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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체험기

마을의 시간을 기록하는 배양장

아름다운 동해를 만날 수 있는 삼척에 가본 적 있나요? 미역채취와 명태잡이로 유명한 삼척의 갈남마을은 고래도 잡히는 곳으로, 94가구 160여명이 사는 소박한 어촌마을입니다. 앞바다의 갯바위가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하고, 갈남항에서 바로 보이는 큰섬의 전설이 재미난 곳이죠. 봄부터 겨울까지 다양한 수산물이 잡히는 갈남마을은 일몰과 일출도 뛰어난 곳으로, 1970년대에는 동해 양식업을 개척한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어서오세요, 여기는 ‘마을박물관’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강원도와 함께 2014년을 강원민속문화의 해로 정하고, 그 전해 강원도의 3개 마을에서 약 8개월의 장기체류를 하며 현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갈남마을도 하나로 지역조사의 결과는 『큰섬이 지켜주는 갈남마을』과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최병록 진숙희 부부의 살림살이』라는 두 권의 보고서로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삼척갈남마을박물관이 개관했죠. 박물관이라 해서 새로 지은 것은 아니고, 마을 이장인 최병록씨의 우렁쉥이 배양장을 박물관으로 꾸몄는데요. 이런 인연으로 최병록씨는 마을박물관 관장이 되었습니다.

삼척갈남마을박물관은 배양장 내부를 그대로 살린 덕분에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와 전시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배양장에서 필요한 오래된 변압기도 보이고, 정리되지 않은 전선도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입구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보고서와 방명록이 있는데, 긴 시간 체류하며 담은 마을의 이야기는 물론 사계절이 담긴 사진도 확인할 수 있죠. 내부를 더 살펴보면, 마을의 생업과 관련된 자료 그리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는데요. 마을의 역사와 전설 그리고 생업으로서의 어촌의 모습이 잘 담겨 있습니다.

처음 ‘마을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듣고 다소 생소했는데요. 삼척갈남마을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이 지역조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으로, 조사한 바로 그 곳의 이야기를 마을에서 직접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비록 박물관은 아주 작은 규모지만, 주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관람객에게도 마을의 여러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데 가치가 있죠.

갈남마을을 방문한 당일도 피서를 온 관람객이 마을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마을의 역사를 알려주고, 어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가교가 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어부와 해녀들의 고단하면서도 진솔한 모습들. 양식업에 성공하는데 기틀이 되었던 꼼꼼한 기록과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각종 문서와 잡지 스크랩도 마을박물관의 소중한 전시품이 됩니다.

원래 이 마을박물관은 강원민속문화의 해에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잇고자 하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문을 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꺼이 공간을 열어 둔 최병록 관장과 또 한 명의 숨은 공로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옥분 해설사입니다. 이제 3년차 해설사로 접어든 그녀는 마을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마을을 소개하고, 박물관을 이해시키는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봉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옥분 해설사는 지역의 문화기획자를 양성하기 위한 문화이모작 사업의 문화이장으로 선발되어 ‘갈남 바닷가 마을 아버지 의자’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누구나 각자의 자리가 있듯이, 나무 의자를 직접 만들면서 아버지들이 자신의 역할을 생각해보는 기획이라고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의자를 만든 사람들이 마을박물관 앞에서 모이는 퍼포먼스를 구상 중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그 완성된 의자를 박물관 앞에 놓는다면 의미가 더욱 커지지 않겠냐는 그녀는 ‘세상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며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습니다. 마을의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기록하고 싶다는 말이 가슴에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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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분 해설사와 최병록 마을박물관장
 

견고하고 단단한 갈남마을의 삶

마을박물관에 들어서면 구성진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목소리의 주인공은 제주도 해녀 출신인 김태희 할머니입니다. 할머니의 어머니도 해녀로 딸들에게 물질을 가르쳤는데, 자매들 중에 해녀를 계속 한 것은 김태희 할머니뿐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기증한 잠수복을 보니 해녀들의 성실하고도 단단한 삶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머구리남자 잠수부 잠수복과 태왁, 미역채취 도구처럼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어촌 생계 도구들을 전시로 볼 수 있는데요. 주민들에게는 생계 도구로 매일 보는 물건이지만, 도시에서 온 관람객들에게는 어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전시물이 되죠. 일반적으로 해녀보다 머구리가 수심이 싶은 바다로 내려가 작업을 했는데요. 배 위에서는 그들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조력자가 늘 함께 했습니다. 그만큼 작업양은 많았지만, 생산량이 좋으면 풍요로운 시절을 보냈다고 하네요. 박물관 한편에는 갈남마을의 역사가 표시되었는데, 1970년도에는 삼척에서 울진으로 이어진 도로가 개통되고, 1980년에는 시내버스가 최초로 운행되었다고 합니다.

삼척갈남마을박물관을 나오면서 방명록을 봅니다. 이곳을 찾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부터 멀리 독일에서 온 외국인들도 여럿이네요. 이들에게 있어 갈남마을은 독특하면서도 멋진 스토리가 담긴 마을로 다시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생활력 강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마을박물관 1호 ‘삼척갈남마을박물관’. 이곳처럼 우리나라 아름다운 곳에 마을박물관이 생겨 지역 고유한 모습과 삶의 이야기가 담겨 오늘처럼 감동을 주길 바랍니다. 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삼척갈남마을박물관이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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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도록 <삼척갈남마을박물관> – PDF
| 조사보고서 <큰섬이 지켜주는 갈남마을> – PDF
| 조사보고서 <최병록 진숙희 부부의 살림살이> – PDF
글_ 김은주 |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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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이옥분 댓글:

    저희 갈남마을 박물관을 찾아주셨던 기자단님들 감사합니다
    박물관을 지킨다는 것이 좀 어려운 일 일수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의 생명력이 박물관 안에 함축적으로 들어있지않나 생각하면 잘 지켜내야지 생각합니다
    마을에 정착한 첫 사람이 저희 집안 조상이니 너욱 자긍심을 느낍니다
    마치 암스트롱이 달나라에 첫발을 내딛은 역사 라고 생각하는 것 처럼…
    언제든 오십시요…
    투박한 우리마을 사람들과 익숙해지도록말입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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