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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추천

김세원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꼭두>

꼭두란 우리나라 전통 장례식 때 사용되는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상이다. 꼭두는 망자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이 외롭고 무섭지 않도록 다양한 모양새로 만들어져 제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망자를 지켜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이들을 위로하는 꼭두. 김세원 큐레이터에게 꼭두에 대해 들어봤다.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꼭두는 나무로 만들어진 사람이나 동물 형태의 인형이다. 사람이 죽으면 상여를 장식하거나 무덤에 같이 묻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사전적으로는 가장 빠른 시간이나 물체의 가장 윗부분을 뜻하지만, 사전적 의미보다는 나무인형, 나무조각을 일컫는다. 꼭두를 나무인형으로 보았을 때 기원은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 때 이미 나무로 동물을 조각하여 놀이를 했다는 문헌이 남아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과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조금씩 형태와 의미가 변화되어 왔다.

“현재 꼭두는 장례식 때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죽음에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조금 덜 무섭고 조금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의 결과물이 꼭두인 것이죠. 그래서 꼭두를 만드는 사람도 비록 의뢰를 받은 것이지만, 죽은 이가 저승에서도 복 받은 내세의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애도의 마음으로 경건하게 제작을 했다고 합니다.”

산청 전주최씨 고령댁상여에 장식된 꼭두 _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산청 전주최씨 고령댁상여에 장식된 꼭두 _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꼭두도 상여와 같이 신분이나 부에 따라 차이가 보여진다. 신분이 높고 부유한 집에서는 크고 화려한 상여에 맞게 꼭두의 크기도 커지고 종류도 더 다양하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돈과 인력이 많았기에 재질이 더 좋은 나무와 비싼 안료로 꼭두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4층 누각의 기와집 형태의 ‘산청 전주최씨 고령댁상여山淸全州崔氏古靈宅喪輿’에도 화려하고 다양한 꼭두들이 장식되어 있다.

“꼭두는 상여의 장식이기 때문에 상여의 크기에 비례했을 것입니다. 출토된 꼭두 중에는 크고 화려한 것이 있는 반면, 색 없이 단순한 모양의 꼭두도 있습니다. 또한 개수나 크기에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여규모가 큰 경우에 단 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는데요. 봉황과 용 등을 맨 위쪽에, 호위무사는 칼이나 몽둥이를 들고 상여 맨 앞에 위치했습니다. 동물들은 십이지상十二支像에 따라 배치가 되었지요. 그러나 크기나 재료에 상관없이 망자를 기리는 마음을 같았을 것입니다.”

 

저승길의 동반자이자 친구

 

꼭두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봉황이나 용과 같은 상서로운 꼭두는 잡귀를 물리치고 죽은 이가 편하게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상징적인 조각이다. 호랑이를 탄 호위무사 꼭두는 저승으로 가는 동안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졌다. 예로부터 가장 무서운 존재로 인식되어 온 호랑이에 몽둥이를 손에 쥔 호위무사를 태워 저승길을 안전하게 안내한 것이다. 여인 모양의 꼭두는 망자가 배고프고 목이 마를 때 시중을 들어주기 위해, 광대 꼭두와 연주자 꼭두는 저승으로 가는 동안 심심하지 않도록 놀아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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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는 모두 사랑이라는 감정, 측은지심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아끼는 마음, 더 해줄 수 없는 마음을 꼭두에 모두 담아 떠나보내는 것이죠. 저도 아이가 있다 보니 죽은 이를 위해 꼭두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생생하게 와 닿았습니다. 꼭두에 대해 공부하면서 참 많이 울었는데요. 오죽하면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었을까, 그 사랑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죠.”

이처럼 꼭두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죽음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조들은 죽음을 너무 슬프게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슬픔의 감정을 오히려 화려하고 경쾌하게 꼭두를 만들며 아름답게 승화시킨 것이다.

“꼭두는 길동무이자 친구입니다. 선조들은 죽음을 끝으로 본 것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자 여행으로 본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 저승이라는 단절된 어둠으로 들어가지만, 꼭두로 인해 밝았으면 좋겠고 저승에서도 꼭두와 함께 즐겁게 지내기를 바란 거죠. 즉, 꼭두는 모순이자 해학입니다. 죽음인데 두렵지 않은 죽음이고, 아픔인데 아름다운 아픔인 것이죠. 꼭두를 보면 볼수록 우리 선조들의 정신력과 대단한 민족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어린이박물관, 꼭두 체험프로그램 운영

 

김세원 큐레이터는 어린이박물관의 주말교육 가족대상 프로그램인 우리가족 박물관 나들이 <또 다른 여행길의 친구, 꼭두!(2017년 교육 프로그램 공모제 당선작(기획:오재은)> 교육을 준비하면서 처음 꼭두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죽음과 관련된 꼭두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꼭두에 대해 알면 알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이 훨씬 크게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꼭두의 모양이나 색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을까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죽은 이는 말이 없고 무표정인데, 꼭두는 더 밝고 화려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 슬픈데, 너무 재미있고 아름답죠. 우리나라의 장례식은 허례허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저는 선조들이 참 지혜롭게 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죠.”

현재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올해 7월부터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또 다른 여행길의 친구, 꼭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참여하여 꼭두에 대한 해설을 듣고 전시를 본 후, 꼭두 나무키트를 가지고 원하는 꼭두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교육이다.

“나무로 만든 호랑이를 탄 호위무사 등 여섯 가지 모티브 중에 하나를 골라 색칠과 장식을 하며 직접 꼭두를 만들어보는데, 무척 반응이 좋습니다. 아이들이 죽음을 무섭고 슬프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꼭두를 직접 보고 체험하면서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인터뷰_ 김세원 |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사
글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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