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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

옛 그림 속 원숭이, 진짜 살아있었다

누구에게나 한 해가 새로이 시작됐음을 깨닫는 몇몇 방식이 있다. 그 중 다양한 전시장에서 열리는 동물 띠 전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는 원숭이의 해. 이곳 저곳에서 열리는 원숭이 관련 전시 중 단연 눈에 띄는 포스터가 있다. 바로 붉은 바탕에 익살스러운 원숭이가 매달린, 국립민속박물관 원숭이 전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다. 이 전시를 기획한 김창일 학예연구사, 디자인을 담당한 유민지 학예연구사, 그리고 전시에 협업한 서울대공원 조신일 이학박사를 함께 만났다.

 

 

Q. 이번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전의 특징이 궁금하다.

김창일학예연구사_ 기존의 띠 전이 동물의 문화적 상징, 동물로서의 상징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전시는 생태에서의 원숭이를 함께 살펴본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우리 회화 속 원숭이를 서울동물원 측에 보내서 원숭이의 종류를 모두 밝혔습니다. 우리 회화에서 종종 원숭이는 보아왔지만, 그 원숭이의 생태학적인 정보는 알 수 없잖아요. 이번 분석으로 조선후기 회화 속 원숭이는 일본원숭이가 많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숭이를 그토록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예측할 수 있게 되었죠.

또 서울대공원에서 원숭이가 사망하면 박제를 해 보존하는데, 그것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즉 단순 유물 진열이 아니라 생태와 문화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죠.

서울대공원에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런 식으로의 협업은 아마 처음일 겁니다. 기관 차원에서 협업을 요청해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런데 조 박사님께서 저희들의 귀찮은 부탁도 마다치 않으시고 대응해 주셔서 원만하게 진행되었어요. 서울대공원 사육사 분들이 직접 찍은 사진도 보내주시고, 유물 대여도 해 주셨으니, 결국 이 전시는 함께 한 것이나 다름 없죠.

조신일서울대공원 이학박사_ 아닙니다. 사실 엄청 바쁠 때 연락을 주셔서 뿌리쳐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웃음, 이렇게 전시가 꾸려진 것을 보니 오히려 제가 뿌듯합니다.

저는 평소 자연 다큐멘터리 감수를 많이 하는데, 민속학적 관점에서 보는 시선이나 관점과는 또 차이가 있더군요. 동물의 특징을 찾아 매치해보고, 같은 종을 찾는 작업인 ‘동정同定’이, 보내준 그림만으로는 쉽지 않아서 언제 누가 그린 그림인지 등 역사적 사실을 추가적으로 요청해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회화 속 원숭이의 얼굴, 꼬리 등의 모양이 일본원숭이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죠. 회화 속에 그려진 긴팔원숭이 등은 거의 비슷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당시 중국과 일본을 통해 문물이 오가면서 동물 또한 오갔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만큼 특징을 잘 묘사해서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것도 있고, 벼루나 도자 등에 단순하게 그려진 것들은 해석이 어렵기도 했죠.

 

Q. 원숭이의 생태학적 관점을 부여하고자 한 이유는.

김창일_ 중국에서는 원숭이를 표현하는 한자어가 30여 종에 이릅니다. 행동이나 특징 등에 따라 원숭이를 부르는 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점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다가 전시 준비를 하면서 확실히 알게 됐죠. 그렇다면 이 원숭이들이 어떤 원숭이인지 확인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 재미있는 정보를 관람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어요.

조신일_ 전 세계에 200여 종의 원숭이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 유물 속 원숭이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반인이 원숭이의 존재를 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겠죠. 조건이 그러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숭이에 관심을 갖고, 표현해내고자 했던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동물을 작품에 담아냈다는 일이 참 색다르게 와 닿았습니다.

김창일_ 이러한 비교 분석 코너를 좀 더 전면에 세우고 싶었어요. 여러 조건들로 인해 모성애 부분에서만 실제 사진과 그림을 비교하는 정도로만 담고 나머지 부분은 영상으로 표현했습니다. 다행히 관람객들도 즐겁게 관람해주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부각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어요.

 

Q.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국립 기관에서 이렇게 파격적인 제목을!

김창일_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오랜 시간 설득도 필요했고요. 몇 번이고 화두에 올리면서 계속 채근한 끝에 얻어낸 결과입니다. 그렇고 그런 제목 말고, 재미있는 문구를 쓰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전통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제가 ‘원숭이, 원숭이’ 읊조리며 고민을 했던 모양이에요. 그때 7살 난 아이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그때 무릎을 딱 쳤죠.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딱 그 문구였어요.

