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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지

신을 위한 공연에서 인간을 위한 공연으로, 인도 쿠티야탐

오늘 이 시간도 여전히 신이 생활 속에 살아 있는 곳 인도, 그 곳에 신에게 바치는 공연 쿠티야탐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러 다녀왔다.

 

쿠티야탐은 인도 남부 케랄라Kerala 지역에서 연행되고 있는 산스크리트어 연극Sanskrit theatre이다. 인도에 현전하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공연예술로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신에게 바치기 위한 공연으로 시작된 쿠티야탐Kutiyattam은 쿠탐발람Kuttampalam이라고 불리는 사원 안에 있는 전용극장에서만 행해지고, 신을 위한 성스러운 공연으로 여겨져 20세기 이전에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비밀스러운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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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탐발람 내부와 공연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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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티야탐의 역사와 사회적 의미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는 나라야난 교수

 

현지에서 만난 연구자 나라야난M.V. Narayanan 교수에 의하면 쿠티야탐은 역사적으로 12세기에서 15세기 사이에는 공연이 사원 의식의 한 부분이 되었고, 17세기까지도 사원 내에서만 행해졌다고 한다. 이 후 사원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점차 개방되어 20세기에 들어 대중들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인도 사회의 근대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보았다.

 

종교의식에서 출발해서인지 쿠티야탐은 출연자의 의상은 물론이고 분장, 무대까지 공연의 준비 과정부터 하나의 의식을 치르듯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세심하게 준비한다. 특히 공연자의 얼굴 분장은 두 세 시간이 걸릴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것으로도 유명해서 배우들은 누워서 분장을 받는다. 쿠티야탐 공연자의 신체 표현은 눈짓과 손짓이 주가 되어 공연자의 얼굴분장은 핵심적인 부분이다. 전통적인 쿠탐발람 내부의 공연 무대는 사방이 어두운 곳에서 오직 하나의 불빛이 공연자의 얼굴 부분을 비춘다. 공연의 모든 초점이 분장한 공연자의 얼굴에 모아지기 때문에 공연자의 표정을 극대화시켜주는 분장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연 분장과 소품 제작의 권위자인 람모한P. M. Ramamohan, 1947년 생 교수는 쿠티야탐을 비롯한 전통 공연의 분장과 의상의 대가이다. 그의 디자인 노트엔 전통에 기반을 두고 새롭게 디자인한 스케치들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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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예전’에는 쿠티야탐 공연자들이 바나나 잎사귀 등 자연물을 접거나 묶어서 입고 공연을 했다고 한다. 이 후 공연이 체계화되면서 점차 전문 디자이너에 의해 의상이 제작되었다. 쿠티야탐 공연 복식에서 중요한 부분이 금색을 입힌 장신구와 소품이다. 특히 장신구와 소품은 나무를 깎아 밑 조각을 한 위에 얇은 금박종이를 붙여 만드는 것으로 고도의 수공예 솜씨로 제작된다. 현재 케랄라 지역에 장신구를 만드는 장인은 한 두 가족 밖에 남아있지 않다.

 

현지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가 만난 라먼쿠띠Ramankutty, 1949년 생씨는 현재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쿠티야탐 및 공연 복식 장신구를 제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1960년대 인도의 문화를 연구하는 서양연구자들과 인도 현지 학자들이 맥이 끊긴 전통 공연을 조사하고 공연 장신구 제작자를 발굴하는 작업을 했다. 근방에서 이름난 솜씨 있는 목수였던 라먼쿠띠의 아버지는 이 연구자들에 의해 발굴되어 공연 장신구 제작을 시작했고 라먼쿠띠를 거쳐 현재는 아들까지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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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티야탐 소품을 제작하고 있는 라먼쿠띠씨.
하누만 복식을 착용을 완료한 모습

하누만 복식 착용을 완료한 모습

 

현전하는 전 세계의 무형유산들이 끊김 없이 형식과 내용의 역사적 맥락을 이어가는 것은 어디나 쉽지 않은 듯하다. 남인도 케랄라주 코친에서 만난 쿠티야탐과 관련된 현장과 자료들 역시 적지 않은 부분이 20세기 이 후 새롭게 발굴되거나 되찾은 전통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전통과 전승’, ‘모방과 창작’, ‘발전적 계승’ 어디에 무게를 실어야할지 늘 고민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에 반추해보면,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창작을 통한 발전적 계승의 길을 적극적으로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글_김윤정 |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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