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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민속

새해엔 왜 떡국을 먹었을까?

 

떡국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장 독특한 우리고유의 전통음식이다. 설날이면 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으며 소원을 빌고 덕담을 나누는 것이 우리네 전통이다.

떡국은 떡을 넣고 끓여낸 탕이라고 해서 병탕餠湯, 떡국 겉모습이 희다고 해서 백탕白湯, 병갱餠羹 등으로도 불렸다. 이 새 하얀 떡국은 ‘새해의 상징’과도 같아 이 날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해 첨세병添歲餠이라고도 했다. 어린 시절 떡국을 여러 그릇 먹으면 빨리 어른이 되는 줄 알고 한 번에 무리해서 2~3그릇을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천지만물 시작되는 엄숙한 날
깨끗한 흰떡으로 끓인 떡국 먹어

 

설날 떡국의 흰색은 천지 만물이 부활하고 새롭게 성장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불린 우리나라는 새롭게 시작하는 첫 날에도 특유의 의미를 부여한 것인데, 새롭게 시작하는 일 년을 깨끗하고 정갈한 마음가짐으로 맞이하고자 흰 떡국을 끓여먹었다. 우주 최초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하고, 묵은 때를 씻고 흰색처럼 깨끗해지자는 뜻도 있다.

이런 떡국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떡국을 먹었을까. 떡국의 역사에 대해 정확히 나와 있는 문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떡국을 먹기 시작한 시기는 고구려 유리왕琉璃王, 재위기간 BC 19년 ~ AD 18년 이전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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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따르면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아주 오래된 것으로 상고시대上古時代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먹었던 음복음식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세시풍속을 담은 열량세시기와 동국세시기에는 떡국이 차례와 세찬歲饌에 꼭 필요한 음식으로 기록된 걸 보면 부족국가 시대부터 먹어온 절식節食임은 확실한 것 같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사실 고려 이전 우리의 주식은 쌀밥이 아닌 떡이었다고 하는데, 여러 끼니 분의 쌀을 갈아 함께 떡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그런데 떡은 놔두면 수분이 증발해 굳기 때문에 먹기가 어려웠다. 선조들은 굳은 떡을 부드럽게 먹기 위해 국물에 넣어 먹기 시작했고, 오늘날의 떡국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도 한다.

가래떡, 재산 늘어나라는 축복과
무병장수 기원하는 염원 담아

 

떡가래의 모양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길쭉하게 뽑아낸 가래떡은 양의 기운을 상징한다. 떡을 길게 늘려 뽑는 이유는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축복과 가늘고 긴 가래떡의 형태처럼 가족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있다. 또한 가래떡을 둥글게 써는 이유는 둥근 모양이 마치 엽전의 모양과 같아서 새해에 재화가 풍족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져 있다.

이처럼 그 많은 떡 중에서도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며 희고 정갈한 모양의 가래떡을 먹는 것은 소박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한해를 맞았던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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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먹고 설쇠기 행사-떡국재료_출처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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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떡국_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한편, 떡국은 원래 빨갛고 맵다는 인식을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다. 특히 끓일 때부터 떡을 넣는 특성상 녹말성분이 배어나와 일반적인 국 요리와 달리 스프처럼 걸쭉해져서 국물을 좋아하는 우리 식성에도 잘 맞는다. 떡국은 국물이 맛있어야 하는데 쇠고기가 흔해지기 전까지 꿩고기를 다져서 끓인 맑은장국이 떡국에 많이 쓰였다. 이제 시대가 변하면서 꿩고기 대신 닭고기를 넣고 끓인다.

요즘에는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매생이와 굴 등을 넣은 건강 떡국이 대세다. 또 가래떡도 백년초, 단호박, 쑥, 모시 잎. 흑임자 등을 넣은 다양한 색깔의 웰빙 떡으로 변신을 꽤하고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새해에 먹는 음식으로 사랑 받아온 떡국에는 가래떡처럼 길게 오래 살게 해달라는 장수의 소망과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소원이 담겨 있다. 꿈은 이뤄진다고 했으니 새해 첫 날 떡국을 먹으며 한 해 건강과의 이재理財 꿈을 다져보는 것도 좋겠다.

글_ 이성희│푸드칼럼니스트
푸드칼럼니스트이자 (사)한국음식문화진흥연구원장으로 KBS 2TV <생생정보>, SBS 대전방송 <생방송투데이>에 출연해 식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대전세계조리사대회 자문위원, 한식세계화요리경연대회 심사위원, 충청남도 외국인이용 음식경연대회 심사위원 등 식음료부분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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