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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담아듣는 | 박물관 사전편찬팀

민속문화를 집대성하다! 살아있는 사전,
국립민속박물관 사전편찬팀

국립민속박물관의 사전 편찬에도 어언 17년의 역사가 서려있다. 2004년 『한국세시풍속사전』을 시작으로 매년 분야별로 사전을 발간해 오고 있는데, 올해는 『한국생업기술사전-농업편』과 『한국민속극사전』 다국어편이 발간을 준비 중이다. 1년 만에 하나의 분야를 집대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1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는, 사전 뒤에 가려진 ‘살아있는 사전’, 사전편찬팀을 만나 보았다.

사전 편찬과 박물관의 필연적 관계
박물관에서 사전을 만든다는 것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전을 만드는 곳이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 듯이, 민속문화와 관련한 사전을 민속박물관에서 만드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사전편찬팀의 기획과 총괄을 맡은 강경표 연구사 또한 박물관과 사전 편찬은 필연적인 흐름이었다고 말한다. “박물관의 여러 역할 중에서 교육과 홍보의 일환으로 사전 편찬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민속문화’라는 것이 정형화 되어 있는 게 아닐 뿐더러 학제적으로 명확히 정립되어 만들어진 게 없었다는 것이 사전을 만들게 된 이유일 수 있겠네요. 관내에서 민속문화에 대한 기초자료를 구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학습과 참고가 가능한 해설서를 만들고자 했고, 그것이 사전 편찬으로 이어졌습니다.”

각자의 사전 편찬 기준을 세우다
가장 먼저 김혜영 연구원이 ‘방향성’이라 말한다. “원고를 집필하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편집자의 관념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민속학적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사전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물들은 만든 이의 가치관과 생각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사전은 집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는 지양하고, 학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관점에서 서술하여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전통문화의 특징이 함께 드러날 수 있도록 서술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사빈 연구원도 방향성과 함께 객관성을 중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집필하기에 신뢰할 만한 내용으로 구성되겠지만, 저희는 그것이 객관적인 내용인지 여러 방면으로 확인하고 검증하며 공신력 있는 지식체계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객관성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요즘은 모르는 게 있으면 포털 검색을 통해 사전을 이용하게 되는데 손쉬운 검색만큼 우리는 많은 양의 무분별한 정보를 사실처럼 이용하게 된다. 이사빈 연구원은 이를 가장 경계하며, 사전을 만들 때만큼은 객관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팀에서 근무하다 올해부터 사전편찬팀으로 온 황동이 연구원은 조사팀에 있을 때보다 사전편찬팀에 오고난 후 오히려 분류체계의 중요성을 느꼈다면서 “사전이 한 분야를 집대성하는 만큼 항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야 하며, 그 분류체계를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가장 우선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한 분야를 1년 안에 최대한 풀어내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협업과 팀워크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류건욱 연구원, 사전을 만들면서 접하는 방대한 지식 속에서 작은 궁금증도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호기심과 끈기가 사전을 편찬할 때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은현정 연구원까지. 사전편찬팀원 모두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사전을 편찬하고 있었다.

가장 전문적이자 가장 대중적인 사전
매년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이 주제별로 발간되면서 민속문화에 대한 지식 체계가 구축된 것은 물론, 관내 연구 성과들이 쉽게 대중에게 보급되어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문화를 설파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전편찬팀이 사전을 만들며 가장 뿌듯함을 느끼고 자부심을 지니는 부분이기도 한데, 강경표 연구사가 사전의 가치를 논할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가장 전문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이다.”
관내 연구 성과물 중에서 가장 전문성을 띄는 게 사전이지만, 활용 가치도 가장 높은 것이 사전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의견이 충돌할 때나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할 때 등 고증 논쟁이 펼쳐지면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이 그 증거로서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팀원을 비롯한 모두가 사전의 활용 가치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더불어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활발한 이용만큼이나 사전편찬팀도 살아 있는 사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전편찬팀의 업무 중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문의전화에 대한 응대인데, 다른 기관이나 과를 돌고 돌아서 결국 최종 도착지는 사전편찬팀이 되곤 한다. 실제로 문의 해결이 잘 되는 편인데, 사전을 집필하는 저자들과 해당 지식에 대한 자료 사이의 중매자 역할을 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이라도 안내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전편찬팀이 살아있는 사전이 되어 해당 지식에 대한 저자와 자료를 시민에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사전편찬팀은 우리 생활과 관련한 대부분의 것이 민속의 틀 안에서 설명이 가능하다며, 연구 성과가 누적되지 못한 최근의 문화들도 사전 편찬 시 여러 기준과 방침을 준수하는 선에서 수록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예를 들면 식생활 사전에 ‘돈가스’와 ‘라면’을 넣고, 주생활 사전에 ‘고시원’, ‘오피스텔’을 넣는 것, 의생활 사전에 ‘웨딩드레스’를 수록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민속은 생활이기에 현재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부분을 찾아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사전편찬팀의 노력에 사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특별히 애정 하는 사전 one pick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고 제 자식은 다 예쁘다지만 팀원 모두 자신이 만든 첫 번째 사전에 특히 애정이 간다고 말한다. 이사빈 연구원은 『한국민속예술사전』이 특별하게 여겨진다며, 민속이라고 하면 옛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한데 ‘예술’이라는 범주에서 민속을 다루어 민속문화의 외연을 확장시켜준 계기가 된 사전이라 가장 ‘예쁜’ 책이라고 말한다. “예쁜 건 의생활사전이에요!” 류건욱 연구원은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전은 『한국의식주생활사전-의생활편』이라며 예쁜 걸로 따지면 의생활 사전이 1등이라고 말한다. 반면 『한국일생의례사전』을 만들 당시, ‘상례’를 담당했던 은현정 연구원은 1년 동안 우울함에 시달렸다며 한국일생의례사전이 특별하다고 말한다. 주제의 특성상 무덤 사진도 많은데다 사진 대부분 회색빛이라 일상생활도 어두운 회색빛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모두들 사전을 만들다 생긴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올해 만들고 있는 사전에 대해 2020년 발간 예정인 사전은 『한국생업기술사전-농업편』과 『한국민속극사전』 다국어편이다. 『한국생업기술사전』은 농업, 어업, 상공업으로 나누어 2020년부터 매년 1권씩 발행되며, 『한국민속극사전』은 2015년 발간된 『한국민속예술사전-민속극편』을 영문, 서문, 중문으로 번역하여 발행될 예정이다. 다국어편은 외국에서도 그 인기가 높아 사전편찬팀 모두가 분주히 발간을 준비 중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들어진 모든 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folkency.nfm.go.kr)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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