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3
국립한글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공동 기획전
《가나다락 – 글놀이 말놀이》 개최
한글, 가장 자유로운 놀이가 되다
글_ 이연주(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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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 모습
국립한글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글날(가갸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여 공동 기획전 《가나다락-글놀이 말놀이》를 8월 30일(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읽고 쓰는 문자’가 아닌 우리가 가진 ‘가장 자유로운 놀이 도구’로서 한글을 새롭게 바라본다.
“◯◯놀이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어린 시절, 동네 골목길이나 학교 운동장을 순식간에 활기찬 놀이터로 바꾸어 놓던 놀이를 여는 말이 있다. 별다른 장난감이나 거창한 도구가 없어도 우리는 말 한마디로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즉석에서 규칙을 만들며 해가 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놀이를 깨우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즐거움을 여는 힘은 바로 우리의 ‘말’에서 시작된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영상 <놀이를 여는 말>을 마주하게 된다. 놀이 구호와 노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생생한 말들이 울려 퍼지며 놀이 공간으로의 몰입을 이끈다.
오래된 책장에서 디지털 화면으로 이어지는 ‘말글 놀이’의 여정
1부 <말글 놀이 저장소>에서는 기록으로 남은 말글 놀이와 매체에 따라 확장되어 온 말글 놀이의 세계를 조명한다.
1-1부 <놀이로 한글 배우기>는 한글을 쉽고 재미있게 익히기 위해 고안되었던 자료들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자료인 어문 학습서 『한일선시문신독본』에는 한글의 자모 조합 원리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부록으로 제작된 <시문신독본연습도>는 학습서에 제시된 글자들을 놀이로 배울 수 있게 설계된 놀이판이다. 참여자들이 놀이를 통해 글을 읽고 눈과 입으로 글자를
익히게 하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이외에도 익살과 재치를 부리는 재미있는 말인 ‘재담才談’, 알록달록한 그림과 리듬감 있는 글, 책을 오려 카드놀이를 할 수 있는 교재 등 놀이로 한글을 쉽게 익히기 위해 만들어졌던 자료들을 통해 놀이의 교육적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한일선 시문신독본』(정정증보)
황응두 | 1934년(초판 1930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 김남식 기증

〈시문신독본연습도> 중 조선문연습상도
황응두 | 20세기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시조놀이’ 카드
20세기 전반 |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재미나는 한글 공부 놀이』
최태호 | 1953년(초판 1952년)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신여성新女性』 제4권 제3호
1926년 3월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1-2부 <한글로 놀이 즐기기>에서는 ‘시조놀이’, ‘십자말풀이’ 등 우리의 일상을 다채로운 유희로 물들였던 놀이들을 소개한다. ‘시조놀이’는 흩어진 시조의 구절을 맞추며 운율의 멋을 나누는 카드놀이로, 시조로 유희를 즐겼던 당시의 놀이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십자말풀이’는 미국의 ‘크로스워드 퍼즐crossword puzzle’이 1920년대 우리나라로 건너와 신문, 잡지의 현상懸賞 문제로 자주 출제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포켓 공간으로 마련한 <디지털 말글 놀이>에서는 1990년대 삐삐 속 숫자 ‘8282’부터 2000년대 ‘싸이월드’, 그리고 오늘날의 ‘셋로그’까지 매체의 진화에 따라 변화하고 확장되는 ‘말글 놀이’를 선보인다. 디지털 매체의 진화는 개인의 말글과 감정을 즉시 연결하는 새로운 놀이의 장을 열어 주었고, 한글은 디지털 환경에서 무궁무진하게 창조되는 놀이 그 자체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소리로 놀고 모양으로 사고파는 <한글 상회>
2부로 가기 전, 오늘날의 ‘말글 놀이’를 ‘마켓’ 콘셉트로 연출한 <한글 상회>를 만날 수 있다. 같은 소리를 듣고도 저마다 다르게 옮겨 적은 ‘브로콜리’와 보이는 대로 즐기는 ‘야민정음’까지 이 기발한 발상들은 온라인에서 ‘밈meme’으로 번지며 큰 화제가 되었다. 〈한글 상회〉에서는 소통을 넘어 거대한 놀이 문화가 된 한글의 오늘을 조명하고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론화했다.
