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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 부산민속조사

닮은 듯 다른 부산의 두 개 섬 이야기 영도와 가덕도

국립민속박물관은 2006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매년 일개도 또는 광역시와 MOU를 체결하여 그 지역의 민속문화 조사와 더불어 보고서 출간, 전시, 교육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 사업의 시작으로 부산 영도지역을 선정하여 민속조사를 하였고, 2020년에는 2년 차 사업으로 부산 가덕도 지역의 조사를 1월 말부터 시작했다.
‘동북아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을 언급하는 데 있어 바다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부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바다와 연관되어 있다. 해운대를 비롯하여 광안대교, 갈매기, 해수욕장 등 부산을 연상시키는 대표적인 이미지 모두 바다와 인접해 있는 대상들이다. 게다가 부산은 총 40개의 섬이 분포하고 있다. 그중 사람이 거주하는 섬은 4개영도, 가덕도, 조도, 오륙도 등대섬이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영도影島와 가덕도加德島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를 맞이하여 닮은 듯 다른 부산의 두 개 섬인 영도와 가덕도를 2019년부터 2년간 민속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두 섬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우리 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속조사 사업의 방향과 현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가덕도(부산에서 가장 큰 섬), 영도(부산에서 두 번째로 큰 섬)


영도는 부산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고, 214m의 다리로 연륙連陸된 부산의 한 구이며, 바다를 통해 부산항에 들어올 때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영도는 삼국시대 이래 ‘절영도絶影島’로 불렸고, 일본인 이주어촌이 생기기 전까지 동래부에 속한 작은 섬에 불과했다. 후백제 견훤의 절영마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전근대 시기 영도는 말을 키우는 국마장國馬場, 국가 제사를 지내던 곳, 명승 태종대 등의 이미지가 강했다.


영도가 우리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조선이 아니라 일본에 의해서였다. 임진왜란 이후 끊겼던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회복하며 절영도에 임시 왜관이 설치되었고(1606), 근대 이후 일본의 조선 진출과 식민지화 과정에서 영도의 일본인 이주어촌은 1910년대에 이미 전국에서 제일 큰 규모였다. 1930년대 영도다리와 전차가 개통되고, 여러 번의 매축埋築을 통해 영도는 어업 이외에 각종 제조업과 공업, 음식업, 유흥업 등이 망라된 산업도시가 되었다. 해방과 한국전쟁 및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영도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되었다. 해방 전후 일본에 체류하던 한국인이 ‘귀환동포’라는 이름으로 돌아왔고, 한국전쟁 때에는 남한 전역뿐만 아니라 이북에서도 피란민이 몰려들었다.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주로 인근 경상도를 위주로 하여 전국 각지에서 이농離農과 이향離鄕을 통해 직업을 찾아 이주하였다. 이들은 이주 후에도 밀집된 도시에서 나름대로 언어적·지역적 특색을 유지하며 도시민속의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영도는 남해와 동해의 해류가 나뉘는 기점이자, 부산항의 천연 방파제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도는 해류가 교차하는 지점이라 어장이 풍부하여 어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천연 방파제로서 끊임없이 부산항을 드나드는 선박을 정박하고 정비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었다. 이로 인해, 대평동은 한때 연근해어업과 원양어업의 전초기지가 되었고, 선박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수리조선업이 발달하였다.


영도에서는 흔히 “서울 세운상가에서 탱크를 만들 줄 안다면, 영도 대평동에서는 어떤 배도 만들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도의 수리조선업은 명성이 드높았다.

수리조선업이 발달한 대평동은 1990년대 이후 점차 경기가 침체되어 낡고 노후화된 도시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2015년 부산시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깡깡이예술마을’이 선정되면서, 대평동은 현재 다시 한번 도약과 변화를 꿈꾸고 있다.
영도 민속조사 사업은 이렇듯 부산의 지역적·시대적·문화적 특성이 중첩된 대평동을 중심으로 영도의 민속문화를 발굴하고 정리하기 위해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약 125일간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 올해 6월에는 대평동 민속지 2권, 이주와 정착사(『영도에 오다』), 삶과 생활(『영도에 살다』)이라는 주제로 구술생애사 2권, 어로활동과 생업기술을 중점적으로 다룬 해양민속지 1권 등 총 5권의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영도 민속조사 보고서 외에도 5권의 주제별 조사 보고서도 2020년 상반기에 발간될 예정이다. 주제별 조사 보고서는 『부산의 길과 생활』, 『국제시장』, 『좌천동 가구거리와 자개골목』, 『낙동강 하구 재첩 이야기』, 『아미동 이야기: 포개진 삶, 겹쳐진 공간』이라는 주제를 부산지역 연구자가 각각 조사하고 집필한 결과물이다.

