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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 어린이박물관 온라인 교육

지금 박물관이 배달 갑니다.

“마스크 착용해주세요”, “열 체크 하겠습니다”, “손세정제 사용해주세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들어온 터라, 이젠 익숙하기까지 한 요즘의 일상이다. 지난 겨울 찾아 온 코로나는 4월이면 괜찮겠지, 여름이면 물러가겠지, 하다가 이제는 아예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 교육이 문을 닫고, 경제가 주춤하고 문화가 잠시 멈췄다. 하지만 멈춤은 짧았다. 원격수업, 재택근무에 이어 온라인 전시 등 교육, 경제, 문화예술 여러 분야에서 비대면으로 숨 가쁘게 변화했다. 박물관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 교육과는 좀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한 교육이었다. 교과서 속에 있는 유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고, 그 유물 앞에 철푸덕 앉아 생각을 할 수 있는 교육, 찾아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길 바랐던 마음에서 방문하는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가 반가웠던 교육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박물관에 아이들이 없다. 비대면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져 볼 새도 없이, 이제는 박물관이 아이들을 찾아가야 했다. 그것도 랜선으로 말이다.

<열두띠 이야기> 온라인 교육

아날로그로 똘똘 뭉친 내가 디지털을 공부해야 하고 온라인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니 막막했지만, 함께 하는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준비해나갔다. 그 처음이 쌍방향 실시간 온라인 교육이다. <100년 전 조선, 누가 주문한 그림일까>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전시 연계 실시간 온라인 교육이다. 아이들과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이 함께 그림을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으로 기획할 생각이었으나, 코로나 비상상황으로 인하여, 전면 수정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풀어야 하는 기술적인 부분은 우리 교육팀이 익혀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지만, 문제는 아이들이 교육 시간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였다. 이미 학교 교육도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아이들은 수많은 영상으로 학습하고 있었던 상황 속에서 과연 박물관 콘텐츠로 선택받을 수 있을까. 우리 팀은 이 걱정을 오히려 목표점으로 잡고, 아이들의 눈과 귀와 손을 붙잡을 수 있도록 그림과 스토리를 준비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림을 보게 되고, 그림을 보며 미션을 해결하다 보니, 그림을 자세히 알게 된다. 그리고 활동지 대신 실제 전시되어 있는 기산 그림을 70% 축소하여 원본과 유사한 판형으로 교육 전에 배송해 주었다. 국립민속박물관 휴관으로 인하여 전시를 볼 수 없으니, 전시 중인 그림을 집에서 받아 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더불어 이 그림은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다. 비록 인쇄본이지만 참여자들이 귀하게 받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곱게 인쇄하고 정성들여 포장하여 집으로 배송하였다.

드디어 교육 오픈한 날, 화면에 참여자 한 명씩 얼굴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코로나가 안겨준 새로운 경험이었다. 참여자들은 우리가 보내준 그림을 보며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웃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온라인 교육이 말이 되냐’며 의기소침했던 생각이 흔들렸다. 제발 방송사고만 없길 바랐던 마음이 무색하리만큼 교육 시간은 즐거웠고 빨리 지나갔다. 총 10회 113명이 참여했다.

교육이 끝나고, 랜선을 타고 들어온 설문 응답 내용을 보고 내심 흐뭇했다. 교육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된 전시, 참여자가 그 전시를 보러 오겠다고 하면, 그건 교육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이 묘해졌다. 대면 교육에만 익숙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용기를 얻어 영상도 만들어 올려보았다. <조선 좀비가 나타났다!> 영상은 과거에도 전염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조상들이 전염병에 대처했던 지혜들을 이야기하며, 조상들이 잘 이겨내 왔듯이 우리도 잘 이겨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작년과는 다른 여름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과 지금 이 시대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획하였다. 여행도 못가고 친구도 못 만나는 여름 방학, 주변에는 어른들 말투로 코로나 관련 뉴스만 가득이다. 이러한 상황을 어린이 시선에서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힘든 시기 달라진 우리의 일상을 공유하며 함께 코로나 블루를 이겨나가길 바랬다. 영상을 만들어 박물관 홈페이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고 어린이들의 달라진 일상과 고민을 메일로 받았다. 다른 방식이지만 다시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이 변화에 잘 적응한다는 사실이다. 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속상해요”라고 말하는 순간에도 이미 온라인이라는 다른 방법으로 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모두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이 변화 속에서 하나씩 방법을 찾아가고 있으며, 나름대로 소통하고 있었다.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역시 사람이다.

코로나19 상황이 확산되고 수도권은 방역 2.5단계로 강화되었다. 여전히 박물관은 휴관이다. 오늘 우리는 유아 대상 온라인 실시간 교육 하나를 새로 오픈했다. <괜찮아 괜찮아> 교육은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골골이와 인형친구들’ 전시 연계 온라인 교육이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구연동화로 기획하였다. 구연동화가 끝나면 사후 활동으로, 미리 제공한 인형 키트를 이용하여 나만의 인형친구를 만들 수 있다. 내일은 <열두띠 이야기> 온라인 교육이 예정되어 있다. 유아 대상 교육으로 열두띠 이야기와 교구상자 안에 있는 열두 동물과 관련된 실물 자료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친구들~ 선생님 이야기가 잘 들리면 머리 위로 동그라미 해주세요!” 선생님의 요청에 따라, 작은 손으로 저마다 머리 위로 나름의 동그라미를 만들었던 화면 속의 아이들을 떠올리니 자꾸 웃음이 나온다.

 

온라인 교육은 손이 많이 간다. 치밀하게 시간 조절도 해야 하고, 시나리오도 시간에 맞추어 틈새 없이 짜 놓아야 한다. 손에 쥐어 줄 것이 없으니, 참여자의 관심을 붙들어 놓을 수 있도록 더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네트워크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모든 게 허사다. ‘진짜 만나서 교육하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온라인 교육만의 매력도 있다. 부산에 있는 친구, 서울에 있는 친구, 전남 어디에 있는 친구가 이동 시간 없이 함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원거리에 있어서 교육 시간에 맞춰 찾아올 수 없는 고객에게 박물관이 찾아가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제 고객은 그 자리 거기에 있어주면 된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증가한 온라인 서비스, 우리는 오늘도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구매하고, 음식을 주문한다. 배달 음식 온라인 주문 플랫폼이 활성화되었듯이, 박물관도 온라인에서 장바구니를 만들까. ‘오늘은 달달한 전시 하나, 재미진 교육 하나! 장바구니에 쏙~’ 온라인 배달의 편리함을 잘 알지만, 아직은 사람과의 만남이 익숙하고 그립다. 다시 아이들이 박물관에 온다면, 이 말은 꾹꾹 눌러 담아놓고 꺼내지 않고 싶다. “손대지 않아요. 눈으로 보세요.” 전시장에서 으레 했던 말들이다. 물론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전시물은 보호와 보존을 위하여 만지지 않아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요즘 같아선 왠지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어렵게 오셨으니 실컷 보시고, 맘껏 손 대보세요.” 혼자 상상으로 허세를 부려본다. 그렇게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내일은 또 어떤 교육을 랜선으로 배달 갈까 또 고민에 잠긴다.


글 | 변정숙_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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