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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기다려~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이 만나러 갑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박물관을 찾아오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박물관이 직접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을 운영하여 전국 곳곳의 거점 박물관과 학교를 다니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은 인형, 장난감, 놀이도구 등 다양한 전시 자료를 담은 버스와 박물관 직원들이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심에는 어린이박물관과 박선주 연구관, 김라희 연구원, 버스 운전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최주환 운전원, 박정용 교육강사, 최강 팀워크를 자랑하는 4인방이 있다.

20년을 이어온 민속박물관의 상징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은 지난 2000년도에 처음 시작했어요. 그때는 버스 없이 승용차로 이동하며 출장을 다니곤 했었지요. 그 당시에는 자동차로 이동해 각 지역을 다녔고 제주도, 을릉도, 백령도 등의 섬에서도 20일 넘게 체류하며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버스도 없이 1년에 80회 이상 대장정을 치렀던 거죠.”
초창기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은 박물관 직원과 전문강사들이 함께 7~8명씩 팀을 이루어 출장을 다녔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을 직접 찾아가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박물관이 아이들을 찾아가 팽이치기, 비석치기, 투호,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체험하게 해주고 탈춤을 함께 추고 공연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등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다. 하지만 승용차를 이용하던 당시에는 박물관의 전시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프로그램 역시 민속놀이 위주라 좀 더 양질의 체계적인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05년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 버스가 생기면서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새롭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버스에 박물관을 싣고 달리다
2005년 이후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은 큰 변화를 맞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전시를 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 의자를 모두 들어낸 버스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 꾸며진 작은 전시장이 마련되었고, 아이들은 버스 안에서 서울에 있는 어린이박물관의 축소 전시를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버스 안에서 전시와 연관된 다양한 체험 교육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박선주 연구관은 버스가 생기면서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이 질적으로 크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버스가 생기면서 제대로 전시를 꾸밀 수 있게 됐어요. 몇 년 전에는 아시아의 전통 탈을 주제로 전시 버스에서 탈들을 관람하고 직접 탈 만들기를 해보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죠. 또한 아이들이 직접 만든 탈을 쓰고 탈춤을 배워보기도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장난감’을 주제로 어른들이 어렸을 때 즐겨 놀았던 장난감을 만져보고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장난감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처음과 달리 버스가 중심이 되고 버스 내에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이 갖춰지면서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 시스템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버스 안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인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있는 ‘깎아방’, 천인형들을 모아놓은 ‘이어방’,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인형을 체험하는 ‘찾아방’ 등 여러 가지 테마가 버스 안에 가득하다. 때문에 ‘아이들은 박물관이 찾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김라희 연구원은 말한다.
“현장에서 선생님의 역할보다는 언니, 누나의 느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어요.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과 깊이 교감하고 나면, 끝날 때쯤엔 아이들이 ‘한 번만 더해주세요, 저랑 같이 해주세요’라며 집에 가기를 싫어하죠. 그런 아이들을 보며 ‘오늘도 좋은 기억을 남겼구나’, ‘다음에는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걸 보여줘야지’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애타는 마음을 말해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팀원들과 즐거운 추억을 경험한 한 아이가 또 놀러가자며 부모를 졸랐고. 주말에 박물관을 찾은 아이는 사라진 버스를 보며 대성통곡을 했다고 한다. 박물관 직원들이 총출동해서야 슬피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랠 수 있었다는데,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팀 4인방이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다.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은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각 지역의 거점 박물관을 찾아가서 인근의 아이들이 거점 박물관을 찾아와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을 만났다. 하반기에는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의 초등학교를 방문할 계획이다.

산불을 뚫고 달렸던 아찔한 순간들
장거리 여정이 반복되는 만큼 팀원들의 에피소드 또한 적지 않다. 시골의 작은 학교를 찾아가는 경우에는 근처에 식당을 찾기가 어려워 학교에 양해를 구해 급식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어린이용 식판에 밥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식판 부족으로 다른 방법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들이 생긴다고 한다. 또한 학교가 생긴 이후 한 번도 버스가 교문을 통과한 적이 없었던 작은 학교가 있었는데, 모두가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최초로 통과해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쾌거를 함께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강원도 인제를 찾아갔을 때였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장작 타는 냄새가 나길래 돌아봤더니 근처 산에 큰불이 난 걸 알게 됐죠. 얼른 짐을 정리하고 부랴부랴 이동했는데 여기저기서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헬기가 뜨는 걸 보고 보통 큰 불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어요.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국도를 따라 몇 시간을 우회해서야 겨우 고속도로에 들어설 수 있었어요. 구사일생으로 탈출하고 열두 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죠.”
최주환 운전원은 몇 해 전 강원도에 갔을 때 산불이 났던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한다.

달라진 환경, 이제는 개선이 필요할 때
힘겨운 일을 함께할수록 동료들의 우정은 깊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먼 거리를 달리며 그들이 쌓은 신뢰의 마일리지는 민속박물관에서 가장 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라희 연구원은 “이제는 눈빛만 봐도 척하면 척, 호흡이 너무나 잘 맞는 사이가 됐다”며 진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걱정거리를 토로한다. “오랫동안 똑같은 교구를 이용하면서 이제는 바꿀 때가 된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양질의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좋은 교구를 구비하고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하거든요. 15년 전과 똑같은 예산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엔 여러모로 한계를 실감하게 돼요.”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의 핵심인 버스도 손 댈 부분이 많다. 최주환 운전원은 “안전을 위해 버스 교체 주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은 민속박물관을 외부에 알리는 얼굴과도 같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민속박물관을 찾아오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이제 개선할 때가 됐다고 박선주 연구관은 이야기한다.
“20년 이상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을 운영하는 동안 교육기관의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면 ‘학교의 교육과정과 아이들의 교육환경의 변화로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 프로그램 역시 변화가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양질의 좋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제는 하나둘씩 개선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떠난다. 20년을 이어온 민속박물관의 얼굴, ‘찾아가는 어린이박물관’이 앞으로도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민속놀이와 전시 체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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