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사람들

오늘의 일상이 내일의 민속이 되다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사전팀

정리 편집팀

매일 먹는 음식과 익숙한 동네 풍경, 오랜 세월 이어 온 생활문화까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는 한 시대의 삶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사전팀은 과거와 현재의 민속을 기록하고, 흩어진 지식과 자료를 모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만들어 간다. 사라져 가는 문화를 넘어 오늘의 일상을 미래에 전하는 사전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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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권민재, 사지혜, 김미쁨, 왕서현, 백민영, 장윤정, 이은서

먼저 민속연구과 사전팀은 어떤 일을 하는 팀인지 소개해 주세요.
백민영 전문위원 사전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적된 방대한 민속 자료를 집대성하고, 흩어져 있는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지식 자산으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민속학·인류학·역사학·국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자료와 현장 조사 자료, 박물관 소장품을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들과 협업해 주제와 표제어를 선정하고, 집필과 검토를 거쳐 사전을 발간합니다.
책 발간에만 그치지 않고 영어·중국어·스페인어 번역과 온라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 대중은 물론 콘텐츠 제작자와 교사, 연구자 등 다양한 이용자가 민속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민속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전팀에서 다루는 분야가 유물·상징·세시풍속 등 매우 다양합니다.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면서도 사전팀의 모든 업무를 관통하는 공통된 목표는 무엇인가요?
백민영 전문위원 사전팀의 공통된 목표는 사라져 가는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동시에, 오늘날의 문화를 미래 세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민속을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삶의 방식과 의미를 미래에도 이해하고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권의 사전이 완성되는 과정을 이야기해 주세요.
백민영 전문위원 먼저 사전의 주제와 범위를 정하고, 이에 적합한 표제어를 선정합니다. 이후 주제에 따른 집필 지침을 수립하고, 해당 분야의 연구자를 섭외해 원고 집필을 의뢰합니다. 원고가 들어오면 사전팀에서 집필 지침에 맞게 작성되었는지 자체 검수를 진행합니다. 원고와 관련된 사진과 도판, 유물 등의 자료도 수집·정리합니다. 이러한 자료가 원고의 내용과 적절하게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이후 전문가 감수를 거쳐 원고의 정확성과 신뢰성, 공신력을 확보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원고는 편집과 교정을 마친 뒤 한 권의 사전으로 발간됩니다. 인쇄본으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에도 탑재해 국내외 누구나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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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대백과사전 누리집(folkency.nfm.go.kr) 메인 페이지

기존 사전을 개정·증보하는 작업은 처음부터 사전을 만드는 일과는 또 다른 과정일 것 같습니다. 『한국세시풍속사전』 정월 편을 개정·증보하면서 어떤 부분을 새롭게 보완했나요?
백민영 전문위원 기존 사전을 증보하는 작업은 축적된 자료를 다시 검토하면서 기록의 정확성과 현재성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올해 처음 증보 작업을 시작한 『한국세시풍속사전』 정월 편의 경우, 2004년에 초판이 발간된 후로 약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축적된 새로운 연구 성과와 추가할 수 있는 내용을 검토하고,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행정구역 개편 등으로 달라진 정보를 현행화하는 한편, 기존 원고에 담긴 가치 판단 내용을 덜어내고,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표현으로 다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4~2025년에는 『한류문화사전』 편찬이라는 새로운 작업도 진행하셨는데요. 『한류문화사전』을 제작한 배경과 이 사전의 특징을 소개해 주세요.
백민영 전문위원 외부에서 저희가 왜 한류를 주제로 선택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민속이라고 하면 오래되고 전통적인 것, 혹은 사라져 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민속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축적되어 형성된 현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국립민속박물관이 다소 고루하다는 외부의 시선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한류에 주목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한류는 K팝이나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음식 등 다양한 일상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세계인들이 실제로 관심을 갖고 접하는 한국문화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우리가 알리고 싶은 한국문화가 아니라, 외국인들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보이는 문화가 무엇인지에 주목한 것이죠. 그 결과 전통문화뿐 아니라 불닭볶음면과 같은 매운 라면, 계란빵 등 동시대의 대중문화와 음식도 사전의 주요 소재로 다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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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빵

『한류문화사전』을 만들면서 ‘한류’의 범위와 표제어를 정하는 과정은 어떠한가요? 기억에 남는 표제어나 선정 과정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장윤정 학예연구원 사전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표제어는 ‘잠비나이’입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밴드지만, 해외에서 더욱 큰 인지도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의 시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에서의 실제 반응과 영향력까지 폭넓고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백민영 전문위원 대중문화 표제어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었습니다. 특정 인물이나 그룹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되지 않도록 해외 차트 순위와 수상 실적 등을 참고했습니다. 특히 대중문화에는 팬덤이 형성돼 있다 보니, 특정 그룹이 왜 포함되고 다른 그룹은 왜 빠졌는지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습니다.
김미쁨 학예연구원 『한류문화사전』 영문판을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표제어는 ‘호랑이와 까치’입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표제어를 영문판에 추가하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민속은 과거의 전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관심사와 만나 새롭게 해석되고 재창조되는 문화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사람들이 민속을 어렵게 느끼기보다 자신의 일상과 관심사 속에서 발견하고, 사전을 통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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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문화사전

