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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래된 미래를 만든다

세분화된 틀 안에서 보면 그의 이력은 독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 라는 창조적인 큰 틀 안에서 본다면 그는 한 길을 걸어온 셈이다. 대학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가구회사를 창업해 가구디자이너로 활동하다 패션잡지 창간을 거쳐 그 다음 행보는 자동차 리스토어restore였다. 폐차 직전의 차를 클래식카로 변신시켜 팬덤을 형성하고, 창업 5년 만에 우리나라 수제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연 모헤닉개러지Mohenic Garages 김태성 대표. 그를 만나 자동차 리스토어의 의미와 수제자동차의 가치를 물었다.

 

Q. ‘자동차 리스토어라는 말이 낯설다. ‘튜닝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정확히 무엇인가?

김태성 대표 이하 김태성_리스토어는 쉽게 말해 복원의 개념이다. 오래된 자동차를 단순히 박물관에 전시하기 위해 복원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의 외부 프레임은 물론 내부 부품과 인테리어 등을 새롭게 재해석해 새로 탈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Q. 리스토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태성_자동차 복원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아주 오래된 문화다. 신차보다 옛날 명차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래된 차에 대한 보전성과 소장의 가치를 두고 유명한 명차들을 복원하는데, 지금은 단종되어 생산이 안 되니까 리스토어 과정을 통해 그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 김태성 대표가 선보인 ‘모헤닉 로드스터’는 우리나라에 자동차 리스토어 문화가
뿌리 내리게 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Q. 자동차 리스토어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김태성_처음부터 작정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2012년에 캠핑용 SUV를 고르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갤로퍼를 캠핑카로 개조하려고 동호회를 통해 정보를 얻으면서 리스토어 과정을 게시판에 올렸는데 그게 예기치 않게 유명세를 타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문의가 오고 리스토어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업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Q. 많은 자동차 중에 갤로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김태성_그게 바로 리스토어의 가치다. 아무 차나 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가치가 있는 차를 리스토어 한다. 자동차를 교통수단의 개념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소장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역사가 짧고 자동차 문화도 덜 발달해서 자동차를 소모성으로 생각하고 오래된 것은 폐차해버린다. 갤로퍼는 1982년에 미쯔비시에서 나와 당시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를 친 차다.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마니아가 존재하며 아직도 차가 많이 남아 있다. 갤로퍼는 스토리를 갖고 있는 차이기 때문에 클래식카로서 복원의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리스토어의 가치를 따진다면 옛날 포니 자동차가 훨씬 가치 있겠지만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리스토어 할 수 있는 차가 남아 있지 않다. 그런 점이 아쉽다.

 

Q. 궁극적인 자동차 리스토어의 목표는 무엇인가?

김태성_리스토어 자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없다. 리스토어는 의미 있는 차를 복원하는 것에 대해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지 사업적으로 궁극적인 목표를 딱히 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리스토어는 개인의 가치가 기준이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타던 차를 아버지가 물려받고 다시 또 리스토어해서 본인이 탄다면 그게 그 자동차에 대한 그 사람의 가치이고 스토리다.

 

‘모헤닉 G’는 우리나라 자동차 리스토어, 수제자동차의 본격적인 시초로 기록될 것이다.

 

Q. 그렇다면 모헤닉개러지는 어떤 회사인가?

김태성_수제자동차와 양산자동차는 그 의미와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리스토어 회사로 시작했지만 현재 모헤닉개러지의 사업 영역은 광범위하다. 리스토어에서 수제자동차를 제작하는 회사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거기서 이제 전기 자동차까지 글로벌하게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Q. 리스토어라는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로서 그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나?

김태성_어떤 시장이든 항상 개척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자동차는 어마어마하게 보수적이다. 외국계 기업을 빼고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되어 있어 다양성을 가지고 차를 개발해 시장에 진입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다. 모헤닉개러지는 소액주주에서 대주주에 이르기까지 팬덤으로 시작되고 만들어진 기업이다 보니 팬들이 회사를 성장시켜 나가는 동시에 회사의 잠재 고객이기도 하다.

 

Q.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희귀한 일을 한다는 보람도 있을 것 같다

김태성_이제 5년차인데 아직까지 큰 보람은 없다.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이 하나같이 크다 보니 보람을 느끼려면 시간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창업을 할 때 처음엔 좋아서 시작하지만 결국 그 일을 포기하기 않고 이어가려면 항상 고통이 따르는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서 가치 있는 열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현재진행형이다.

 

김태성 대표는 모헤닉개러지가 단순한 제조기업이 아니라 문화기업이라고 생각한다.

 

Q. 자동차 리스토어 시장의 현재 상황은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가?

김태성_미국이나 유럽, 일본에는 클래식카로 남길 만한 차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그 시장이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는 스토리를 가진 자동차의 객체수가 없다는 게 시장의 한계성이다. 그래서 그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모헤닉개러지에서 개발하고 만들어 나가는 수제자동차들이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다음 세대에게 리스토어 자동차로 올라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스토어 시장은 새로운 사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마중물과 같다. 리스토어라는 끈을 잡고 새로 개발하는 수제자동차의 모델, 디자인, 내부 기능까지 혁신적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앞으로 4차 산업을 넘어 5차 산업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누가 더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 빨리 융합하고 잘 할 것인가, 더 나아가 그 기업을 창의적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가 성장의 관건이다.

 

Q. 자동차 리스토어를 꿈꾸는 창업가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태성_혁신적인 것, 새로운 것, 없는 것을 찾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일에는 90%의 부정과 10%의 긍정이 있다. 다들 안 된다고 할 때 내가 좋아서 몰입할 수 있는 10%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거기에 내가 꼭 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면 10%의 긍정이 90%의 부정보다 더 클 수 있다. 젊은 창업가들이 두 번 세 번 실패해도 새로운 기회가 부여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10%의 긍정이 90%의 부정을 이길 수 있는 확신을 가진 도전. 그래야 혁신적인 기업,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다.

 

‘모헤닉스테이 311’ 카페는 김태성 대표가 수제자동차 문화를 알리는 공간이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태성_수제자동차 사업은 결국 문화산업이다. 리스토어로 출발했지만 현재 수제자동차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 그에 따른 액세서리, 의류, 신발 등을 브랜드화 시켜 다양한 문화파생 상품을 만들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이라는 기업이 바이크를 만들지만 나는 제조기업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문화기업이라고 생각한다. ‘할리’ 티셔츠와 액세서리를 팔면서 할리라는 이름만 대도 자부심과 브랜드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모헤닉’ 역시 마찬가지다. 모헤닉이 만든 자동차를 타고, 모헤닉이 만든 티셔츠를 입고, 모헤닉이 만든 커피를 마시는 고객을 가진 브랜드가 되고, 또 다른 융합을 만들어가는 창조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도 좋겠다. 그런 혁신적인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 앞으로 모헤닉이 해야 할 역할 아닐까.

 

 

글_편집팀
사진_이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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