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2-1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다시 만난 하늘: 보물 신·구법천문도 복원기»

글 홍민주(전시운영과 학예원)

국립민속박물관은 2025년 9월 17일(수)부터 11월 3일(월)까지 특별전 «다시 만난 하늘: 보물 신·구법천문도 복원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보물 <신·구법천문도(민속 15666)>의 복원 과정을 전지연 학예연구사의 작업 기록과 함께 소개하며, 유물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운명 같은 보존처리의 여정을 담고 있다.

신·구법천문도
신·구법천문도는 조선 전기의 전통적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와 영조 19년1743 관상감에서 새로 제작한 서양식 천문도인 <황도남북양총성도皇圖南北兩總星圖>를 함께 담은 천문도이다. 2001년에 보물로 지정하면서 이러한 양식의 천문도를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라고 이름 지었다. 병풍의 제1~3폭에는 구법천문도舊法天文圖인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제4~5폭에는 신법천문도新法天文圖인 ‘황도남북양총성도’가 자리잡고 있다. 황도남북양총성도는 천구를 북극과 남극을 중심으로 반으로 나누어 별자리를 그린 서양식 천문도이다.
제8폭에는 ‘일월오성도日月五星圖’가 그려져 있다. 해, 달, 토성, 목성, 화성, 금성, 수성을 그리고 옛 이름을 기재했다.

전지연 연구사와 천문도의 첫만남
2006년, 전지연 연구사가 국립민속박물관에 첫발을 들인 해. 수장고 한켠, 큰 오동나무 상자가 눈길을 끌었다. 일반 유물 보관함과는 다른 크기와 분위기였고, 그 안에는 ‘보물 천문도’가 들어 있다는 선배의 설명이 뒤따랐다. 1994년 박물관이 입수한 이 천문도는 병풍틀에서 분리된 8장의 낱장 상태였고 손상이 심했다. 병풍으로 복원하기엔 원형을 추정할 자료가 부족해 2000년에는 최소한의 수리만 진행했으며, 그렇게 커다란 상자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후 상설전시관 개편 과정에서 복원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었다. 낱장 형태의 전시로 인한 손상우려와 색상 이질감 문제까지 더해져, 2019년 마침내 병풍복원이 결정되었다.

보존처리 전 <신·구법천문도> (1995년)

우연이 필연으로
복원에는 원형 비교가 필수였으나, 2000년 보존처리 당시만해도 국내외에 알려진 신·구법천문도는 세 건뿐이었다. 그러나 2017년부터 국내외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서 신·구법천문도의 존재가 잇따라 확인되며 비교 자료가 점차 늘어났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0년 파주 수장고 이전 과정에서 찾아왔다.
유물로 분류되지 않았던 종이뭉치 속에서 병풍 틀 종이와 장황잔편을 발견한 것이다. 이로써 병풍 크기와 구조, 장황 재료의 재질과 색상을 파악할 수 있었고, 원형 복원이 가능해졌다.
전지연 연구사는 “이 모든 것은 우연이었지만, 결국 복원은 필연이 되었다”고 말했다.

보존처리 과정
<신·구법천문도> 복원은 6년에 걸친 장황 연구와 원 재질분석에서 시작했다. 종이와 섬유를 과학적으로 조사해 유사한 재료를 선택하고, 가역성 있는 전통 풀로 결손부를 보강했다.
풀은 직접 쑤어 사용했으며, 색맞춤은 화면과 조화를 이루되, 추정 그림을 더하지 않았다.
복원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장황에 사용할 직물은 직접 염색하고 손바느질해 원형에 가깝게 제작했다. 자연스러운 복원을 위해 실은 직물에서 뽑아낸 올을 사용했다.
천문도는 크고 민감한 유물이어서 공정마다 건조와 안정화가 필요했고, 그 사이 다른 유물 작업을 병행했다. 특히 폭마다의 바탕색을 얼룩 없이 맞추는 색맞춤 작업은 가장 어려운 과정이었다. 긴 시간의 붓질 끝에 얼룩 없이 어우러지는 색감을 낼 수 있었고, 마침내 유물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보존과학자의 도구
보존처리에서 장비는 작업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좋은 도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전지연 연구사는 대나무를 직접 깎아 자신만의 칼을 만들어서 사용한다. 용도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른 대나무 칼은 손의 연장이 되어 세밀한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종이를 정확하게 자르기 위해 사용하는 반달 모양 칼은 오차 없는 직선을 만들어낸다.
이 외에도 용도와 재질, 크기에 따라 다양한 붓을 쓰고, 정밀한 유물 분석에는 확대경loupe을 사용한다. 섬세한 클리닝 작업을 위해 그레이터grater에 간 지우개 가루를 사용하기도 한다. 지우개 가루를 붓으로 굴려 표면의 오염을 제거한다.
복원에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재료는 풀이다. 보존 전문가들은 밀가루로 전통 방식의 풀을 직접 쑤어 쓴다. 일정한 농도와 시간을 지켜 끓이는 과정은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한다.
때로는 삭힌 풀을 쓰는 경우도 있다. 연초 가장 추운 날에 보존과학실 식구들이 모여 직접 풀을 쑨다. 이렇게 만든 풀은 장독에 담아 6년에서 10년간 삭힌다.

보존 전문가에게 보존이란
전지연 연구사가 생각하는 ‘보존’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다음 세대와 그 이후 세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한 모든 조치”다. 온도·습도·조도·공기질 등 보이지 않는 환경 요소가 유물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며, 미세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보존 전문가의 보존 원칙은 ‘최소한의 개입’이다. 어디를 손댔는지 모르게, 유물이 안정된 상태로 남는 것이 가장 좋은 보존이기 때문이다. 손때를 무리해서 닦아내지 않기, 과거를 지우지 않기, ‘고친 티’가 나지 않기. 그것이 진짜 보존이다. <신·구법천문도>처럼 그대로 두어서 그 가치를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다. 이 경우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며, 이는 보존 전문가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보존은 조심스럽고, 절제된 손길로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유산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시간이 키워준다. 보존 전문가는 그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곁에서 지켜준다.

전지연 연구사의 직물 염색 노트

신·구법천문도, 다시 만든 하늘을 본다
300년 전, 조선의 관상감과 궁궐에서는 신·구법천문도 병풍을 마주하며 당대의 하늘과 새로운 지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박물관에서 이 유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시되었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다시 300년이 흐른 뒤, 그때의 사람들은 어디에서 이 천문도를 바라보고 있을까. 또, 어떤 하늘 아래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이 전시는 보물 <신·구법천문도> 병풍이 원래 모습을 되찾기까지의 여정을 전한다. 동시에 과거의 사람들은 이 유물을 어떻게 바라보았을지, 오늘의 우리는 또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과거와 오늘의 하늘이 만나는 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구법천문도>

민속소식 제311호  (202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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