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만큼 어린이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친구들과 학교 밖을 나가서 맞는 바람은 그 자체로도 달콤하다. 학창시절, 소풍 가기 전날 밤에 잠 못 이루던 추억은 세대를 아울러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현장체험학습’이라는 말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소풍’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어린이들의 소풍 명소,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풀밭에서 수건돌리기 해봤니? ‘민속이의 소풍 가는 날’
한동안 소풍이 얼마나 즐거운지 잠시 잊고 있던 때가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풍을 잊고 있던 어린이들이 소풍으로 함께 어울리는 기쁨을 맘껏 누리길 바라는 그 간절한 마음을 담아 준비한 프로그램이 있다. ‘민속이의 소풍 가는 날’이다. 박물관에 처음 소풍 온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꽃잎 흩날리는 봄날부터 시작하였다. 일하는 틈틈이 계절마다 즐겼던 소풍의 추억은 세시풍속으로 남아있다. 어린이들은 봄철 삼짇날의 꽃놀이, 여름철 유두의 물놀이, 가을철 중양절의 단풍놀이 등 옛 소풍을 탐색하고 상설전시실2 ‘한국인의 일 년’과 야외전시장 ‘추억의 거리’에서 소풍 준비도 체험해 본다. 전시를 관람한 후에는 본격적인 놀이가 준비되어 있다. 너른 박물관 풀밭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한 학급 어린이들이 ‘수건돌리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탕 따먹기’, ‘장기자랑’ 등 신나는 놀이에 몰두한다. 어린이들의 표정은 약간은 상기되면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몸은 뛰어오른다. 마지막 소풍의 하이라이트,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박물관 소풍을 마무리한다. 어린이들은 말한다. 조금만 더 놀다 가고 싶다고, 내가 술래할 거라고, ‘사탕 따먹기’로 얼굴에 밀가루를 묻히면서도 즐겁기만 하다고…. 그렇다. 소풍은 즐겁다.
‘추억의 거리’에서 ‘골목놀이’하고 ‘오촌댁梧村宅’에서 신神도 만나고
야외전시장 ‘추억의 거리’는 1970년대~1980년대 골목문화를 재현한 공간으로 금방이라도 골목에서 개구쟁이들이 뛰어나올 것만 같다. ‘골목놀이 할 사람, 여기 붙어라’ 프로그램은 그 시절 놀이가 중심이다. 소풍 온 어린이들은 북촌국민학교, 현대문구, 근대화슈퍼, 꾸러기만화방으로 시대를 거슬러 타임머신 여행을 떠난다. 고무줄놀이, 비석치기, 사방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지금은 특별한 추억의 골목놀이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가진다. 제기·팽이 등 놀이감을 만드는 것은 덤이다.
박물관 오촌댁梧村宅에서는 한옥 여행이 시작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오촌댁 이야기’는 경상북도 영덕이 고향인 살림집에서 사람·공간·살림살이와 함께 공간을 지키는 신神을 만나는 소풍이다. 사건수첩을 가지고 추리하며 진짜 오촌댁 주인을 찾아보는 이야기보따리가 준비되어 있다. 집에 액을 막고 복을 불러오는 액막이 북어를 만들면 체험은 끝이 난다.
누구라도 놀러와. 활짝 열려있는 박물관 소풍!
박물관 소풍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그동안 박물관 교육의 사각지대로 자리했던 보육원·모자원 등을 대상으로 ‘달토끼와 산토끼, 우리는 친구’를 새롭게 개발하였다. 어린이들은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귀여운 달토끼가 산토끼를 만나서 우정을 쌓고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우정대탐험 여행을 함께 한다. 지혜로운 토끼가 등장하는 옛이야기도 듣고 즐거운 노래도 불러본다.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1 ‘달토끼와 산토끼’에서 놀아도 보고 교육실에서는 절구 찧기와 나만의 ‘힐링 약초주머니’도 만든다.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소풍을 준비했다. 특수학급 장애 어린이가 박물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교육 맛보기 시간을 마련했다. ‘룰루랄라 노래랑 놀자’ 프로그램은 단계형 체험교육 2회로 운영된다. 1차시에는 교실에서 동요와 함께 하는 신나게 모둠 놀이를 하고 놀이감도 만들어 본다. 2차시에는 박물관 전시실에서 놀이감을 탐색하고 ‘추억의 거리’ 골목에서 직접 뛰어놀 수 있다. 특히 이 교육은 개발과정에서 특수학급 교사들이 참여하여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이다.
얘들아,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소풍 가자!
학교 교육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체험학습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래도 소풍은 학교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학교에 소풍이 없다면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시절의 큰 즐거움과 추억 하나를 잃게 된다. “어린이들은 학교 밖의 바람을 쐬며 성장한다.
어린이들에게 민속의 바람을 쐬게 해주고 싶다. 이제 박물관은 지루한 곳이 아니다. 박물관 소풍은 즐겁다. 얘들아,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소풍 가자!”
글 | 안정윤_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