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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체험기

경기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따라 걷다

충주, 원주, 여주, 양평, 이천은 남한강을 따라 발전한 도시입니다. 교통이 발전하기 전 물자를 대량으로 멀리 운반하기 위해서는 물길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는데요. 부력을 이용하는 물길은 수량과 크기에 자유로워 경제적인 이송 수단이었습니다. 조선 시대는 이러한 물길을 적극 활용했는데요.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었던 한양으로 들어오는 경기도에는 물길과 관련된 곳이 많았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2015 경기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경기도의 옛길을 따라 선조들의 삶에 대해 알아보는 체험프로그램 <한양으로 통하는 경기의 길>을 땅길과 물길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8일 토요일은 ‘물길’ 교육프로그램이 열렸는데요. 그 길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박물관에서 출발하는 일정은 여주 흔암리나루, 부라우나루, 양평 5일장과 한강물환경연구소로 이어지는 1일 코스입니다. 한강의 생활과 설화를 듣고, 강이 삶에 미쳤던 영향과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꾸며졌죠. 떠나기 전에 여주와 양평 일대의 지도를 살피며 물길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흔암리나루

첫 번째 장소는 여주 흔암리. 산으로 둘러싸이고, 남한강이 흐르는 여주는 비옥한 평야가 있어 쌀, 콩, 고구마 등 좋은 농작물이 재배되는 곳입니다. 때문에 물자 교류가 활발히 일어났고 사람들이 모여들었죠. 흔암리에는 나루가 있었습니다. ‘나르는 곳’이라는 뜻에서 파생되었다는 ‘나루’는 배와 뗏목이 다닐 수 있는 일종의 정류장입니다. 물자를 나르기도 하고, 다리를 대신해 사람들이 강을 건널 수도 있죠.

 

흔암리나루는 1972년 홍수에 마을이 이전하면서 폐지되었지만, 주변에 3,000년이 넘은 탄화미와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사람이 거주하던 곳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많은 뗏목과 떼꾼들이 들르면서, 그들이 쉴 수 있는 주막이 번성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쌀과 소금이 이곳으로 들어와 장호원으로 보내지는 거점이었다고도 하네요. 그리고 근방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나루여서, 사람들이 모여들면 구성원의 협동심과 단합을 높이기 좋은 민속놀이 ‘쌍룡거줄다리기’가 유명합니다.

 

부라우나루

두 번째는 외국어처럼 들리는 부라우나루입니다. 붉은색을 띈 주변 바위에서 유래되었다는 부라우는 나지막한 마을에서 고개를 넘어 급경사를 이룬 강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홍수가 나면 주변 가옥이 침수 피해를 입기 때문에 고개 너머에 자리 잡았다고 하네요. 이 고갯마루에는 민참판댁 외가가 있었다고 하는데, 근처에는 명성황후 생가가 있습니다.

 

부라우는 흔암리보다 규모가 작아 뗏목이나 짐배기가 묵어가는 곳은 아니었지만, 가끔 소금배가 정박해 뗏바닥에 숨겨온 개졸가리땔감으로 쓰는 원목을 사려는 사람들이 수원 등지에서 찾아와 거래가 이루어지곤 했다고 합니다. 부라우나루는 여주대교가 완공된 후에도 몇 년간 이용되다가 1975년경 없어졌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떠나고 빈터에 느티나무 서너 그루가 남아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양평장

오전에 사람과 짐을 나르던 두 곳의 나루를 둘러 본 후, 점심식사 후에 양평장을 찾았습니다. 예로부터 길이 연결되어 사람이 모이는 곳에 장터가 발전했는데요. 경기도 물길에 형성된 장터들도 시대적 변화 속에 발전되거나 쇠퇴했지만, 대부분의 큰 장터들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현존하는 경기도 대표 장터 중에 양평장은 매일 3일과 8일에 열리는데, 봄철산나물축제로도 유명합니다. 각종 채소와 수산물 그리고 옷과 잡화 등 팔 사람과 살 사람들이 모여 말 그대로 북새통입니다. 양평장은 남한강을 이용해 일찍부터 이 지역 중심 시장으로 성장하였으며, 일제강점기에는 강원도 홍천, 횡성 방향으로 신작로가 뚫려 영향력이 막강했다고 합니다. 광복 이후 한동안 폐쇄되기도 했지만, 6.25 전쟁 이후 사람들이 시내에 나와 물건을 팔면서 다시 시작되었죠. 처음에는 소규모로 부활했던 것이 규모가 커져 옛 명성을 되찾았습니다.

 

시장에는 식자재, 농기구와 각종생활용품은 물론이고 메밀전병, 부꾸미, 뻥튀기 같은 주전부리도 많아 구경하다 보내 그새 한 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시장은 주로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쇼핑하는 현대인들에게 시장은 과거의 추억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경하는 내내 단순히 재화의 교환이라는 측면보다는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고 마음과 정을 나누는 시장의 사회적 측면이 더욱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한강물환경연구소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한강물환경연구소입니다. 한강물환경연구소는 팔당호를 포함한 한강수계연구를 위해 설치된 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2008년에는 맞은편에 한강물환경생태관이 개관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이번 교육에서 연구소를 방문한 이유는 남한강은 중요한 교통수단인 동시에 생명줄이기 때문입니다. 생태관에는 한강의 상, 중, 하류 각각 다르게 거처하는 어류들과 플랑크톤, 양서류, 파충류와 갑각류 생물들까지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어 물줄기가 소중한 자원이라는 것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상들이 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했는지와 지금 우리가 어떻게 물을 절약하며 잘 이용하는지를 배울 수 있어 체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유익한 시간이었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한양으로 통하는 경기의 길>에 참여한 가족들이 모여 빙고게임을 즐기며 하루 일정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소감을 나누며 양평 5일장에서 어린이들이 찍은 사진을 공유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한 한 부모님은 지금은 사라진 나루를 찾아보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더 좋아했던 <한양으로 통하는 경기의 길>은 11월까지 운영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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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김경민 |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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