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 이야기

단오의 세시풍속

글 김경남(세명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학과 특임교수)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 변화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세시풍속 또한 그 계절의 흐름에 따라 마디마디가 분명하고 다양하다. 또, 씨 뿌리기, 김매기, 거두기, 저장 등 한 해 농사와 연관이 깊다. 세시풍속은 한 해를 단위로 하여 계절마다 관습적으로 되풀이되는 생활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농경문화를 가진 우리 민족은 한 해를 시작하는 시기인 정초와 정월대보름에 농작물의 풍요를 위한 행사를 행했고, 씨 뿌리는 시기에는 농작물의 생명력과 성장을 기원하는 단오 행사를 치렀다. 수확기에는 추수의 감사를 위한 추석 등의 다양한 의례儀禮를 행하였다. 이러한 세시풍속은 자연 신앙과 조상숭배를 바탕으로 한 종교적·주술적 복합 행위와 놀이가 어우러진 농경세시 축제의 성격이 강하다. 세시풍속이란 역사와 더불어 자연적으로 발생한 주기적인 생활의 양식이며, 문화文化의 기본 체제이다. 즉 세시풍속은 이러한 전통의 맥을 간직한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단오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영동과 산간 지역에서 단오 의례의 모습이 두드러지고, 영서지역의 경우 오늘날 서낭제와 같은 마을 제의만 전승되고 있다. 단오 의례는 대표적으로 단오 차례와 단오 제사가 있으며, 산악 숭배사상의 한 줄기로 보이는 산멕이 풍속도 전해진다. 이는 강릉시, 동해시, 삼척시를 중심으로 한 강원도 단오 세시풍속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추천하는모양

추천鞦韆하는 모양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 생몰년 미상) 작, 34.2×39.4cm, 민속99113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그네와 씨름이 있다. 그네는 ‘그네를 뛰는 사람’을 비유한 말로, 그네뛰기는 추천鞦韆 ·반선희·비선희飛仙戲라고 한다. 남자들의 씨름과 함께 보편적이고 전국적인 단오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이다. ‘그네’는 ‘근의’, ‘근듸’(「춘향전」) 등으로 표기되었고, 지방에 따라 근데·군데·군듸·근듸·그리·구리 등으로도 부른다. 이를 근거로 최남선은 그네의 어원을 ‘근’, 곧 ‘끈의 놀이’인 ‘근희’라 해석하였고, 양주동은 여러 명칭의 원형은 ‘글위’ 혹은 ‘굴위’인데, 그 어원은 ‘발을 구르다’의 ‘구(우)르’에 있다고 하였다. 한편 한자어 ‘추천’에 대해서는 『고금예술도』에서 이르길 ‘鞦韆 혹은 秋千이라고 쓰는데, 본래 그 글자는 한나라 궁중에서 축수할 때에 쓰던 것을 후세에 와서 거꾸로 잘못 읽어서 秋千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고려사』는 ‘단오에 최충헌이 그네놀이를 백정동궁에서 베풀고 문무관 4품 이상에게 3일 동안 잔치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성현의 『용재총화』에는 ‘서울 사람들은 길거리에 큰 나무를 세워 그네뛰기를 하는데, 계집애들은 모두 아름다운 옷으로 단장하고 길거리에서 떠들썩하게 채색한 그네 줄을 잡으려 다투며, 소년들은 몰려와서 그것을 밀고 당기면서 음란한 장난이 그치지 않는다. 조정에서 이것을 금하여 지금은 성행하지 않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경도잡지』에서는 ‘여항의 부녀자들이 그네뛰기 놀이를 성대하게 한다’고 하였으며, 『열양세시기』에는 ‘젊은 남녀가 그네뛰기 놀이를 하는데, 서울이나 시골이나 다 같지만 관서 지방에서 특히 성행한다’라고 했다. 『고금예술도』에서는 ‘북방의 오랑캐들은 한식이 되면 그네뛰기 놀이를 하면서 가볍고 빠르게 나는 연습을 하는데, 뒤에 중국 여자들이 그것을 배웠다’고 했으며, 『천보유사』에서는 ‘궁중에서는 한식절이 되면 다투어 그네를 매는데, 그것을 반선지희라고 한다’고 했는데, 오늘날의 풍속에서는 ‘단옷날로 옮겨졌다’고 기록했다. 또 『해동죽지』에서는 ‘옛 풍속에 고려 시대부터 단옷날에 이 놀이가 있어 왔는데, 그것은 중국 풍속인 청명절의 추천 놀이를 모방한 것으로, 한때 매우 성행하였다’라고 적었다. 이처럼 단오 그네뛰기는 우리나라 단오 세시풍속의 중요한 요소로 전승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영서 지역의 평창군, 영월군, 원주시, 춘천시, 홍천군, 횡성군 등의 그네뛰기는 놀이 기능뿐만 아니라 ‘모기를 쫓는다’라는 주술적 의미도 동시에 포함하고 있어 흥미롭다. 이는 여름철 해충을 막고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던 단오 세시풍속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단옷날의 씨름은 오늘날 전승력이 많이 약화된 단오 놀이 가운데 하나이다. 여러 문헌에서 보이는 씨름의 양상은 그네놀이와 함께 단오 세시풍습의 큰 핵심적 요소로 작용하였으나 오늘날에는 크게 쇠퇴하여 명맥만 남아 있다. 『경도잡지』에서는 ‘서울의 소년들이 남산 기슭에 모여 서로 씨름을 한다. 씨름하는 법은, 두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꿇어앉아 각자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잡고, 왼손으로는 상대방의 오른쪽 넓적다리를 잡은 다음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서로를 들어 메치는 것이다. 안걸이·밭걸이·둘러메치기 등 여러 기술이 있다’라고 했다.

