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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하나로 변신하는 어린이박물관 전시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전시장은 2020년 4월 27일 새로운 모습으로 꼬마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해 단장에 들어갔다. 민속연구과가 진행했던 세계인형조사의 결과를 기반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인형’이라는 주제는 어린이 정서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미래에 ‘희망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좋은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인형’은 어린이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어른들에게도 개인의 추억 속에 한 두 개쯤은 자리를 잡고 있는 대상이니 가족과 함께 혹은 선생님과 함께 전시를 공감하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할 것이다.
전시는 크게 4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주인공 ‘골골이’는 왜소하고 미완성인 자신의 외모 때문에 친구도 없이 다락방에서 외롭게 지낸다. “나는 왜 이런 모습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친구를 만들고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은데 나를 보고 놀리면 어떡하지?” 등의 고민으로 다락방에 숨어 지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깥세상이 궁금하기도 하다. 마침 이때 전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입구에서 골골이를 만나 그가 사는 방을 구경하고 함께 인형들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이름은 ‘호두까기’지만 호두를 까지 못하는 인형을 도와 호두를 깔 수 있게 해주고, 기뇰극장에서 다양한 인형들의 공연을 관람한다. 루시와 걱정인형들로부터 각자의 고민거리와 나름의 해결방법까지 듣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종이로 만들어져 물을 두려워하는 루피타의 걱정에도 공감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모두는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가 되고, 그 친구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통해 ‘나’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지향점이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주인공 골골이와 친구들을 통해 새로운 ‘나 자신’을 찾아보는 것 이외에 다양한 모양과 이름 그리고 사연을 가진 세계 여러 나라 인형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전시의 매력이다. 인형은 단지 사람의 모습을 축소한 것을 넘어 어린이들이 가질 수 있는 어떠한 감정이 대입되고 그것들을 함께 나눌수 있는 마음의 친구인 것이다. 아직 자아에 대한 인식과 상대방에 대한 의식 등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이들이지만 이러한 과정의 경험은 무의식 속에서 그들의 미래를 밝게 열어주는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장 개편은 단지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장의 새로운 개관을 넘어 국립민속박물관 속에서 어린이박물관의 이미지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작업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전시장 진입부분 야외공간이다. 교육·사무동과 전시동이 분리되어 있어 어린이박물관 전시장을 찾는 이들은 자주 동선의 혼동을 겪는다. 이외에도 야외전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가지 시설물들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설치된 결과, 색상 등에 있어 통일감이 현저히 부족하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칠이 벗겨지고 외관이 상한 부분도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이번 야외공간 개선 대상이다.
이번 개선을 통해 박물관 정문을 들어서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조금의 주춤거림 없이 ‘저기가 우리가 가야하는 곳이구나!’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조화로운 이미지의 구현을 통한 고품격 야외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전시장으로 진입하는 넓은 마당을 바라보면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본관의 동측 외벽이다. 이곳은 3층 건물 위에 얹혀 있는 각황전에 시선을 뺏겨 무심코 지나치는 넓은 벽일 뿐이었다. 야외공간 개선을 준비하면서 이 벽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각각의 층마다 다른 돌다듬 그리고 그 위에 마무리처럼 올라간 난간. 설계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건축에서 따온 그 벽의 문양들은 사실 어린이박물관 전시장으로 관람객을 이끄는 가장 육중한 방향 표시물이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따라 걸어가면 저절로 문 앞에 서게 된다. 어린이에겐 너무 높은 벽, 그리고 어린이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과 문양. 어린이의 눈높이정도로 벽을 낮추거나 어린이의 마음을 닮은 벽으로 바꿀 수 없을까? 그리 될 수만 있다면 야심차게 준비 중인 야외공간 개선의 반은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다음은 새롭게 단장된 벽을 배경으로 산뜻한 그림을 그리면 된다. 쓰레기통도, 의자도, 자판기 케이스도, 놀이마당도 말이다.

휴식과 야외활동은 물론 어린이박물관에 대한 정보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어린이다운 공간은 지금껏 우리 모두가 기다려왔던 것이다. 익숙해져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을 한번쯤 흔들어보는 것이 예상치 못했던 대박을 터뜨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파격의 길을 택하자는 것은 아니다. 반전의 시도가 야외공간 개선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단짠단짠’이 절대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맛이듯 신선한 변화 속에서도 정돈과 통일의 묘미를 지닌 이미지를 어린이들에게 안겨 줄 수 있는 공간의 재탄생을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이번 전시와 맞물려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 버스도 인형이 만들어지는 과정 체험 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한 전시장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로비 부분의 개선도 함께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어린이박물관 전시와 관련하여 연결된 모든 부분들이 이렇게 함께 결 맞춤 행진을 동시에 시도한 적은 없었다.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이기에 더욱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새롭게 태어날 어린이박물관 전시장에서 활짝 열린 대문으로 뛰어 들어오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기다리면서.


글 | 박선주_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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