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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 상설전시관3 개편

《한국인의 일생》에 담고자 한 것들

국립민속박물관은 상설전시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우리의 삶을 보다 짜임새 있게 전하기 위해서 2018년에 상설전시관 1을 《한국인의 하루》로, 2020년에 상설전시관 2를 《한국인의 일 년》으로 개편했다. 그리고 올해 2021년 상설전시관 3을 《한국인의 일생》으로 새롭게 개편하여 1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하루’ – ‘일년’ – ‘일생’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삶 전반을 다루기 위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중장기 프로젝트이다.

그동안 상설전시관 3 《한국인의 일생》 전시 구성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상설전시관 3 《한국인의 일생》에서는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 집안의 개인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겪게 되는 주요한 과정을 전시했다. 출생-교육-관례-혼례-가족-출세-풍류-치유-상례-제례 등 10개의 소주제로 주동선과 부동선으로 구성하였고, 관혼상제처럼 한국인이 반드시 거쳐 가는 일생 의례를 주동선 공간에 둠으로써 관람객이 관람해 나가면서 일생의 중요 과정을 인식하도록 의도했다. 강제 동선이 아니라 자유 동선을 택함으로써 관람객의 관심에 따라 관람 대상을 선택하게 했다. 유물의 맥락을 통한 내용을 전달하며 일생 속에 담긴 그 당시 한국인의 ‘가치체계’도 담고 있었다. 전시 얼개가 매우 잘 짜진 구성이었다. 그렇지만 시대와 계층에 대한 한계는 계속 지적되어왔다.

《한국인의 일생관》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여러 가지 내부 논의와 검토를 토대로 상설전시관 3 전면개편이 2021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2월 말 개막 예정이니 매우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프로젝트이다. 그동안의 지적과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 그리고 관람객이 자기 동일 시 할 수 있는 전시가 되어야 한다는 내적 반성 등과 더불어 시대와 계층을 확장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이번 상설전시관 3 개편에서는 ‘한국인의 일생’이라는 주제는 그대로 가되 시대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계층은 ‘양반 사대부에서 일반 보통사람들까지’ 확장하기로 하였다. 소주제도 출생-교육-성년식-관직과 직업-혼례와 가족-놀이테마-수연례-치유-상례-제례 등 10개로 기존 틀에서 크게 바꾸지 않고 조금 빼거나 더했다. 개편팀은 기획 과정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민民의 개념과 정의, 계층, 젠더에 대한 논의에서 전시 이해를 돕는 보조자료 목록을 선정·정리하는 것까지 모두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현대까지 이어지는 ‘일생’의 변화상을 전통과 현대의 현상 기술에 그치지 않고,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현재와 미래적 관점에서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와 역할은 무엇인가? 민속의 전승과 변화에 대해 살펴보는 동시에 기억을 통한 연결고리가 되어 관람객의 관심도를 높이는 전시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유물을 선정하는 데에는 ‘한국인의 일생’을 주제로 계층과 시대의 스펙트럼이 넓어서 같은 공간의 진열장 내에서 시대 차이가 꽤 나는 소장품이 널뛰듯이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또한, 현대까지 시대를 확장하는 데에는 그 현대는 어느 시기까지로 할 것인가의 기준도 필요했다. 다행히 상설전시관 1, 2의 앞선 사례가 있어서 그것을 근거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가장 큰 고민이면서 앞으로 계속 논의되어야 할 과제는 따로 있었다. 한국인의 일생이라는 주제에서 우리가 말하는 ‘한국인은 누구인가?’ 이다. 즉 한국인의 정체성이다. 단일민족 국가라 일컫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한국사회는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결합한 가족과 주변 인종 구성원이 포함된 다문화 사회, 다민족 국가가 되고 있다. 이렇듯 상황은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말하는 한국인의 개념이 확장되지 않은 여전히 과거의 한국인이라면 전시를 본 다양한 사람들이 과연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다. 관람자를 전제하지 않는 전시는 형용모순이다. 이 문장은 전시 기획에 대한 매우 적절한 아포리즘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는 그 자체로 네트워크라고 말할 수 있다.

 

일생의 시간 축을 담는 전시에 더하는 것은
출생의 ‘돌상’, 혼례의 ‘초례청醮禮廳’, 수연례의 ‘회갑回甲’ 등 소주제별 특정 장면을 연출하고 그 앞에 디지털 테이블을 제작하여 자료 영상과 시각장애인 대상 촉각물 및 촉지도 등을 만들 예정이다. 문화 소비자로서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관람 약자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시공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입부에서부터 일생의 주요 고비마다 실감 콘텐츠와 영상을 제작 설치하여 미디어를 통한 전시내용의 이해를 돕고 새로운 전시 경험과 재미를 더하고자 한다. 또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융합된 체험 공간조성, 저반사 유리로 제작한 시스템진열장 등은 좀 더 쾌적한 관람환경 및 전시품 보존환경을 위해 더한 것이다. 그 밖에도 더할 것은 많지만, 나머지 더하기는 관람자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본다는 것은 무심하게 접속한다는 것이다. 다시 본다는 것은 사심으로 접속한다는 것이다. 관심이 생겼다는 표현이다.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되도록 밤낮없이 준비하고 있다. 전시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와 열정을 쏟아 토해 내는 것이다. 마라톤 하듯 달려온 시간이었다.

앞으로 개막까지 지치지 않고 남아있는 마지막 열정을 쏟을 것이다. 우리 관에 애정을 갖고 기다릴 관람객을 위해서…


글 | 이경효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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