유민지_ 디자인 하는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를 구상하기 좋은 문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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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시장이 독특하다. 공간 디자인은 어떤 방식으로 기획되었나.

유민지학예연구사_ 역사나 문화 속 원숭이뿐만 아니라 생태학적인 부분을 가미하는 전시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원이나 원숭이의 서식지로 접근해 보았어요. 공간이 여유롭지 않지만, 보다 실험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썼죠. 이를 위해 다양한 높이의 나무기둥과 거친 질감의 합판, 철망 등을 사용하여 현장성을 드러내고자 했고, 한쪽 벽면을 숲 이미지 그래픽으로 연출하여 협소한 공간에 깊이감을 주었어요.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원숭이가 많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보통 사람들이 동물원에 가면 우리 안에 있는 원숭이를 들여다보고 오잖아요? 그 반대의 상황을 연출해보았어요.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을 펜스 밖의 원숭이가 바라보는 거죠. 이렇듯 관점의 고정관념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이 전시장 안에서는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고 있는 거죠.

김창일_ 정말 자유롭고 파격적인 디자인이에요. 사실 우려했던 것은 원숭이를 너무 많이 배치하면 산만해지고, 유물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아무리 공간을 아름답게 꾸민다 해도 핵심은 유물이니까요. 하지만 이번 공간디자인은 집중도를 잃지 않고, 깔끔하게 구성되었어요.

유민지_ 이번 전시에 좋은 유물들이 많이 모여있어요. 그 유물들을 각 기관에서 대여하기 위해 김창일 선생님이 심혈을 기울여서 선별하고, 또 섭외하셨는데, 아무래도 대여 유물이다 보니 저희 쪽에 전해지는 정보의 시점이 늦었어요. 그래서 유물의 규모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을 먼저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 점에 아쉬움이 남아요.

Q. 전시 포스터가 참 매력적이다.

유민지_ 네, 이번 포스터는 특히 많은 분들이 좋아하세요. 기존의 띠 전과, 그리고 다른 곳에서의 띠 전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새롭게 접근해보고자 일러스트 작가를 열심히 조사했어요. 기존의 띠 전 포스터가 동물의 얼굴, 혹은 일부만 확대했다면 이번에는 좀 다른 특징을 살려보기로 했어요. 원숭이는 팔다리가 길고, 움직임이 자유롭잖아요. 행동에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고요. 거기에 전시 방향, 전시 디자인 콘셉트와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보고자 했습니다.

김창일_ 포스터가 이렇게 인기 있는 건 처음이에요. 여러 기관에서 포스터를 추가로 더 보내달라고 요청이 오기도 하고, 관람객들도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어요. 언론사 인터뷰를 할 때도, 일러스트 앞이 좋겠다고 하세요. 일러스트가 잘 나온 덕분에 배너나 포토라인 등에서 톡톡히 홍보가 되고 있습니다.

Q. 그렇게 오랜 시간 준비한 전시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소감이 궁금하다.

김창일_ 늘 반복되는 띠 전을 앞두고, 여러 측면에서 시도를 했고, 다양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콘셉트, 제목, 디자인, 타 기관과의 협업 등 집중력 있게 진행하고자 했던 것이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지만, 관람객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며 제 우려도 좋은 기운으로 전환되었어요.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유민지_ 개인적으로는 2006년에 돼지띠, 2008년 소띠, 2009년 호랑이띠 전 이후, 오랜만에 띠 전을 담당했어요. 띠 전은 매년 인기 있는 소재예요. 또 매년 진행되는 만큼 차별화가 중요하죠. 나오는 유물도 늘 비슷하고요. 하지만 이번 원숭이 전은 서울동물원과의 협업 덕분에 색다른 접근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동물과 관련된 생태학적 특징을 찾아냄에 있어 큰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습니다.

조신일_ 전시라는 것이 상상만 하는 것을 현실로 펼쳐놓아야 하는, 꽤 머리 아프고 힘든 작업이더군요. 그러려면 사람, 유물, 공간 등 모든 부분에서의 조율이 필요한데, 그 조율을 참 잘 하신 것 같습니다. 미력하나마, 드렸던 도움이 이렇게 활성화 되니 보람됩니다. 항상 생물학적 측면에서만 동물을 보는데, 원숭이에게 이토록 풍부한 인문학적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 무척 신선했습니다. 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는 2016년 2월 22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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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영상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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