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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소장한 | 해주항아리

개방형수장고, 도자 수장전시 속 해주항아리

최근 국내외 박물관은 단순 관람만이 아닌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및 서비스 공간을 확대하면서 복합문화시설로서 종합체험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박물관 소장품 활용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면서, 수장 공간의 확보 및 축소를 최소화하고 기존 수장고 역할을 하는 동시에 비개방 소장품에 대한 활용과 접근을 높이기 위해 개방형수장고가 부상하게 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도 공공재인 소장품의 안전한 수장 공간 확충이라는 기본 시설 구축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소장품에 대한 활용과 접근을 높이기 위해 특정 주제, 형태, 재질 등을 분류 및 기획하여 공간을 조성하였다. 파주관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맨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것이 ‘도자陶瓷 수장전시Visible storage’ 즉 ‘타워 수장고Tower storage’이다.

‘도자陶瓷 수장전시Visible storage’는 토기, 도기, 옹기, 자기 등을 일정한 규모의 격자 수장대에 격납하고 1층에서부터 2층까지 연결하여 전시하고 있는데 시각적으로도 압도적이며 확실한 개방감을 준다. 중앙 홀에 위치한 타워 수장고의 수장전시품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로비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조도, 온습도에 민감하지 않은 최적화된 재질을 선택한 것이다. ‘도자 수장전시’를 밀착 접근해서 보면 기물의 종류, 크기에 따라 고밀도 전시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격납자의 시선과 관람자의 시선을 고려하며 말이다. 고밀도 전시 형태이기 때문에 소장품에 대한 레이블 설명을 하나하나 할 수 없고 형태나 용도 기능별로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소장품 정보를 위한 해결 방법으로 디지털 아카이빙 및 키오스크와 같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관람객이 진열장의 위치, 소장품 명칭이나 소장품 번호로 직접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이 활용될 예정이다. 여러 층위의 정보 검색 과정에서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자세한 내용은 관람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다.

수장대에는 병, 시루, 항아리, 주전자, 찻잔, 자배기, 젓독, 장군, 백자단지, 백자호 등 소장품의 크기, 형태, 용도별로 수천여 점이 격납·전시되어 있다. 시각적인 배색, 분위기 변화를 위하여 종류별로 연속 배치된 것이 아니니 같은 종류를 찾아보는 즐거움 또한 있다. 소장품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소장품마다 보는 이에게 전하려는 이야기가 있다. 보는 만큼 들을 수 있고 그 울림은 듣는 이의 몫이다.

해주항아리
타워 수장고 수장대 하단부에는 ‘해주항아리’ 가 놓여있다. 소장품 번호 민속 85295, ‘해주항아리’는 음식물을 담아 보관하는 용기이며 45cm의 크기이다. 짧은 목에 구연은 밖으로 말려있고, 어깨가 팽만하며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이며 백색 유약에 청색 안료回靑로 풀과 꽃, 나비가 그려져 있다. 평평한 굽이고 군데군데 유약 표면이 말린 곳이 보인다. 청색 안료로 ‘黃海 鳳山郡 山水面 靑松里 三馬洞 沙 器店여 製造者 여 貞權이 을시다’가 적혀 있다. 이 소장품이 전하는 기본 정보이다. ‘해주항아리’는 황해도 해주 일대에서 생산되었던 민간 소비용 백자로, 조선 후기부터 제작되어 일제강점기에도 활발하게 생산되고 전국으로 판매 및 유통되었다. 간장, 된장과 같은 음식물을 저장운반하는 용기로 옹기와 유사한 용도·기능을 갖고 있지만, 백자토白瓷土로 성형하여 사기沙器로 구워졌으며, 양식과 기법 대부분이 청화백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특징이 있다. 주요 소비지역은 황해도를 중심으로 관서지방 일대와 경성이었고 사기로 제작되었으니 옹기에 비교하면 가격대는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면 황해도라는 특정 지역에서 청화백자의 영향을 받은 옹기 같은 옹기 아닌 민수용 항아리가 생산되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정확한 근거와 내용의 진위는 더 밝혀져야 하겠지만 대체로 분원의 해체 및 민영화로 분원 소속 도공들이 흩어질 때 이 지역으로 옮겨가서 생활자기를 제작했다는 추론이다.

소장 중인 해주항아리의 크기는 최소 21.5cm이고 최대 77cm이며, 보통 47~74cm 크기에 해당한다. 문양은 모란, 물고기, 석류, 국화, 파초, 물결, 곤충 등을 간결하고 자유분방한 필치로 그려냈으며 청색, 녹색, 갈색 안료 등을 이용하여 대략 표현한 듯하지만 시원하고 호방함마저 느끼게 한다. 몸통에 ‘黃海道鳳山郡山水面靑’, ‘鳳山郡山水面靑松里 三馬洞崔’, ‘鳳山郡 山水面 靑松里’, ‘海州郡檢丹面愠泉里 沙光店의려 졔죠○하리은 金仁九氏’, ‘이것사가는사람은누구든지돈○○○다’ 등이 적힌 것으로 보아 생산 당시 활황이었고 지역 특산품으로 명성이 높았음을 가늠할 수 있다.
해주항아리를 생산했던 황해도는 지금 이 항아리가 수장전시 되어있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와 가깝다.

누구나 저마다의 관람 타입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타워 수장고’ 앞에 멈춰 서서 내 마음에 와닿는 그릇의 울림을 찾아보기 바란다. 그 울림이 생활, 지식, 유머, 생경, 감동 등 어떤 내용이든 간에 관람 이상의 관람에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해주항아리를 찾는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길 바란다. 흥미로울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글 | 이경효_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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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최영수 댓글:

    꼭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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