또, 『동국세시기』에서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남산의 왜장이나 북산의 신무문 뒤에 모여 씨름 놀이를 열어 승부를 겨룬다. 씨름하는 법은, 두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꿇어앉아 각자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잡고 왼손으로는 상대방의 오른쪽 넓적다리를 잡은 다음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서로를 들어 메치는데, 넘어져 눕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안걸이·밭걸이·둘러메치기 등 여러 기술이 있다. 특히 힘이 세고 손놀림이 빨라 여러 번 겨루어 계속 이긴 사람을 판막음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이 외에도 『해동죽지』에서 ‘옛 풍속에 서로 힘을 겨루기 좋아하여 승부를 겨루는 것을 씨름이라고 한다’고 했다.

동국세시기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 『경도잡지』 합편. 민속99967

씨름

단오제 행사 풍경-씨름

단오절 음식으로는 주로 수리취떡과 쑥떡이 있다. 단오 무렵부터 하지夏至 때까지는 보릿고개여서 식량이 귀한 시기였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채 아물지도 않은 풋보리를 베어다 수숫대를 반으로 접어 만든 집게로 낱알을 훑어 솥에 살짝 볶고 찧어 밥을 지어 먹었다. 이는 단옷날 보리 수확의 천신薦新적 의미가 담겨 있다 하겠다. 단오절식과 관련하여 그 기록을 보면, 『경도잡지』에 ‘단오를 세속에서 술의 날이라고 하는데, ‘술의戌衣’라는 것은 우리나라 말로 수레이다. 이날 수레바퀴 모양의 쑥떡을 만들어 먹기 때문에 술의 일이라고 한다. 쑥 잎 중에서 약간 둥글고 배가 흰 것을 햇볕에 쬐어 가루를 내서 부싯깃을 만들고, 또 찧어서 떡에 넣어 녹색을 내어서 수레바퀴 모양의 떡을 만드는데 이를 수리치라고 한다.’고 하였다. 『본초강목』에서 ‘천 년 된 쑥을 중국 사람들이 구설초라고 한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무규武圭의 『연북잡지』에서는 ‘요동 풍속에 오월 오일에 발해의 요리사가 쑥떡을 올린다’고 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풍속의 연원이다. 『동국세시기』는 ‘이날 쑥 잎을 캐 찧어 멥쌀가루에 넣고 녹색이 되도록 쳐 수레바퀴 모양으로 떡을 만들어 먹기 때문에 술의 일이라고 한다. 떡집에서는 철음식으로 그것을 판다’라고 적었다.

