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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2

추석에 연행하는 대표 민속놀이인 거북놀이

거북놀이는 추석에 수수잎을 이용해서 거북이를 만들어 동네를 다니면서 축원을 해주는 ‘모의가장의례模擬假裝儀禮놀이’라고 할 수 있다. 추석에 거북이를 만들어 노는 놀이 이외에도 소놀음이 있는데, 이들은 대개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행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그런데 왜 거북이와 소를 만들어서 노는 것인가 의문을 가질 만하다. 소는 과거에 농사를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될 동물이기에 생구生口, 즉 가족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따라서 일 년 동안 농사를 짓는데 수고했다는 의미로 소를 놀린다는 것은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거북이의 경우 왜 추석에 중심적인 동물로 등장시켰는지 아직도 해명되지 않은 편이다. 거북은 장수를 기원하는 동물로 십장생에 속하기도 한다. 또한 고려시대 박세통이란 인물이 거북이를 놓아주었는데, 삼대에 걸쳐 재상에 오를 것이라고 말해주었다는 점에서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로 이해되기도 한다. 특히 보은의 결과는 출세와 풍요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거북의 상징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거북놀이는 『설고총서』를 근거로 할 경우 신라 문무왕 때부터 등장한다. 15세 공주가 병에 걸렸는데, 영추대사가 15세 소년들에게 수수잎으로 거북을 만들어 놀렸더니 병이 나았다는 것이다. 『설고총서』라는 문헌이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어 내용이 의문이기는 하나,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이 청소년들의 놀이이자 수수잎으로 거북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마당에서 놀고 있는 거북 이천거북놀이

거북놀이가 가장 활발하게 전승된 지역은 경기도의 이천과 광주, 평택이다. 이외에도 충청도의 천안과 예산, 음성 등지에서 놀았다고 한다. 거북놀이의 전승지역은 수수잎으로 거북을 만들어야 하기에 주로 경기도 내륙의 밭농사권에서 활발한 전승을 보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거북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수잎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자기 밭의 수수잎을 따가지고 가면 수확도 하기 전에 수수가 죽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거북놀이의 전승주체는 『설고총서』에 나와 있듯이 주로 청소년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병준 선생이 충북 음성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추석날 제사가 끝나고 심심하니 아이들에게 거북놀이를 시키고, 어른들은 농악을 치며 같이 놀았다고 한다. 즉 거북놀이는 1970년대 들어와 농악과 결부되면서 굿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천의 거북놀이에서는 길놀이와 문굿 등에서 마을판굿으로 전개되어 개인 집안굿에서 마을굿으로 확장되는 방식을 취한다. 평택의 거북놀이는 반대로 마을굿에서 집안굿으로 전개되었다. 천안의 직산에서는 마을굿에서 집안굿으로 들어갔으나, 아우내의 경우에는 수문장굿과 용왕굿, 조왕굿 등 집안굿 만으로 행해지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즉 지역마다 각기 다른 전승 특징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북놀이에서 등장하는 중요인물은 거북이를 인도하는 ‘질라아비’이다. 수수잎으로 만든 거북은 대개 2명 정도가 들어가는 크기인데, 평택의 경우에는 큰 거북이라고 하여 4명이 들어가기도 한다. 질라아비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거북이가 동해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지쳤으니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집주인은 간단한 음식과 떡 등을 장만하여 거북이 패거리들을 대접한다. 이때 선소리꾼이 지신밟기를 할 때처럼 고사반을 하여 축원을 해준다.

거북놀이에서 “천석 거북아 놀아라.” “만석 거북이 들어간다.”라는 공식적 표현처럼 거북은 풍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추석에 이러한 놀이를 하는 것은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거북놀이를 통해 거둔 음식과 쌀 등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준다는 점에서 추석의 상생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글 | 김종대_국립민속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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