다.

《PAN-DA-JI: 외국인을 사로잡은 모던타입 반닫이》 전시장

수장고 속 팝업전시 개요
ㅇ 전시명: 《PAN-DA-JI : 외국인을 사로잡은 모던타입 반닫이》
ㅇ 전시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2층 11열린수장고 옆 전시공간
ㅇ 전시 기간: 2025. 5. 27.(화)~11. 16.(일)
※ 관람 시간: 10:00~18:00(매주 월요일 휴관)
ㅇ 전시 내용: 책상형 반닫이 특징, 아일린 가족 기증자료 안내, 테일러상회 소개 등
ㅇ 전시 자료: 책상형 반닫이, 테일러상회 홍보용 소책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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