해외에서 한국 민속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해외 접속자 증가 추세나 유입 국가는 어떠한가요?
백민영 전문위원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접속자 수가 약 700% 증가했는데요. 과거에는 영어권이나 중국어권 이용자가 주를 이뤘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브라질·멕시코· 콜롬비아 등 중남미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의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접속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누리집folkency.nfm.go.kr은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민속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온라인 창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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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대백과사전 누리집 연도별 이용자 현황(2025. 12. 31.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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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대백과사전 언어별 서비스 이용자 현황(2025. 12. 31. 기준)

사전팀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자료나 표제어, 조사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왕서현 학예연구원 ‘민속의 날’이라는 표제어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민속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오늘날의 음력 설을 가리키던 표현이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양력 1월 1일을 설날로 정착시키려 했지만, 국민들은 음력 설을 계속해서 명절로 지냈습니다. 이에 음력 설을 ‘민속의 날’이라고 부르다가 약 3년 뒤 다시 설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을 살펴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명절도 시대에 따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생활 관습이 국가의 정책과 제도 안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변화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사지혜 학예연구원 『한국민속유물사전』 농기구 편을 준비하면서 농기구의 형태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전에도 지역별 자연환경에 따라 농기구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자료를 살펴보니 날의 형태와 두께, 길이 등 세부적인 특징에서도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사진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하나씩 비교하며 농기구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권민재 학예연구원 가장 기억에 남는 표제어는 ‘마을회관’입니다. 마을회관은 새마을운동 등을 거치며 지역 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유물은 귀중하게 여기면서도, 1970~1980년대의 생활문화는 지금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익숙한 공간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거나 낯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생활문화 역시 소중히 여기고 기록해야 미래 세대에 전할 수 있습니다. 마을회관과 같은 근현대의 공간을 기록하는 일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를 이어 주는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민속상징사전』은 십이간지 순서가 아닌, 호랑이 편부터 발간이 되었습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로 『한국민속상징사전』을 발간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백민영 전문위원 『한국민속상징사전』은 2021년 호랑이 편을 처음 발간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호랑이는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상징과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정작 한국문화 속 호랑이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자료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호랑이 사전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호랑이 편을 시작으로 토끼, 용, 뱀, 말 편까지 총 5종을 발간했으며, 양 편의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사전이 다소 학술적이고 딱딱한 인상을 주었다면, 『한국민속상징사전』은 크기를 조금 줄여 휴대하기 편하게 만들고 표지 디자인도 보다 친근하게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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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상징사전』 말 편

업무를 하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말씀해 주세요.
백민영 전문위원 민속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양상이 다르고 자료의 범위도 방대해, 연구자들이 관련 자료를 집대성하고 싶어도 예산과 시간, 인력 등의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습니다. 민속 분야의 연구자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민속문화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서비스한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연구자들로부터 이러한 작업을 대신해 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전팀의 역할과 책임을 실감합니다.
민속은 사라지고 잊히는 옛것만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일상 속에서 이어지고 변화하는 문화입니다. 이를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한류문화사전』 영문판을 접한 관광업계 관계자가 필요한 정보가 책에 담겨 있다며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해 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사전팀은 사전의 주제와 범위를 넓혀 우리 일상문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충실하게 기록해 나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사전팀이 우리 문화를 위해 남기고 싶은 기록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장윤정 학예연구원 사전이 일상 속에 흩어져 있는 민속의 조각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또, 직업의 생성과 소멸,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의 변화 역시 한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기록이라고 생각해서 관련 기록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서 학예연구원 『한류문화사전』이 특히 인상 깊은 작업이었습니다. 김치찌개와 간장계란밥, 삼각김밥, 닭꼬치처럼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도 사전의 표제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간식이나 여행처럼 일상과 밀접한 주제를 다루는 사전도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또한 경복궁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들이 휴대전화로 지도와 정보를 검색하는 모습을 보며, 사전의 내용을 작은 휴대용 책자 형태로 제작하면 현장에서 더욱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전의 주제를 확장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더욱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민영 전문위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왜곡되거나 부정확한 정보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검증된 자료를 축적하고 제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사전팀이 한국문화에 관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꾸준히 구축해 나간다면, 앞으로 인공지능AI이 한국문화를 학습하는 데 필요한 원천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확한 한국문화 정보를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사전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속소식 제318호  (202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