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2

교류와 협력으로 함께 만들어 온
K-museums 공동기획전

글 변정숙(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전시는 정해진 기간 동안 관람객을 만나고 막을 내리지만, 전시를 준비하며 쌓은 조사와 연구, 사람들의 기억과 자료, 그리고 함께한 경험은 전시가 끝난 뒤에도 남는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12년부터 추진해 온 K-museums 공동기획전은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성과를 새로운 연구와 전시로 이어가고, 지역사회의 참여를 넓혀 온 사업이다. 하나의 전시를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사연구와 전시 기획을 함께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지역박물관의 역량을 키우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확장해 왔다.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발견하다
전국의 지역박물관은 각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 공동체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과 전문 인력, 전시 환경 등의 현실적인 여건으로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K-museums 공동기획전은 지역에 숨겨진 이야기를 함께 발굴하고 이를 관람객과 나누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역박물관이 지닌 지역성과 현장성을 존중하면서 조사연구부터 전시 기획, 디자인, 영상 및 홍보물 제작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다. 이는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서로의 경험과 전문성을 나누고 배우는 상호 협력의 과정이다. 지역박물관은 지역의 자료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시 콘텐츠를 발견하면서 전시 역량을 높이고, 국립민속박물관은 지역의 문화와 현장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특히 공동기획전은 전시를 함께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성과로 이어진다. 자료를 조사하고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료를 발견하기도 하고, 학예사 간 교류와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이후의 연구와 전시로 협력이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공동기획전은 사람과 사람, 박물관과 박물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협력이 만든 변화
공동기획전은 지난 14년 동안 지역박물관의 전시와 연구, 운영 전반에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왔다. 2017년 속초시립박물관은 《실향을 딛고 세운 도시, 속초》를 계기로 12년 만에 상설전시를 전면 개편했다.
실향민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지역을 조사하고 주민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료를 발견했으며, 주민들의 유물 기증도 이어졌다. 영종역사관의 《우들 살던 섬 영종 용유와 바다》는 주민들의 구술과 인터뷰 영상을 중심으로 지역의 생활문화를 기록했다. 전시 이후 주민들의 유물 기증이 크게 늘어나면서 박물관이 지역의 기억을 함께 보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1년 대구섬유박물관은 《대구섬유, 우리 삶을 바꾸다》를 통해 산업사를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로 풀어냈으며, 이후 교육과 전시 역량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 평가에서 연이어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거제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의 《캠프 넘버 원, 거제도 포로의 일상》은 특별전으로 시작해 상설전시관으로 이어지며 전시 콘텐츠와 조사 성과가 연구와 교육의 기반으로 확장되었다.

2023년 한국족보박물관은 《명당, 그림에 담다》를 준비하며 소장 산도 520점을 처음으로 디지털 아카이브화해 자료의 보존과 연구 활용 기반을 마련했다. 예천박물관의 《예천 청단 봤니껴》는 지역 무형유산을 새롭게 조명하며 개관 이후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3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관람객 증가에서도 공동기획전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충주박물관은 공동기획전 개최 이후 관람객 수가 전년도 1만 8,921명에서 2만 3,939명으로 약 26% 증가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역시 4만 6,168명에서 5만 8,910명으로 약 27.6% 증가했다. 이처럼 공동기획전은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고 박물관의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문화와 지역문화뿐 아니라 동시대 문화로 협력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2024년 한국만화박물관과 함께한 《만화로 만나는 힙합》은 만화와 음악, 영상, 미술을 융합한 참여형 전시를 선보이며 새로운 전시 기법을 시도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과 공동 개최한 《노릇노릇 부산》은 음식문화를 생활사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관람객의 높은 호응으로 전시 기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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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만나는 힙합》 전시장 내 댄스 리듬 게임(2024, 한국만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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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집, 서대문형무소》 전시장 모습(2026,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함께 쌓아 온 성과, 이어지는 협력
2012년부터 2025년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은 전국 60여 곳의 지역박물관과 공동기획전을 추진하였다. 그 과정에서 상설전시 개편,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교육 콘텐츠 개발, 주민 참여 확대, 유물 기증 증가 등 지역박물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다양한 성과가 축적되었다.
공동기획전은 일회성 지원 사업이 아니라, 매년 새로운 협력기관을 선정하며 지역박물관 간 교류와 협력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사업이다. 2026년에도 이러한 협력은 계속된다. 올해 공동기획전 협력기관으로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범어사성보박물관이 선정되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제강점기 감옥 안팎에서 독립을 위해 힘쓴 사람들의 삶을 담은 《붉은 벽돌집, 서대문형무소》 전시를 지난 8월 15일에 개최했으며, 범어사성보박물관은 불교 문화유산과 절집의 생활문화를 바탕으로 10월에 《쯧! 생각을 멈추는 소리》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조사연구와 전시기획, 콘텐츠 개발 등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하며 새로운 협력 관계를 만든 결과이다.

전시는 끝나도 협력은 계속된다
지난 14년 동안 K-museums 공동기획전은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며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박물관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만들어 왔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교류는 새로운 연구와 전시로 이어졌고, 주민과 박물관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공동기획전은 지역박물관의 자립 기반을 넓히고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며, 다양한 분야의 박물관과 협력을 이어갈 것이다. 생활문화와 지역문화는 물론 동시대 문화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지역의 문화자원을 더욱 풍성하게 연결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전시는 언젠가 막을 내린다. 그러나 함께 조사하고 연구하며 전시를 만들어 온 경험은 다음 협력으로 이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박물관과 지역이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 K-museums 공동기획전은 앞으로도 교류와 협력의 가치를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 갈 것이다.

민속소식 제317호  (2026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