창포비녀

창포 뿌리와 창포비녀

창포물 머리감기

국립민속박물관 ‘창포물에 머리 감기’ 시연 행사

단오 건강에 대한 세시 풍속으로는 창포물에 머리 감기, 무지개풀 삶아 머리 감기, 약쑥 베기와 익모초 즙 마시기, 상추잎에 맺힌 이슬로 분 바르기 등이 있다. 『열양세시기』에서는 ‘총각 머리를 한 남녀 어린아이들은 창포를 캐어다가 끓여 탕을 만들고 머리를 감으며, 뿌리 흰 것 네댓 치를 취해 말끔히 씻은 후 그 끝에 주사로 칠을 해서 머리에 꽂거나 허리에 찬다’라고 하였다. 『대대례』에서는 ‘오월 오일 축란으로 목욕한다’라고 했고, 송나라 왕기공의 「단오첩」에서 ‘창포 깎아 사악한 것 물리친다’고 한 것으로 보아, 그 연원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또 이와 함께 미나리를 구해 향기가 있는 창포나 쑥을 대신하여 먹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상추잎에 맺힌 이슬로 분 바르기는 얼굴에 버짐이라는 피부병을 예방하는 주술적 예방의 건강 습속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단오과 관련한 주술적 풍속으로는 강릉의 ‘단옷날 나무 시집 보내기’가 있다. 과일나무가 있는 집에서는 과일나무의 두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두는데 이렇게 하면 그해 과일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믿는다. 이는 양쪽으로 뻗은 나무의 두 가지를 여성의 성기로 보고 돌을 남성의 성기로 보아 성행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곧 생산(다산)과 직결되며, 특히 가수嫁樹의 대상이 살구나무·대추나무· 배나무 등 열매가 많이 열리는 것들이라는 점에서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렇게 보면 민속은 결국 생산, 풍요, 다산을 목적으로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단옷날 행해지는 송아지 코 뚫기 풍속 또한 제액초복除厄招福에 의한 생산의 촉진과 풍요 다산을 기원하는 모방 주술성이 강한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단오축제인 강릉단오제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전통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지니고 있어 중요한 무형유산으로 널리 각광을 받아 왔으며, 오랜 전통과 규모를 자랑하며 전통문화의 결정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강릉단오제가면극

강릉단오제 관노가면극(소매각시)

굿강릉 단오

강릉 단오굿-대관령국사성황제-국사國師 행차

강릉단오제의 튼튼한 역사적 뿌리는 고대 제천의식에 두고 있다. 이는 상고시대에 숭배되었던 다양한 자연 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 제의祭儀의 전통이다. 강릉단오제는 역사, 지리, 환경적인 특성으로 인해 수많은 역사의 굴절을 경험하면서도 질박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무형유산으로 오늘날까지 계승됐다. 1967년 국가 중요 무형유산으로 선정됨에 이어 2005년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강릉단오제는 이러한 전통의 맥을 간직한 중요한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이다. 부족국가 시대부터 남녀가 주야로 함께 어울려 음주가무 했다는 축제의 전통이 온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그 속의 제의, 놀이, 난장이 엮어내는 여러 가지 기능과 공간은 강릉단오제가 아니면 멋과 맛을 즐길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 전통문화의 향기이다. 음력 오월 오일 단옷날의 세시풍속은 농경을 근본으로 하는 파종播種과 이앙移秧, 성장成長의 의례로 예축과 경축, 축원의 주술적 의미도 담고 있다. 이러한 단오의 의미와 기능은 단조롭고 지루한 삶에 변화와 희망을 전해주었으며, 이 시기를 통하여 휴식과 내일의 활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문화적 재창조의 기능도 수행했던 것이다. 농민들은 이 시기에 잠시 일상의 일을 놓고 가족 제사, 마을 제사, 시절 음식, 놀이를 통해 마을 단위의 축제를 함께 공유했다. 이는 가족 또는 마을 간의 화합과 사회적인 결합을 확인시켜 주는 미풍양속의 본보기가 되는 셈이다. 단오 세시풍속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을 띠며 전승되고 있다. 제사나 축제를 통해서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가 보존되고 회복될 수 있는 기능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단오 세시풍속의 의미를 아로새겨야만 한다.

민속소식 제315호  (2026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