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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2025년 새해를 맞이해 여러분 모두 “만사형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작년 5월에 부임한 이래 함께 보낸 8개월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저력을 확인하고, 오는 2031년 세종시에 자리 잡을 새 청사에서 펼칠 비전을 만들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생활문화 박물관으로 동서고금의 삼라만상 속에 깃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나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우리 그리고 지구촌 이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이것이 제가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을 여러분과 함께 구상한 이유입니다. 한국 사회는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공동체의 문화 정체성을 모색하고 또 이를 공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중추 문화 국가로 자리 잡기 위해 세계 여러 문화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를 갖추어야 합니다. 자라나는 미래세대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당한 세계시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조직입니다. 비교민속 연구라는 과제를 일찍부터 설정하고, 개별 연구 소재에 대해 조사·연구에서부터 자료 수집, 전시, 교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청바지, 소금, 인형, 가면 등 일상 속의 소재에 주목하고 여러 나라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인류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밝혀 대중과 공유하는 일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것입니다. 또한 ‘다문화 꾸러미’라는 획기적인 교구 상자를 제작하여 보급함으로써, 한국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전이하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온 성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은 오는 2031년 세종시에 새 청사를 건립하고 개관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필수적입니다. 지방의 정체, 쇠퇴, 그리고 소멸까지를 고민해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시대사적 과제는 더 이상 논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를 지역에 분산하는 일에 국립민속박물관이 앞장서고자 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을 세종시에서 새롭게 펼쳐내고, 이로써 한국은 물론 세계 박물관계에 우뚝 서는 기념비적인 박물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작년 12월 말 국립민속박물관은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해 세종시에 들어설 새 청사의 설계안을 결정했습니다. “신명나는 국립민속박물관”이라는 주제의 이 설계안은 개체가 어우러져 이루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구현한 것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지향하는 대로 세종시에 들어설 새 박물관은 다양한 세계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태어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은 세계 생활문화 자료의 수집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각종 자료 속에 담겨 있는 인류 보편문화의 원형질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그것들이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드러내는 다채로운 모습을 발견해 낼 것입니다. 또한 2026년을 목표로 국립민속박물관에 세계민속 전시관을 설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개관 이래 꾸준히 구축해 온 외국 생활문화자료 수집품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세종 신관의 개관 전시에 앞서 세계문화 전시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이 2025년에 펼치는 다종다양한 사업들은 인류 보편문화의 바탕 위에서 한국이라는 공간, 그리고 한국인들이 지내온 시간 속에서 피어난 문화의 개별성을 함께 조명하고 공유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이로써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인들에게는 세계문화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국문화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모쪼록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문화를 알리는 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 여러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고 소통함으로써 상호 이해를 도모하는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함께 노력해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5년 1월
국립민속박물관장 장 상 훈


글 | 장상훈_국립민속박물관장

『민속소식』 202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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