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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한일 미래를 위한 비교 연구와 전시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은 2015년 한국 국립민속박물관과 한일 해양 민속을 주제로 한 전시 개최를 목적으로 제3기 국제 교류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한일 바닷가를 함께 걸으면서 전시를 구상해 나가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번 사업의 참여자들은 원래 자국의 민속을 연구하는 사람들이었다. 필자를 포함해 일본인 참여자 중에도 한국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적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 측도 마찬가지였다. 시작 단계에서는 사업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지만, <미역과 콘부 -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 한국전시를 마친 지금 돌아보면, 일본을 전공하는 일본인 연구자와 한국을 전공하는 한국인 연구자였기에 이번 전시가 훌륭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의 나라의 바닷가 민속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선입견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움에 놀라고, 자국의 민속과 비교할 수 있었다.

2차 일본조사, 가츠오부시 제조공장


그동안 비교문화연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미리 설정된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와서 비교 검토하는 방법이었다.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어떤 해신이 모셔져 있는가 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예비 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우리는 이러한 기존의 틀을 존중하면서도 거기에 구애받지 않았다. 서로의 문화를 비교하는 것은 결코 유사한 현상을 나열하는 것만은 아니다. 상대를 거울로 삼아 자신의 문화를 상대화하는 것 또한 비교 연구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의 젓갈문화는 지금은 쇠퇴한 일본의 젓갈문화를 조명해 주었다. 한국의 연안 시장에 젓갈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또 냄새를 맡으며 나는 이국적인 정서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옛날에는 일본에서도 다양한 젓갈을 만들어 먹었고, 젓갈은 귀천을 불문하고 중요한 식재료였다. 아마도 간장과 육수 문화가 젓갈을 대체해 나갔고, 이로 인해 젓갈 문화는 역사 속에 묻어버린 듯 보인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젓갈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한식에서 일식 역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일본의 육수 문화는 한국의 멸치 소비 역사에 영향을 미쳤다.

1차 일본조사,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 세미나(좌), 2차 한국조사, 대횡간도 멸치조사(우)
일본국립역사민속박물관 자료조사와 일본토바바다박물관(한일연구자전체)
3차 한국조사, 통영 권현망 멸치잡이

현재 한국 마트에는 크기, 용도, 산지 등으로 구분된 여러 종류의 삶아 말린 멸치가 즐비하다. 식당에서는 멸치볶음이 반찬으로 나오고 멸치국수도 인기이다. 현대 한국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소비량을 자랑하는 삶아 말린 멸치의 가공 방식이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번에 우리가 제시한 한일 비교는 쌍방의 해양 민속을 병렬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두 선이 때로는 교차하기도 하고, 때로 격렬하게 얽히고설킨 끝에 현재에 이르는 양상도 역사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민속학은 생활문화의 원초적 형태를 규명하는 학문이 아니다. 현재를 기점으로 생활문화의 변화 과정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위해 진행한 한일 공동 연구는 민속학에 부여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동시에 한일 비교라는 관점을 도입해 민속학 연구의 지리적 범위를 확대한 획기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자의 훌륭한 점은 조사하고 연구한 성과를 논문을 통해 연구자나 학생들에게 내놓을 뿐만 아니라, 전시라는 형태로 일반인들에게도 알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좋은 연구가 곧장 좋은 전시가 될 수는 없다. 연구와 전시는 표현 방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직원들이 공동 연구의 의도와 성과를 훌륭하게 담아 훌륭한 전시를 완성해냈다.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이번 전시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잡지에 소개된 <미역과 콘부> 전시

이제 일본 차례이다. 지금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직원들은 3월 17일부터 5월 17일까지 2달 동안 개최되는 특별전을 한창 준비 중이다. 한국 「중앙일보」 일본어판에서 오창현 학예연구사가 언급한 “시대 문화의 맥락을 이해해야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이번 전시가 일본 관람객에게 한일 바다를 통해 자신의 생활문화를 되돌아보고 한일의 역사적 관계를 생각할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_마쓰다 무쓰히코 |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부교수
번역_오창현 |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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