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4
다름을 배우는 것을 넘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다
글 박혜령(박물관교육과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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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다문화꾸러미 교육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문화가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언어와 음식, 의복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사회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다름을 아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공존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다. 세계시민교육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민속문화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박물관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민속은 한 공동체의 오래된 전통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연과 관계 맺고, 공동체를 이루며, 삶을 이어온 방식이 축적된 생활문화이다. 따라서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을 함께 살펴보면 인간 문화가 공유하는 보편성과 각 문화가 빚어낸 고유한 특수성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탄생을 축하하고, 성인이 되는 순간을 기념하며, 결혼과 죽음을 공동체의 의례로 기억한다. 풍년을 기원하고 자연에 감사하는 축제를 열며, 조상을 기억하는 문화 역시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공통점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는 보편적인 가치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반면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 종교와 공동체의 삶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바로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과정이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이기도 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대표 프로그램인 ‘다문화꾸러미’는 이러한 교육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2010년 처음 개발된 다문화꾸러미는 당시 다문화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생활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서로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며 125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참여한 대표적인 공공문화교육 모델로 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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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문화꾸러미 교육
그리고 이제 다문화꾸러미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출발은 결혼이주민의 모국 문화를 이해하는 교육이었지만 지금은 특정 문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상호문화교육, 더 나아가 세계시민교육으로 그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즉 다양한 문화를 비교하고 공감하며, 서로 다른 삶의 방식 속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통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새로운 목표이다. 이는 특정 문화를 이해나 배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문화적
동반자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진화한 것이다.
올해 열린 어린이날 행사 ‘지구 놀이터’도 이러한 교육 철학을 잘 보여준다. 주한 12개국 대사관과 문화원이 함께 참여해 세계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했으며, 피터 브뤼헐의 ‘어린이들의 놀이’라는 작품 속 놀이를 오늘날의 어린이들이 다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놀이의 재료와 방식은 달라도 ‘함께 놀고 즐기는 마음’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동양이나 서양이나 세계 어디서나 같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성인 교육에서도 이어진다. 올해 새롭게 운영되는 세계민속교실 〈축제로 살아난 신화〉는 세계 각지의 축제 속에 남아 있는 신화의 흔적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문화가 어떻게 인간의 삶과 자연, 공동체를 이해해 왔는지를 탐구하는 인문학 강좌이다. 북유럽 신화와 축제에서부터, 인도의 두르가 여신과 두르가 뿌자,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와 드라마의 기원, 중국 윈난 소수민족의 곡물 신화와 축제, 마야와 아스떼까 신화를 바탕으로 한 축제의 문화적 연속성, 그리고 한국의 지역 축제와 신화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아니라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온 공동체의 기억과 세계관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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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민속교실 〈축제로 살아난 신화〉
흥미로운 것은 문화권이 달라도 축제는 모두 인간의 삶과 자연, 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풍년을 기원하고 생명의 순환을 축복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마음은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반면 이를 표현하는 신화와 상징, 의례는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바로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를 함께 읽어내는 과정이 세계시민교육의 핵심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러한 철학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단법인 지구촌나눔운동과 함께 해외 봉사단으로 파견되는 청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국문화연수는 우리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다.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문화 교류와 문화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 각 지역과 지속 가능한 문화 교류를 만들어 가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박물관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을 넘어 문화적 관점을 확장하는 교육으로 발전해야 한다. 서로 다른 문화를 비교하고 공통된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차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야말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문화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를 통해 우리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 박물관은 더 이상 과거를 보존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이어주며, 상호 문화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시민을 키워내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세계를 잇는 박물관 교육, 그것이 국립민속박물관이 만들어 갈 새로운 교육의 한 축이 될 것이다.
민속소식 제317호 (2026년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