한글의 구조적 원리, 놀이로 체험하다
2부 <말글 놀이 공작소>는 한글의 구조적 원리를 놀이로 체험해 보는 공간이다. 한글의 특징에 따라 4가지 주제별 놀이 자료를 만나보고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먼저 <문자 분석실>에서는 한글과 한자, 로마자를 비교하여 서로 다른 문자 체계가 가진 특징을 놀이로 발견해 본다. 한글은 ‘끝말잇기’, 한자는 ‘회문回文’, 로마자는 ‘애너그램anagram’을 대표 놀이로 소개했으며, 관람객이 직접 단어를 써서 이어가는 ‘끝말잇기’ 체험물을 마련하였다.
<자모 설계실>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글자를 만드는 원리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자마춤딱지 노는 법』, <조선어 철자기>, <정문틀> 등을 소개하였으며, 실물이 전해지지
않는 <자마춤딱지>는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일부를 재현하여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소리 실험실>에서는 ‘잰말놀이’, ‘꼬리따기’, ‘동음이의어’ 등 소리를 활용한 말놀이를 다루었다. 1927년 『한글』에 실린 ‘잰말놀이’ 자료, 『청구영언靑丘永言』(1728, 보물)에 수록된 황진이와 성삼문의 시조 속 동음이의어 사례를 소개하였으며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한 ‘잰말놀이’ 체험 등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암호 해독실>에서는 역사 속 진짜 암호들을 살펴볼 수 있다. 한글 자음을 한자 숫자로 바꾸어 쓴 『당언문唐諺文』, 외교 문서, 비밀 단체의 암호 규칙을 통해 한글 자모를 변형하거나 숫자로 바꾸어 암호화한 사례를 소개하고, 관람객이 직접 암호문을 해독해 볼 수 있게 하였다.

『자마춤딱지 노는 법』
1938(초판본)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정문틀>
성훈교제기업사 제작 | 1950-1960년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청구영언靑丘永言』
김천택 엮음 | 1728년 |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 보물
2또한 현대의 한글 암호화 사례로 ‘에어비앤비체’를 영상으로 선보인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체험 영상 <내일로 가는 놀이>에서는 전시장에서 경험한 다양한 놀이들을 되짚어보고 각자의 선호도를 선택하면 참여자의 성향에 맞는 또 다른 ‘말글
놀이’를 제안받을 수 있다. 성향별로 맞춤 메시지도 부여되며 축적된 관람객들의 결과물은 벽면에 시각적으로 표출되어 전시장 마지막 공간을 장식한다.
놀이로 풍성해지는 우리의 언어문화
한글은 기록의 도구인 동시에 감각의 매체이며, 그 자체로 훌륭한 놀이의 재료이다. 이번 전시가 언어문화의 소중한 한 축을 담당해 온 ‘말글 놀이’의 자취를 되짚어보고, 이를 오늘날의 새로운 시선으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우리의 말과 글이 더욱 풍성하고 창의적인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는 역동적인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 감상 포인트 3가지
1. 여러분의 ‘유희 본능’을 깨워보세요!
이번 전시에서는 놀이 문화가 담긴 옛 기록 자료부터 현대의 ‘말글 놀이’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어 우리 삶 속에 녹아있는 한글의 유연한 변화를 조명합니다. 또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놀이 체험을 통해 전 세대가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입니다. 여러분의 재치 있는 말글로 전시장을 가득 채워주세요!
2. ‘말글 놀이’의 재발견
한글을 게임처럼 배우고 즐겼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만나보세요. 특히 1938년 고안된 한글 학습 교구 <자마춤딱지>는 한글 학습과 카드놀이를 접목한 최초의 사례로 여겨지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자마춤딱지>의 복원품과 『자마춤딱지 노는 법』초판본(1938)이 처음으로 공개됩니다.
3.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잰말놀이’는 발음이 비슷한 단어나 문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 놀이입니다.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들을 마이크 앞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보는 유쾌한 도전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난이도별로 제시되는 문장을 읽으면 발음의 정확도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점수로 보여줍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잰말놀이’를 즐기며 말소리가 가진 리듬감과 활기찬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껴보세요.
민속소식 제316호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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