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팀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한국인의 밥상은 서양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과도 확연히 다르다. 음식과 식사 도구도 다르고, 식사 예절도 다르다.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놓고, 서양인이 보기에 매우 불편해 보이는 양반다리 자세로 둘러 앉아서 다 같이 찌개를 떠먹으며, 술잔을 돌려야 제맛이라는 한국인. 한국인은 언제부터 이런 방식으로 식사했을까?
‘식사로서의 음식은 일상이지만, 문화와 역사로서의 음식은 인문학이다’라는 생각으로 ‘비판적 음식학’을 제시한 주영하 교수가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에서 모두가 궁금해할 한국인의 ‘식사 방식’을 살피며 그 기원을 추적했다.
주영하 교수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에 관한 13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책을 구성했다. 한식당에 방문했을 때 ‘어떻게 식탁 예절을 이해할 것인지’를 제시하며, 식사하는 방식 자체가 곧 문화라는 인문학적 접근으로 독자를 이끈다.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유기그릇과 수저
한국만의 각별한 식사 예절
이 책은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앉는 행위부터 디저트를 먹기까지 한국인의
식사 과정을 13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핀다. ‘왜 신발을 벗고 방에서 식사를 할까?’,
‘왜 밥을 스테인레스 스틸 그릇에 담을까?’, ‘왜 한 상 가득 차려놓고 먹을까?’,
‘왜 술잔을 돌릴까?’ 등의 주제가 대표적이다.
한국인에게는 아무렇지 않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낯설고 이상하게만 보이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 외국인 친구와 한식 음식점에 함께 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받았을 법한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 13가지 질문은 한국인이라면 모두익숙한 상황이지만 그 질문에 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산 옥계리 밥상
사료 속에 담긴 한국인의 식사 방식 탐구
한국 음식의 기원에 비해 식사 방식의 기원을 다룬 책은 드물다. 기원과 변화의 과정을 추적할 관련된 문헌 자료가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식사 방식이라는 게 지역별·국가별 특수성만으로 볼 수 없기에 보편성 속에서 특수성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여러 지역의 자료를 비교하며 살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주영하 교수는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의 실기, 문집 등의 한 귀퉁이에 있는 작은 단서들을 잇대고, 중국과 일본, 유럽 여러 나라의 사료를 비교하고, 근현대 신문과 잡지에 실린 사회경제적 변화와 일상의 면면을 살폈다. 이뿐 아니라 상차림이나 좌석 배치, 식기와 식탁 등을 보여주는 그림이나 사진까지 활용해 한국인의 식사 방식을 탐구했다.
제1장 ‘왜 신발을 벗고 방에서 식사를 할까?’를 예를 들어 어떻게 답을 찾아가는지를 살펴보자. 주영하 교수는 유럽, 중국과 달리 조선에 식사 공간인 다이닝룸이 없었던 이유를 ‘꺾음집’ 형태와 온돌에서 찾았다. 각 방과 마루가 연결되어 있고, 신발을 벗고 실내에서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자리에 고정된 무거운 식탁과 의자 없이도 따뜻한 방 안에서 밥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한국인의 오래된 좌식 생활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주영하 교수는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살림집 구조와 유럽 근대화 시기의 시민 주택 보급, 중국 명나라 지배층의 살림집 구조와 생활 방식, 고려 시대 살림집의 꺾음집 구조, 조선 시대 ‘계회도’에 그려진 식사 모습, 실학자 이익1681~1763의 문담집인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드러난 통구들 온돌의 확산, 조선 숙종1661~1720 때 학자 윤증1629~1714이 지은 꺾음부와 온돌이 갖춰진 ‘논산 명재 고택’의 안채까지 살펴보며 그 근거를 쫓는다.
나아가 오늘날의 변화도 놓치지 않고, 근대화와 도시화에 따라 점차 입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국인의 생활 방식도 함께 살핀다.
이와 같이 이 책에서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의 기원과 변화 과정을 여러 사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해 밝히고 있다.

윤중고택의 꺾음집 구조
알수록 흥미롭고 놀라운 식사 방식의 역사
18세기 이후 조선의 선비들 가운데 청나라에 다녀오는 이가 많아졌는데, 왜 청나라의 의자를 수용하지 않았을까? 성현의 말과 행동을 금과옥조로 여기던 조선 시대 성리학자들에게 의자에 앉는 자세인 ‘의좌’는 오래지 않은 때에 생겨난 습관으로
‘예禮’에 어울리는 자세가 아니었다. 선비가 공부할 때 앉는 자세에 대해 쓴 주자의
『궤좌설跪坐說』을 퇴계 이황이 해설하면서 ‘책상다리’가 조선 시대 선비의 표준 자세로 공인되었다. 영조도 의자에 앉는 것보다 ‘책상다리’ 자세로 앉는 것을 더 편하게 여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선비의 표준 자세인 ‘책상다리’는 언제부터 ‘양반다리’라고 불리게 되었을까? 1973년 《동아일보》 기사에 ‘양반다리’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다. 1970년대 들어 학교나 사무실에서 대부분 높은 책상과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사용하게 되어, 책상다리라는 말이 앉음새를 일컫는 표현으로서의 대표성을 잃어간 것이다.조선 시대 양반들이 쓰던 다리가 긴 소반은 언제, 왜 등장했을까? 온돌의 확산과 부유층이 구리로 만든 식기를 사용한 데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온돌 바닥의 열기가 다리가 짧은 소조형 식탁에 전달되어 음식에 영향을 미치고,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로 만든 식기는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다리가 긴 소반이 등장했을 것이다. 또 다리가 긴 소반이 등장하자, 식사 자세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레 수저의 손잡이 역시 짧아졌음을 알 수 있다.
변화하는 한국인의 ‘함께 식사’ 규칙
오늘날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서양식 식사 에티켓도 알고 보면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듯이, 한국의 식사 방식도 마찬가지다.
식탁에 앉아 밥과 국을 제외한 모든 음식을 공유하는 오늘날의 식사 방식은 100년 전 한반도에 살며 소반에 차려진 밥상을 따로 받던 양반 남성에게는 매우 어색한 일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겪은 식민지배와 전쟁,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말은 한국인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이 말은 ‘함께 식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럿이 함께 식사하기’라는 뜻을 담은 ‘커멘셜리티commensality’는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인류는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실현하기 위해 식사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식사’를 함으로써 유대감을 강화하는 일이다. ‘함께 식사’는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숙명과도 같은 관습이다.
하지만 21세기 초입 한국에서는 ‘혼밥’, ‘혼술’ 등의 현상으로 ‘함께 식사’의 규칙들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대도시 중심의 산업화와 도시화는 가족과의 식사는 물론이고 손님 초대까지도 외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식사의 개별화 현상은 나날이 심화되어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횟수를 늘리자”는 ‘국민공통식생활지침’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직접 요리한 음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밥 한번 같이 먹읍시다”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하려면 스스로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함께 식사’의 전제와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 이 책을 통해 변화하는 한국인의 ‘식사 방식’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상에 차려진 상차림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식사 방식으로 본 한국 음식문화사
주영하 ㅣ 2018. ㅣ 휴머니스트
민속소식 제311호 (2025년 0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