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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요법’, 약일까? 독일까?

최근 한국사회에서 민간요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건강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민간요법에 대한 정보가 제공될 뿐만 아니라, 불치병을 판정 받았던 연예인이 민간요법을 통해 병을 극복했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방송에 등장한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의 영역이 점점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민간요법은 건강과 관련하여 인기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민간요법은 사회문제와 관련하여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민간요법의 이름으로 판매하거나, 일부 종교단체에서 치료를 빙자하여 허가 받지 않은 의료를 시술하였다는 사건보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민간요법에 대한 상반된 태도는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록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식민지 시기는 의료민속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시기이다. ‘서양의학과 한의학, 그리고 민간요법’이 ‘의사와 의생, 그리고 그 외의 사람이 행하는 것들’로 제도적으로 구분되기 시작하였으며, 세 가지의 의료체계와 그것을 둘러싼 법규가 어우러져 복잡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 시기의 신문에는 치료행위에 대한 계몽 기사나 서양의학의 효험, 민간요법의 효험 등에 대한 기사가 실렸으며, 이 글에서 다루는 기사들을 민간요법에 대한 당시의 상세한 내용과 사회적 인식을 담은 1차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은 1921년부터 1940년까지 동아일보에 실린 민간요법 관련 기사를 대상으로 민간요법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인식을 보고자 한다. 이 시기 동안 민간요법과 관련하여 총 128건의 기사가 게재되었는데, 민간요법이라는 용어 외에도 민간비법, 미신치료 등의 용어로 지칭되었다. 민간요법이 적용된 질병과 질환의 종류는 감기, 결핵, 홍역, 이질, 장티푸스, 매독, 말라리아, 성홍열 등 전염성 질환부터 불임, 난산 등 산부인과 질환, 위산과다·결핍 등 위장질환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정력을 증진하기 위해, 몸보신을 위해서 적용된 사례가 게재되기도 하였으며 그 외에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 실수로 돌을 먹었을 때,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수은을 마셨을 때, 정신질환, 미친개에 물렸을 때, 숙취해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 민간요법이 기사에 등장한다. 치료방식 역시 매우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경 읽기나 푸닥거리 외에도 동식물, 광물을 약으로 복용하거나 죽은 인간의 신체, 뼈나 장기, 분뇨 등을 약리적으로 이용하여 치료를 시도한 방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민간요법들은 미신이라며 비판을 받거나 생활에 유용한 것으로 장려되기도 하였다.

 

민간요법에 대한 비판은 서양의학을 기반으로 한 전문가주로 의사와 사회운동가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들은 병의 원인이 인체의 생리학적 문제나 세균 등이므로 굿이나 경을 읽는다고 해서 병을 고칠 수 없으며 병원을 찾을 것을 촉구하였다. 특히 사회진화론에 기반하여 민간요법을 비판하는데, 사회진화의 법칙에 의해 과학적 사회가 도래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에 기도로서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것은 일종의 미신임을 주장하였으며,그림 1 1934년에는 무녀취체법규巫女取締法規가 제정되며 굿, 푸닥거리, 경읽기 등 무속인의 의료행위가 단속과 통제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비되어 동식물, 광물 등을 사용한 민간요법들은 일상생활에 유용한 것으로서, 병원을 이용하지 못할 상황에 이용하도록 소개되었으며 일부는 서양의학에 기반을 둔 의사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예를 들어 여름철 과일을 이용한 민간요법그림 2, 곤충을 이용한 민간요법그림 3 등은 유용한 것으로 평가 받았으며, 1936년 2월 2일에 실린 기사의 표제 ‘실험해서 효과를 본 화상火傷의 민간요법’그림 4에서도 드러나듯 실험해서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것 역시 민간요법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요약하면, 민간요법 중에서 약리적으로 그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사용해도 괜찮은 것으로 여겨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약리적인 요법이 유용한 것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사체나 신체의 일부분을 이용한 민간요법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기도 하였다.그림 5

 

민간요법에 대한 상반된 태도를 밝히는 것은 오늘날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무엇이 민간요법이라 칭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어디까지를 안전하고 합법적인 의료행위로, 의료행위자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의료기술과 지식, 약물 등과 같이 검증 가능한 것부터 금기나 의례 등 신념에 이르기까지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실천 해 온 치료체계를 연구하는 분야를 민족의학Ethnomedicine이라 한다. 이 분야는 의학과 과학의 영역임과 동시에 그것이 실천되는 사회·문화적 영역과도 얽혀 있으며,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온 문화를 연구하는 민속학이 기여할 바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아래의 신문 기사는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34.12.04 동아일보 4면 사회 기사
그림 1. 민간요법 비판 기사
「疾病治療上질병치료상으로 본 民間秘法민간비법(迷信미신)에 對하야 (7)」
1934.12.04 동아일보 4면 사회 기사
1933.08.04 동아일보 4면 사회 기사
그림 2. 민간요법 소개 기사
「여름과실은 약도 된다」
1933.08.04 동아일보 4면 사회 기사
 1935.07.31 동아일보 6면 사회 기사
그림 3. 민간요법 소개 기사
「민간치료 여름에 버러지로 맨든 묘약 죽을병을 치료해」
1935.07.31 동아일보 6면 사회 기사
.02.04 동아일보 5면 사회 기사
그림 4. 민간요법 소개 기사
「실험해서 효과를 본 화상火傷의 민간요법」
1936.02.04 동아일보 5면 사회 기사

 

1934.04.18 동아일보3면 사회 기사
그림 5. 민간요법 비판 기사
「掘塚굴총하야 兒屍折脚아시절각 精神病治療정신병치료에 烹食팽식
1934.04.18 동아일보3면 사회 면

 

글_ 이인혜 |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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