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국립민속박물관이 현재의 자리로 옮겨온 지 3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2024년부터 세종으로 이전 사업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2023년 12월 6일 세종 이전계획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가 마무리되어 1,981억 원의 총사업비를 확정지었습니다. 이어서 부지매입을 위한 계약금과 건물의 공간 구성 등 건축프로그램을 위한 용역비,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위한 관리용역비 등이 국회 증액으로 반영되면서 2024년부터 실질적인 이전 작업에 착수하게 됩니다.
국립민족박물관을 이어 서민문화의 생활유물을 모아 경복궁 안의 수정전에 ‘한국민속관’을 개관한 것이 1964년 10월이니 경복궁과의 인연은 올해로 59년이 됩니다. 그리고 경복궁에서 60년이 되는 2024년 우리만의 집을 짓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2024년은 세종 이전을 위한 고시로 출발합니다. 세종특별자치시 연기면 세종동에 위치한 국립박물관단지 제2구역이 국립민속박물관이 이전할 곳입니다. 주변에 중앙공원과 금강천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국립수목원도 자리하고 있어 자연으로 둘러싸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곳입니다. 더구나 인접한 국내 최대 국립박물관단지에는 어린이박물관이 지난 연말에 개관했고, 도시건축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 국가기록박물관 등이 속속 건립을 추진중입니다. 이들 박물관의 공동 수장고와 일부 박물관을 관리하는 국립박물관단지 통합관리센터도 건립되어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세종 이전을 위한 24년의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전 고시를 마치면 박물관의 이전 대상 부지 내에 어떤 위치에 어떤 형태로 자리할 것인가를 행복청과 협의를 통해 확정지어야 합니다. 동시에 건물 내 공간영역 구성 및 설정에 대한 건축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연구 용역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시, 수장, 교육 등 박물관에 필요한 공간 구성에 대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건축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이를 가지고 국제현상공모에 들어가게 됩니다. 공모에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2024년 내 국제현상설계 공모를 위한 공고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이전은 20년이 넘게 추진되었고 여러 차례 연구 용역이 있었습니다. 2024년 시작되는 세종 이전은 2011년의 『국립민속박물관 확대 이전 건립기본계획 연구』부터 실질적으로 출발합니다. 이후 다각도의 노력 끝에 이전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의 실익이 없는 사업으로, 조사 면제 대상으로 인정받아 2014년 총사업비 2,046억 원이 확정되면서 동력을 얻었었습니다. 그러나 입지 조건 개선 협상과 부지 매입비 확보 등이 난항을 겪으면서 추진이 지연되었습니다. 따라서 수장고 부족 현상은 심화되었고, 이에 본관 이전과는 별도로 추진되고 있던 파주 개방형 수장고 사업을 본관 이전의 1단계 사업으로 변경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전이 재추진되었고, 문재인 정부 100대 추진과제에 국립민속박물관 대상지가 세종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14년 총사업비의 확정은 긴 항해를 위한 출항이었습니다. 항해 중 도착지가 변경되는 풍랑을 맞았고 그 속에서 난파를 막아보려는 수많은 저항과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돌고 돌아 변경된 목적지로 항해의 돛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민초의 힘은 끈질김에 있습니다. 민속은 그런 민초의 삶을 조사하고 탐구하고 기록하고 알리는 것입니다. 이 항해가 무사히 목적지에 닿을 수 있게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간 민속박물관이 보여준 도전과 실험 정신은 이제 그 힘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그곳에서 다시 민초의 삶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풀어내는 것이 우리의 숙제입니다.
글 | 김윤정_민속기획과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