가덕도에서 바라 본 거가대교
외양포 포좌

가덕도는 부산에서 가장 큰 섬으로 거제와 부산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가덕도는 통일신라 시대 때 당나라와 무역을 하는 데 있어서 주요한 항구 중의 하나였으며, 1544년중종 39에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가덕진과 천성진을 축성한 군사 요충지이기도 하였다. 1908년 웅천군 천가면으로 합면되었고 1914년에 창원군 천가면에 성북, 동선, 눌차, 천성, 대항 5개리로 행정구역이 개편되었다. 1989년에는 부산광역시로 편입되었고, 2015년에는 천가동에서 가덕도동으로 행정동 명칭이 변경되었다.


가덕도의 오랜 역사만큼 자연마을 형성 시기도 오래되었으며, 10대를 넘게 정착한 토착민도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지금도 대개 동제洞祭 등 마을 행사나 어촌계 등 생업 범위가 마을 단위로 형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층위의 민속문화가 여전히 활발히 전승되고 있는 지역이다.

가덕도 양식장(2000)

가덕도는 천가산의 연대봉煙臺峯, 459.4m, 국수봉269m을 중심으로 산지가 발달하여 해안가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가덕도는 크게 네 개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항지역’1), ‘천성지역’2), ‘성북지역’3), ‘눌차지역’4)은 저마다 마을 정체성이 뚜렷하고 특징 있는 민속문화가 전승되어 주제별 민속종합조사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대항지역은 가덕도 어장의 중심인 대항마을과 일본의 잔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외양포 등의 자연마을이 있다. 대항마을은 전통어로 방법인 숭어들이육소장망六艘張網로 유명한 곳이고, 현재도 어촌계가 가장 활성화된 마을이다. 외양포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막사, 우물, 화장실, 포진지 등이 곳곳에 있고, 주민들은 그 막사를 개조하여 사는 아픈 역사가 담긴 곳이다. 그밖에 천성진성과 포구가 있는 천성지역과 굴 양식이 활발한 눌차지역, 가덕도 행정의 중심지이면서 밭농사 지역인 성북지역은 각기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

대항동 당집(2000, 2020)

조용한 농어촌 마을이었던 가덕도는 1990년대 시작된 부산 신항만 건설을 시작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장항마을과 율리마을은 신항만 건설 계획에 포함되어 동선과 두문마을이 이주단지를 조성하여 이전 마을의 흔적이 사라지게 되었다. 율리마을에 있던 두 그루의 할미·할배나무팽나무는 해운대 APEC 공원으로 옮겨 보호수를 지정되었다. 2010년 거가대교 완공은 섬이었던 가덕도를 육지와 연결하는 중요한 사건인 동시에 어류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쳐 주민들의 삶과 생업이 바뀌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따라서 가덕도 민속 종합조사는 기본적으로 마을별로 전승되고 있는 민속문화를 주제별로 구분하여 심층적으로 조사하되, 가덕도의 변화양상 역시 꼼꼼히 기록할 예정이다. 가덕도 민속 종합조사는 영도 민속조사와 마찬가지로 마을 민속지, 해양민속지, 구술생애사로 구분하여 조사하고 2021년에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다만, 영도 민속조사와 차이점이 있다면 관내 직원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지역 주제별 전공 연구자와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연구를 심화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영도·가덕도 민속 종합조사를 끝으로 ‘지역민속문화의 해’라는 사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지역 민속조사를 위해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다. 비록, 영도와 가덕도 조사는 사업의 마지막 조사이지만 새로운 도약을 위한 다양한 연구방법을 모색하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1) 대항지역 대항마을, 새바지, 외양포
2) 천성지역 서중, 남중, 두문, 장항
3) 성북지역 동선, 성북, 선창, 율리
4) 눌차지역 항월, 외눌, 내눌, 정거


글_김승유 |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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