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오감만족 박물관 나들이’는 장애별 맞춤형 교육을 통한 장애인의 사회성과 감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나들이’라는 제목처럼 교육 참여자들이 박물관에 찾아와 전시실을 관람하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대면 교육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부터는 비대면 온라인 나들이로 운영 중이다.
박물관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전시실에서 직접 소장품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현장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육 참여자의 박물관 방문은 조심스러워졌고, 많은 수업이 비대면으로 운영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박물관 소장품을 선정하는 것은 더욱 신중해졌다. 장애인 대상 수업은 여러 사항을 대비하여 학습지도안을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선정된 기관이 보내준 참여자들의 장애 정도와 주의사항들을 검토하고 박물관 담당자와 함께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교육주제를 선정하게 된다. 특히, 장애인 교육에서는 전문 강사의 현장 도움 없이 체험이 가능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설정해야 하며, 체험키트 제작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지 공예는 크게 4가지 분야로 분류된다. 한지를 이용해 꽃을 만드는 지화紙花, 한지를 비벼 꼬아 엮어서 만드는 지승紙繩, 버려진 종이를 물에 담가 풀을 섞어 씨앗 단지나 함지박 등을 만드는 지호紙糊, 마지막으로 나무나 한지판으로 골격을 만들어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여러 길상 문양을 붙이는 지장紙裝 공예가 있다. 기존 대면 교육에서는 다양한 기물을 만들 수 있는 지장紙裝 공예로 사각쟁반, 제등 등 다채로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을 만드는 체험을 운영했었다. 이번 교육은 지호1) 작업으로 진행하였다. 지호 공예는 비교적 체험과정이 간단하여 전문 강사의 현장 도움 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할 기법을 결정한 후,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중 지호공예를 효과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유물을 선정하였다. 이번 교육과 연계된 소장품은 모란과 두 마리의 나비를 수놓은 인두판이다. 참여자들은 인두판에 수놓인 그림을 지호공예로 ‘나만의 모란꽃 문양 액자’를 만드는 지호공예 체험을 하게 된다.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지만, 체험교구재는 수작업으로 작업하여 키트로 만들어 수업 전에 신청기관에 보내진다.
전통문화 체험키트는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춰 여러 가지 색상을 구별하기 쉽게 밑 작업을 하여 제작한다.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모란과 두 마리의 나비 그림은 한지로 인쇄한 뒤 오려서 액자에 붙이고 액자 전체에 풀칠하여 닥섬유가 잘 붙게 해준다. 그다음엔 작품의 물감 역할을 하는 닥섬유를 제작해둔다. 먼저 닥섬유는 탈수를 통해 물기를 제거한다. 축축한 닥섬유는 서로 엉키어 있다. 섬유를 새털처럼 한 올 한 올 찢어 채반에 담아놓고 며칠을 정진하듯 손질한다. 이후 모란과 나비 색을 내기 위해 염료를 풀어 색을 낸다. 모란은 진한 분홍과 연분홍, 나뭇잎은 초록과 연두, 나무줄기는 진한 갈색, 나비는 노랑과 파란색, 총 15가지 색을 손으로 주물러 직접 만든다. 이렇게 염색된 닥섬유는 색상별로 각 봉투에 담겨 모란과 나비가 장식될 액자와 함께 신청기관에 보내진다.
수업은 원격으로 운영되며, 실시간으로 온라인상에서 교육 참여자들과 소통하며 진행된다. 참여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박물관이 소장한 한지공예 관련 유물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체험을 하기 전에는 모란과 나비2)를 살펴보고, 그 문양이 가진 뜻과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액자에 밑그림으로 그려진 모란 위에 1번이라 적힌 진한 분홍색 닥섬유를 올리고 핀셋과 꼬치 막대를 이용해 꾹꾹 눌러 붙이는 시연을 보인다. 시연이 끝나면 참여자들의 움직임이 화면으로 들어온다. 서툴지만 꾹꾹 눌러 모란을 새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떤 상황에서도 교육은 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 모란, 잎, 줄기, 나비 순으로 닥섬유를 올려 똑같은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해나간다. 참여자들은 손으로 닥섬유를 직접 만져보며 촉각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반복적으로 손가락 힘을 사용하면서 손가락 근육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참여자들의 속도는 모두 다르지만, 수업 종료 이후에는 기관 담당자 선생님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완성품을 사진으로 보내준다.
또한, 이번 수업은 자연 재료로 전통 문양을 장식하여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다. 한지공예에서 문양은 기물을 아름답게 장식하려는 것 외에 사용자의 생각과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다. 즉, 간접적 상징의 전달 매체로서의 생활 철학이 담긴 표현 수단인 것이다. 소장품과 연계한 한지공예 수업은 그 유물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수업 참여자들의 표현작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소장품 연계 교육프로그램은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연결될 수 있다.
1) 한지 반죽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공예
2) 모란과 나비는 부귀와 남녀화합을 뜻한다. 여러 송이 모란일 경우는 부귀와 화목한 가정을 뜻하기도 한다.
글 | 윤서형_국립민속박물관 교육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