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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지

“국립민속박물관은 ‘맛있는’ 박물관입니다”

연 초마다 그 해의 동물에 관한 전시를 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은 무술년戊戌年을 맞아 ‘개’에 관한 「공존과 동행, 개」를 전시하고 있다. 옛 그림과 문헌뿐만 아니라 추억 속 교과서, 개를 주제로 한 현대미술 작품,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와 인간의 밀접한 관계를 바라볼 수 있게 한 전시 구성이 눈에 띤다.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관장을 만나 신년 메시지와 개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2018년 준비 중인 전시와 행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새해를 맞아 간단한 인사말을 부탁한다.

천진기 관장이하 천진기_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남북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뀌어 동북아시아 정세도 안정되면 좋겠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전 세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가장 사랑 받는 박물관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Q. 올해는 무술년 개띠해다. 어떤 의미를 가진 해인가?

천진기_무술년戊戌年은 ‘황색 개의 해’라는 의미다. 노란색의 최고봉인 ‘황금색’을 붙여 ‘황금 개띠’라고 한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보통 어휘 앞에 접두어 ‘개’가 붙으면 어설프고 부족하다는 의미로 많이 쓴다. 일상에서도 ‘개’ 자가 들어간 형용사는 비천의 상징으로 쓰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멋지다’, ‘최고다’라는 뜻으로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을 때 ‘개-’라는 접두어를 붙인다. 또한 요즘 TV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등 반려견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해서 젊은이들에게 개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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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개띠 해 특별전 「공존과 동행, 개」

 

Q.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공존과 동행, 개」 전시가 진행 중이다. 관람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만한 것이 있다면?

천진기_국립민속박물관은 매년 연말연시에 그 해의 동물에 관련한 전시를 연다. 사람들은 그 해의 동물을 일종의 수호신으로 여긴다. 그 동물이 가진 덕성을 찾아 서로 덕담을 나누고 소원을 빌곤 한다. 개는 열두 개 띠 동물 가운데 가장 비천하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과 가장 친근하게 지내온, 인간과 ‘동행하는’ 동물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호, 공존, 동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인간과 개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전시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유물 중에 개와 관련한 것이 얼마나 있는지, 그 안에 개가 몇 마리나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전시를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Q. 개인적으로 ‘개’와 관련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천진기_개와 관련한 그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오동폐월도梧桐吠月圖」다. 오동나무 아래 앉은 개가 둥근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짖는 그림이다. 보름달은 전통적으로 완전함, 풍족함, 행복을 의미한다. 오동나무를 집 안에 심는 건 가정과 지역, 국가의 평화를 기원하는 것이다. 동물생태학자들에 따르면, 개는 늑대과 동물이라 보름달이 뜨는 시기를 전후로 활동량이 가장 왕성하다고 한다. 또 해가 지고 난 후부터 그 다음 날 해 뜨기 직전까지 개의 감각은 매우 날카로워진다. ‘개 술’ 자와 ‘지킬 수’의 형태가 굉장히 비슷하다. ‘나무 수’와 ‘지킬 수’는 발음이 같다. 캄캄한 밤 오동나무 아래 휘영청 밝게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짖는 개, 이 개는 바로 좁게는 집안의 행복, 넓게는 태평성대를 지키는 것이다. 김홍도의 「점심」도 흥미롭다. 농부들이 옹기종기 모여 참을 먹는데, 그 옆에 늠름하고 점잖게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개 한 마리가 인상적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예로부터 개와 인간은 어떤 관계였는지,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본 개는 어떤 존재인지, 그림 속 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게 한다.

「오동폐월도梧桐吠月圖」, 조선시대_가회민화박물관 소장

김홍도, 『단원 풍속화첩』 중 「점심」, 보물 제527호_국립중앙박물관 소장
Q. 기획 전시 외에 올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행사들을 추천해달라

천진기_세계의 소금을 다룬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3년간 자료를 수집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사진집도 출판했는데, 드디어 전시를 선보이게 됐다.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소금을 통해 지구 전체의 공존과 공영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를 가진 매우 중요한 전시다. 또한 유물 관련 자료 수집 10주년을 맞아 「아카이브 10주년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호미’를 예로 들면, 박물관에 전시된 것은 전체의 2% 뿐이고 나머지는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 아카이브에서 ‘호미’를 검색하면 호미와 관련한 풍속과 일상에 대한 그림, 사용 방법 등 호미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도 호미를 종합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유물 중심의 다른 박물관에 비해 국립민속박물관은 아카이브 자료 수집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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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18년, 국립민속박물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궁금하다

천진기_박물관을 단순히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러 오는 곳’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화와 역사를 앎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험 중 하나는 바로 ‘맛’이라고 생각한다. 군산 이성당의 팥빵, 대전 성심당의 고로케 등 사람들은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 먼 길 마다 않고 찾아가 그 맛을 ‘경험’ 한다. 나는 박물관의 ‘맛’을 개발하고 싶다. ‘맛있는 박물관.’ 많은 분들이 박물관에 ‘놀러간다’는 마음으로 오시면 좋겠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쟁 상대는 다른 박물관이 아니라, 놀이공원이다. 놀이공원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누구나 언제든 따라나서고 싶은 문화 공간이 되면 좋겠다. 또한 올해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고 수장고에 잠자고 있는 98%의 유물을 공개하는 개방형 수장고 및 정보센터를 파주에 착공한다. 누구나 들어와서 체험할 수 있는 ‘열린 수장고’인 셈이다. 2020년 개관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Q. 국립민속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천진기_국립민속박물관은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전체 관람객의 70%에 달하는 ‘외국인이 좋아하는 박물관’이다. 연간 외국인 관람객 수가 1백만 명을 넘는 박물관은 대한민국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이 유일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오면 한국인이 하루 동안 한 달 동안 일 년 동안 평생 동안 어떤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살았는지 알 수 있다. 유물 자체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닌, 유물을 매개로 한 생활 문화를 충실히 복원해 놓은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Q. 올해도 어김없이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을 관람객과 웹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천진기_“많이 놀러오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서는 학술적으로 증명된 전통 민속 문화에 대한 재미있는 자료를 찾아보고,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또 전국 곳곳의 크고 작은 지역 박물관과 함께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니 가족과 함께 마음껏 즐기시기 바란다.

소금의 역사에 묻어난 인류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다루는 세계의 소금에 대한 전시, 아카이브 10주년 특별전 등 국립민속박물관의 ‘재미있는 박물관 프로젝트’는 계속될 예정이다. 파주 열린 수장고가 문을 열면 그곳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한국의 민속을 얼마나 폭넓게 경험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국립민속박물관 관람객, 더 나아가 우리 국민들이 ‘박물관에 놀러간다’는 말을 너도 나도 하게 되는 그날까지, 국립민속박물관은 끊임없이 재미있는 박물관으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는 천진기 관장의 바람처럼 말이다.

 

 

글_웹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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