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편집팀
새해 아침은 작은 바람 하나에도 마음이 열리는 시간이다. 조금 더 웃고, 조금 덜 서두르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하고 싶어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마음속에도 저마다의 새해 희망과 바람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새해 소망과 전통문화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엄마의 마음은 새해에도 자식을 향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와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출산, 모두의 잔치》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온 김지형 씨 모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지형 씨 어머니는 새해 소망을 물어보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따님의 결혼이라고 했다. “새해엔 우리 딸이 좋은 짝 만나 시집을 갔으면 좋겠어요. 결혼 적령기 딸 가진 부모라면 모두가 저와 같은 생각일 것이에요.” 김지형 씨는 어머니 소망과 달리 가족의 건강과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했다. “어머니가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회사 생활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 가족 건강, 그리고 일상의 안정을 바라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전시를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신생아와 관련된 전시물을 본 어머니는 “요즘 출산율이 너무 낮은데, 이런 전시를 보면서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라며 관람 소감을 얘기했다. 김지형 씨는 “모자 수첩과 배냇저고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머니가 지금도 제가 아기 때 입었던 배냇저고리와 모자 수첩을 간직하고 계시거든요.”라며 자신의 경험과 맞닿은 유물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고 전했다.

김지형 씨 가족
교포 사회에서도 새해의 의미는 다르지 않아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이재령 씨는 아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려주고 싶어 아들 이준혁 군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 마침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 전시가 진행 중이어서 한국의 새해 풍습과 병오년 말띠 해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재령 씨는 “새해가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세배 드리는 새해 세시 풍속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비록 우리 가족은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새해가 되면 윷놀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라며 교포 사회에서도 새해 민속문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준혁 군의 새해 소망은 엄마를 향했다. “엄마가 캐나다에서 열심히 일하시거든요. 내년에는 엄마가 하는 일이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오늘 전시에서는 말꼬리 털로 만든 여러 가지 생활용품이 인상적이었어요.”라며 전시 관람으로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고양시에 사는 이새헌 씨는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 이새헌 씨는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 전시가 인상적이었어요. 내년이 ‘붉은 말’ 해라는 것을 전시를 보고 처음 알았어요. 말은 뭔가 역동적이고,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다양하게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함께했다는 것이 놀랍네요.”라며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 전시를 통해 병오년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재령 씨, 이준혁 군

이새헌 씨 가족
한국의 ‘띠’ 문화가 담긴 전시가 인상 깊었어요
스페인에서 온 라라 씨는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했고, 멕시코에서 온 클라우디아 씨는 10살 때부터 K-드라마를 보며 한국 방문을 꿈꾸던 소녀였다. 누구보다 우리나라 문화를 사랑하고 관심이 많은 해외 관람객이었다. 클라우디아 씨는 “제가 말띠라는 것을 전시를 보고 알았어요. 내년이 말띠 해라서 정말 놀라운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내년을 생각하면 설레는 마음이 커요.”라며 말띠 해에 더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라라 씨는 “별자리처럼 한 해를 상징하는 ‘띠’ 개념 설명이 흥미로웠어요. 별 대신 동물을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라며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 전시 관람 소감을 이야기했다.
가족의 건강을 빌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이를 응원하며, 올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난 관람객들의 병오년 새해 소망은 특별하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 전시를 통해 과거의 삶과 마주하고, 《출산, 모두의 잔치》 관람을 통해 오늘의 자신과 가족을 떠올리는 시간. 그렇게 박물관에서 나눈 소박한 말 한마디, 따뜻한 덕담 하나가 새해를 향한 가장 든든한 인사가 된다.

라라(왼쪽), 클라우디아(오른쪽)
민속소식 제313호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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