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2
“물건 속에 깃든 삶을 읽다”
『민속예찬: 큐레이터가 사랑한 민속품』 발간
글 최수경(교류홍보과 학예연구사)

박물관에는 수많은 물건이 있다. 손에 쥐고, 몸에 걸치고, 곁에 두며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물건들은 말없이 우리의 시간을 기억한다. 그것들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와 계절, 그리고 삶의 태도를 품고 있는 작은 세계이다. 그러나 그 모든 물건이 같은 방식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떤 것은 오래된 시간의 무게로, 어떤 것은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낯선 형태의 흥미로 우리를 붙잡는다. 그리고 그중에는, 특별한 인연처럼 한 사람의 시선에 오래 머무는 물건들이 있다.
『민속예찬: 큐레이터가 사랑한 민속품』은 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이 박물관에서 일하며 만나온 소장품 가운데, 각자의 마음에 남은 물건들을 직접 소개한 책이다. 학술적 가치나 시대적 대표성만으로 선별된 것이 아니라, 조사와 전시, 수집의 과정 속에서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이 더해진 ‘선택’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기존의 소장품 도록과는 다른 결을 지녔다.
이 책은 2025~2026년 국립민속박물관 소셜미디어에 연재된 ‘내 마음속 민속품’이라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소개 콘텐츠를 재구성한 것이다. 전문적인 해설을 넘어 각자의 시선으로 기억에 남은 소장품을 소개하고, 물건과 개인 사이에 형성된 감정과 경험을 담아낸 글들은 온라인에서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민속예찬』은 이러한 기록을 다시 엮고 다듬어, 하나의 흐름 속에서 읽을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수장고에서 우연히 마주친 물건, 현지 조사에서 어렵게 만난 자료, 전시를 준비하며 오래 들여다본 대상들. 그 과정 속에서 유물은 더 이상 연구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의 경험과 시간 속에 자리 잡았다. 국립민속박물관 80년의 시작을 알리는 ‘국립민족박물관 현판’부터 꽃잎을 하나하나 펴내고 복원한 어사화, 흥남부두를 떠나올 때 어머니가 안겨준 버선,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요강과 학창 시절을 함께한 전자사전, 유물 수집을 위해 찾은 브라질에서 망게이라 삼바스쿨에게 기증받은 깃발까지. 책에 담긴 84점의 소장품은 시대와 지역, 형태를 가로지르며 다양하게 펼쳐진다.
일상의 소소한 도구부터 특정한 의례와 신앙을 담은 물건, 그리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집된 생활사 자료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물건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주목한 것은 ‘무엇인가’보다 ‘어떻게 바라보는가’였다.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민속예찬』은 유물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유물을 통해 삶을 읽어내는 책에 가깝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큐레이터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박물관 안에 얼마나 다양한 시선과 해석이 공존하는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민속예찬』은 일반적인 유물 소개 책자와는 다르게 앞부분에 유물 사진인 ‘도판’ 장을 구성하고, 뒤에는 유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장으로 페이지를 분리했다. 페이지의 상단에 있는 페이지 기호를 따라가면 각 사진과 이야기가 연계되어 사진과 글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조금의 수고로움 대신 천천히 읽고, 오래 바라볼 수 있는 책이 되기를 기대했다. 물건 하나를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깊고 풍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작은 멈춤의 순간이자, 자신의 추억과 이어진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민속품’은 무엇인지 작은 질문을 던져본다.
민속소식 제315호 (2026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