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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 지역순회 공동기획전

우들 살던 섬, 영종 용유와 바다

지역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K-museums 지역순회 공동기획전’
‘K-museums 지역순회 공동기획전’은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박물관이 상호 협업하여 지역의 우수한 문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사업으로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고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종역사관은 2018년 개관한 인천광역시 중구에 소속된 공립박물관으로 인력과 예산 한계 등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공모에 참여하여 2021년 협력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공동기획전은 두 기관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소통의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었고, 전시 주제의 선정과 기획, 디자인, 홍보 등 전시 실무 전 과정의 협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협업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지역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공동기획전을 선보이게 되었다.

 

협업으로 새롭게 담아낸 공동기획전 <우들1) 살던 섬 영종 용유와 바다>
2021년 첫 번째로 개막한 영종역사관의 공동기획전 <우들 살던 섬 영종 용유와 바다>2021.06.25.~2021.12.31.는 1990년대 인천국제공항 건설과 대규모 도시개발 이전 영종도와 용유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조명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영종역사관의 상설전시실에서 다루고 있는 근현대 영종・용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전시를 개선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유물을 전시하고 글로 설명하는 전시에서 탈피하여 지역민의 이야기를 통해 영종・용유의 생업 문화를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하였다. 따라서 국립민속박물관과 영종역사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제보자 선정과 면담, 자료 조사 등을 진행하였고 조사된 내용을 토대로 전시를 기획하였다. 그 결과 영종・용유 사람들의 삶과 생업 문화를 새롭게 담아낼 수 있었다.


섬과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들려주는 영종・용유 이야기
영종국제도시는 1990년대 인천국제공항 건설로 인하여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바다가 메워져 하나의 섬이 된 장소이다. 영종과 용유는 전통적으로 농업과 어업을 비롯해 다양한 생업이 이루어졌던 섬마을로 대규모 도시개발로 인하여 사람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영종과 용유의 변화를 몸소 겪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들이 개척해온 삶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이번 전시는 1부 <함께 일군 너른 땅>, 2부 <거친 삶을 품은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함께 일군 너른 땅>은 농사를 지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다. 공항 건설 이전 영종・용유의 사람들은 농업을 주된 생업으로 살아가면서 농사철이 되면 품앗이로 농사를 짓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을제를 지내며 공동체의 삶을 살아갔다. 1부의 첫 번째는 집안 대대로 영종도에서 농사를 지었던 토박이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으로, 인터뷰 영상과 옛 사진, 농기구 등의 소장 자료를 통해 과거 영종도의 농촌 생활상을 담았다. 두 번째는 오리 농법으로 인천 최초 무공해 쌀을 생산했던 농부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으로, 20여 년간 꾸준히 작성해 그의 노력과 개인의 농업 변천사가 고스란히 담긴 ‘농사계획’ 등 농업에 관한 자료와 생생한 인터뷰 영상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과거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던 마을 제의祭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종도 산제의 첫머리에 해당하는 ‘백운산 산신제’와 과거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이 드나들던 구읍뱃터 옆 구읍마을에서 지냈던 ‘당제’의 마지막 모습을 엿볼 수 있다.

2부 <거친 삶을 품은 바다>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다. 영종・용유의 어촌마을은 어종이 풍족했던 1970년대까지는 매우 번성했던 장소로 어민들은 거친 파도에 맞서 평생 살아왔으며, 매년 어로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제를 열기도 하였다. 6・25전쟁 이후 유입된 피란민들은 바다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개척하며 삶을 이어갔다. 2부의 첫 번째 공간에서는 조기를 개가 물고 다닐 정도로 부유했으나 도시개발로 사라지게 된 예단포 마을의 이야기와 변화된 어촌 마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으며, 성대하게 열렸던 예단포 풍어제의 기억과 2006년 마지막 행해진 모습도 담겨있다. 2부에서는 6・25전쟁 이후 영종도와 용유도에 정착한 피란민들의 이야기도 보여준다. 용유 늘목염전에서 50년 넘게 염업에 종사한 염부장의 삶을 통해 과거의 염업 문화를 살펴볼 수 있으며, 용유도의 거잠포 해안가에 조선소를 만들어 육백 척의 배를 지은 배목수의 이야기를 통해 황금어장으로 불리었던 영종・용유의 어업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신불도의 굴 양식장을 함께 개척한 피란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적 삶에 대하여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용유도의 부속 섬인 소무의도의 떼무리 마을 이야기도 소개한다. 대를 이어 새우를 잡은 토박이 어부의 이야기를 통해 새우가 많이 잡혀 ‘새우 섬’이라고도 불릴 만큼 풍부한 어장이었던 소무의도의 과거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벽해상전碧海桑田, 영종과 용유를 돌아보며 미래를 그리는 자리
<우들 살던 섬 영종 용유와 바다>는 영종・용유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나온 세월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 공감과 추억의 장을 만들고, 오늘날 영종국제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지나온 과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벽해상전이 된 영종과 용유는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장소이다.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곧 지역의 역사와 문화이며, 이들이 있기에 오늘날 영종국제도시가 존재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영종・용유 사람들의 고난 어린 삶과 고향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변화된 영종국제도시의 미래를 함께 그리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1) ‘우리들’의 영종 용유 방언


글 | 김연희_영종역사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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