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5
<세계 문화를 함께 이해하는 박물관을 향해>
-유럽 민족학박물관과의 양해각서 체결 및 국제학술대회 참석-
글 백지영(교류홍보과 학예연구사)
국립민속박물관은 2026년 6월 9일과 12일 헝가리 민족학박물관 및 프랑스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과 각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6월 10일과 11일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이번 일정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세종 시대를 앞두고 세계문화박물관으로 성격을 확장하기 위해 유럽 민족학박물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세계 문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동시대 박물관계의 논의 속에서 되짚어 보는 시간이었다.
세계문화박물관으로 확장을 위한 국제 양해각서 체결
헝가리 민족학박물관과 프랑스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 각 박물관 현지에서 체결한 양해각서는 모두 상호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전시와 연구, 교육, 인적 교류 등 박물관 활동 전반의 협력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헝가리 민족학박물관은 1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헝가리 대표 박물관으로,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인 민족학박물관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의 주도 아래 설립되어, 전 세계 문화와 관련된 자료와 유물을 100만 점 이상 소장하고 이를 전시하고 있다. 양해각서 체결 이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은 2026년 12월 상설전시관 1의 세계민속관 개막과 2031년 세종 신관 개관을 위해 두 박물관으로부터 세계 문화 자료 수집과 전시의 노하우를 청취하고 있다.

P05_1
프랑스 문화부와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관계자가 참석한 프랑스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과의 양해각서 체결식 현장
한국에서는 세계를, 유럽에서는 한국을 탐구하기 위한 협업 노력
헝가리와 프랑스 역시 한국에 대한 전시를 이미 준비 중이거나 전시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헝가리 민족학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이 발행한 『한류문화사전』에 큰 관심을 보이며 2029년 한국문화에 대한 전시 개최에 뜻을 보였다. 그에 앞서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은 2027년 한국의 자연에 주목한 전시를 준비하면서 국립민속박물관과 협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유럽 민족학박물관에게는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기반을, 국립민속박물관에게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민속유산을 함께 다루는 박물관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춧돌을 마련한 것과 같다. 특히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과의 양해각서 체결식에는 프랑스 문화부와 주프랑스 대한민국대사관 관계자도 참석했다. 2026년이 한-불 수교 140주년임을 고려하면 박물관 간 협력을 넘어 양 국가 간 문화 협력의 장을 넓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P05_2
양해각서 체결 후 악수를 나누는 국립민속박물관장(右)과 헝가리 민족학박물관장(左) © László Incze(Museum of Ethnography, Hungary)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참석
세계문화박물관이라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새로운 지향은 6월 10일과 11일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이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문화 간 대화” 20년: 표어에서 실천으로?Vingt ans de “dialogue des cultures”: Du mot d’ordre à la pratique?>에서도 공유되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케브랑리-자크 시라크 박물관의 개관 20주년을 맞아 마련된 자리로, 민족학박물관 내지는 세계문화박물관이 현재 어떤 과제에 맞서고 있는지를 다루었다.
‘문화 간 대화’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소장품이 수집된 식민주의의 역사적 배경을 희석시켜온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으며, 소장품과 출처 공동체 ommunautés d’origine, source communities의 관계는 유물의 물리적 반환뿐만 아니라 유물과 연관된 민속 지식, 연행 맥락, 해석의 권한을 회복하는 것의 중요성이 제기되었다. 또한 예술가와의 협업은 단지 박물관의 전시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예술가를 박물관 활동을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식 생산의 동반자로 여겨야 함이 논의에 더해졌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은 국제학술대회의 마지막 세션인 <그리고 20년 이후에는?>에 발표자로 참여했다.
장상훈 관장은 식민지배의 경험 등으로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이 국민 공동체 유지에 중요했던 한국의 역사상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 문화에 집중해왔으나, 이주민 증가와 다문화 사회라는 현실 앞에서 해외 공동 연구와 전시, 다문화 꾸러미 운영과 같은 새로운 역할을 기꺼이 맡아왔음을 청중에게 보여줬다. 더 나아가 K-POP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국립민속박물관은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 아래 세계 여러 문화가 한국 문화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문화에 대한 탐구가 그저 다른 지역의 문화를 아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세계문화박물관을 지향한다는 것은 한국 문화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더 넓게 바라 봄과 동시에, 다른 지역의 축제, 세시, 의식주 등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유럽 민족학박물관과의 양해각서 체결과 프랑스 국제학술대회 참석은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의 국립박물관으로서 우리 문화에 중점을 두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만나고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곳으로 향하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민속소식 제316호 (2026년 7월)
더 알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