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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5 | 어린이체험실

특별한 집, 수장고

수장고는 어린이들에게 어떤 장소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낯섦’이었는데,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시범운영기간 다녀간 어린이가 했던 “수장고가 뭐야?”라는 말이 바로 귀에 꽂혔었기 때문이다. 수장고는 어린이박물관에 비교적 익숙한 아이들에게도 “낯선” 이름이다. 사실, 어른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인 만큼 아이들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이처럼 낯선 수장고를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특별한 집, 수장고’의 시작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어린이체험실 ‘특별한 집, 수장고’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즐겁게 놀며 수장고를 이해할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이곳은 기획 첫 단계에서 수장고를 주제로 금속, 도자기, 나무, 종이와 섬유 등 재질별로 공간을 분류하고, 이어 수장고에서의 분류체계를 따라 어린이체험실의 공간도 구분해 디자인하였다. 다음은 공간을 구성할 재질의 선택이었다. 재질로 공간을 구성할 때 우리 관의 특성상 문화재의 재질은 너무도 다양했기 때문에 돌, 나무, 종이, 섬유, 플라스틱, 금속, 필름 등과 함께 문화재 재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복합재질을 구분하여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재질 선택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아이들이 생활하면서 자주 접하는 물건들이 중심이 되었다. 선택된 물건들은 어린이들과 함께 온 가족의 구성원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것들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접점을 부여하고자 했다.

 

‘특별한 집, 수장고’ 공간 구성의 원칙
어린이체험실을 조성하면서 크게 두 가지 원칙을 정했고 이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첫째는 ‘학습을 강요하지 말자’였는데, 고백하자면, 어린이체험실을 조성하면서 이러한 첫 번째 원칙은 여러 번 흔들렸고, 그 흔적은 어린이체험실 이곳저곳에 남아있다. 하지만 첫 번째 원칙이 반영되어 아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놀면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도 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기를 바랐다. 또한, 이 원칙을 통해 조성된 체험실에서 수장고는 지루한 곳이 아닌 즐거운 곳, 그래서 다시 올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둘째는 ‘쉽게 전달하자’였다. 아이들에게 수장고, 재질, 보존 등의 용어나 개념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최대한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려 했다. 예를 들면, 금속 유물은 보존할 때 습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디지털 게임 방식을 선택했다. 게임을 통해 화로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터뜨려 금속 유물인 화로를 보호하고, 실패했을 경우 녹슨 화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달하였다. 재질별로 보존에 취약한 환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놀이를 통해 자연스레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하고 쉬운 방식을 선택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 ‘특별한 집’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지리적 특성상 가족이 함께 방문하기에 좋다. 수장고가 궁금해 방문하는 분들도 많고, 인근 지역에서 자녀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파주관의 어린이체험실은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키즈카페처럼 어린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가족들 사이의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과거와 현재의 물건을 비교하는 전시를 추가하였다. 전시된 물건을 보면서 엄마, 아빠,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녀와 손주들에게 그 물건에 대해 설명해주고, 어린 시절 추억도 이야기하면서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길 수 있었으면 한다. 실제로 엄마와 아빠가 화로, 다리미, 요강 등 아이들이 모르는 물건들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리고 디지털 게임이 어려운 미취학 어린이에게는 아빠가 먼저 게임을 체험한 후 게임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볼 때, 파주관 어린이체험실은 전시에 대한 별도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가족이 함께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체험연계 프로그램
어린이체험실 ‘특별한 집, 수장고’에서는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해 나만의 특별한 집, 수장고 모형을 색칠하고 만든 후 가져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개관 후에는 라운지의 디지털 인터렉티브에서 유물의 이름과 재질 맞추기 등을 진행하고, QR코드를 이용해 체험실의 유물에 대한 정보를 받고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게임을 집에서도 하면서 수장고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나만의 앱’을 제공할 예정이다. 체험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박물관에서는 체험도 하고 놀면서 수장고와 유물에 익숙해지고 집에서 ‘나만의 앱’을 통해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앱’과 더불어 활동지도 제공하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또는 단체로 체험실을 더 알차게 즐길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이체험실과 개방형수장고
어린이체험실은 수장고를 주제로 구성된 공간으로 ‘특별한 집, 수장고’ 프로그램을 통해 개방형수장고와 연결된다. 체험실 속 모습에서 개방형수장고를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것이다. 파주관의 개방형수장고 안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타워 수장고를 만날 수 있는데, 타워 수장고는 어린이체험실 내에 있다. 타워 수장고 공간은 도자로 분류한 영역으로 도·토기류가 수장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특별한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가 있다. 이중 도자기 퍼즐은 4개의 도자기를 맞추면 타워 수장고의 형태가 된다. 그리고 재질별로 보존과 관련된 디지털 게임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중 ‘약장을 구해줘’ 게임은 나무 유물에 해를 입히는 벌레와 관련된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고 난 후 열린 보존과학실에서 제공하는 검역실 속 저산소살충시스템과 보존에 해로운 벌레들을 직접 보면, 어렵지만 흥미로운 보존과학을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다. 이 외에도 체험실 전시에 나온 유물들 중 민속아카이브에 전시된 영상과 사진을 영상실의 스크린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개방형수장고를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어린이체험실 ‘특별한 집, 수장고’는 공간이 넓지는 않지만, 기존의 박물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무지개가 빨주노초파남보로 이루어진 것처럼 박물관도 단 하나의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주관의 개방형수장고 역시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 박물관의 또 다른 이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유물은 전시실처럼 전시 주제에 따라 바뀌지 않지만, 재방문을 통해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번 주말에도 ‘특별한 집, 수장고’에서 많은 어린이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 이수현_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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