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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매듭공예가 이부자의 매듭 인생 이야기
이부자 기증 특별전 《매듭》

국립민속박물관은 2023년 9월 5일부터 11월 6일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이부자 기증 특별전 《매듭》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매듭공예가 이부자 선생의 매듭 인생 이야기를 이부자 기증 매듭 작품과 영상 등 160여 점의 자료로 선보인다.

이부자 기증 비하인드
2023년 2월, 기증자료 수증을 위해 이부자 선생의 자택에 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이 방문했다. 아담한 아파트인 기증자의 집에서는 주머니, 선추, 유소, 2m가 넘는 크기의 인로왕번 등 매듭 작품이 담긴 크고 작은 상자가 수없이 나왔다. 수십 점의 노리개는 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종이로 감싼 후 하나하나 핀으로 고정하여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다. 작품을 보관해 둔 모습에서도 꼼꼼한 기증자의 성품이 엿보였다. 2~3월 중 세 차례에 걸쳐 기증자의 매듭 작품 전부와 전시를 위해 대여하는 제작 도구 등 관련 자료들도 모두 기증자의 자택에서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옮겼다. 본인의 반평생을 바친 작품들이 모두 빠져나간 날, 기증자는 평소처럼 TV를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자신이 수십 년을 몰두했던 보물과도 같은 작품들이었기에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작품들이 박물관에서 보관되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한다.

기증자 이부자 선생이 국립민속박물관에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평소 친분 있던 천연염색 연구가 이병찬 선생이 ‘그 많은 작품들을 그냥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냐’며 기증을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이병찬 선생 역시 10년 전인 2013년에 국립민속박물관에 자신의 천연염색 작품들을 기증하고, 기증 특별전 《자연을 물들이다》를 개최한 바 있다. 귀중한 기증의 경험이 또 다른 귀중한 기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노리개
매듭 묵주

누군가는 항상 매듭을 만들어 왔다
매듭공예는 다른 공예들과 마찬가지로 그 과정이 쉽지는 않고, 그렇기에 더더욱 일반인들에게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알고 보면 매듭은 그 역사가 고구려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고, 현재까지도 그 명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 자체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어떤 대상에 연결되어 주인공의 품격을 높이는 빛나는 조연으로서 매듭은 생활용품에서부터 의례 용품까지 널리 쓰여 왔다. 특히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매듭을 많이 만들고 사용했기 때문에 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인 ‘매듭장’과 ‘다회장매듭의 재료인 끈목을 만드는 장인’에 대한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의 매듭장은 성별로도 여성들이 많기에 매듭공예는 여성들의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선시대 왕실의 매듭장은 주로 남성이었다. 특히 상여에 달리는 대봉유소와 같이 굵은 끈과 매듭으로 만드는 대규모 작품은 남성들의 참여를 필요로 했다. 물론 전문 장인만이 다회끈목와 매듭을 제작한 것은 아니며, 궁중의 상궁들도 ‘즐겨 다회를 치고 매듭을 맺었다’고 한다. 민가에서도 여러 장인들이나 여성들이 다회와 매듭을 만들어 사용했다.

의복이나 생활용품에 널리 쓰였던 다회와 매듭은 서양의 복식이 유입되고 점차 정착되면서 20세기 초부터 제작과 수요가 줄어들었다. 또한 제작 방식도 기계화되면서 다회를 만드는 기술은 거의 사라지고, 기계로 만들기 어려운 매듭 제작 기술은 소수의 장인들에게 계승되었다. 매듭장은 1968년에 초대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정연수1904~1974가 지정되고 이후 대를 이어 보유자를 지정하여 그 맥을 잇고 있다. 1970~80년대에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매듭의 부흥기가 있었다. 수많은 매듭 강좌가 개설되어 수강생들이 몰려들었는데, 이는 이른바 ‘동양 매듭’이라 불렸던 매듭 공예품의 수요가 증가하였기 때문이었다. 1970년대 중반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민예품 시장이 남대문시장, 세운상가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매듭 벽걸이 등 장식품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여성들은 매듭공예를 배워 부업으로 가계소득을 올리기도 하고, 결혼을 앞두고 매듭을 비롯한 자수, 바느질 등 규방공예를 배워 직접 혼수품을 마련하였다.

현재는 과거에 비해 일상생활에서의 쓰임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노리개나 팔찌 등 장신구로 매듭을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방을 운영하며 전통 매듭을 응용하여 키링이나 브로치 등 다양한 창작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동호회를 만들어 취미로 직접 매듭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전시장 내에서 요즘도 매듭을 만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영상과 인터뷰로 소개한다.

우연히 시작된 이부자의 매듭 인생
이부자 선생이 매듭공예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로 인한 것이었다. 인생의 중반부인 1980년대 초, 우연히 신문에서 매듭장 김희진1934~2021 선생의 매듭 강의 소식을 본 이부자 선생은 호기심에 이를 찾아갔고, 매력을 느껴 그날로 매듭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후 김희진 선생의 한국매듭연구회에 들어가 매듭을 배우고 스승 김희진의 작업을 도우며, 수차례의 작품 전시회에 출품하고 2012년에는 개인전도 개최하였다. 전승공예대전에도 작품을 출품하여 총 7번 수상하였다. 이부자 선생은 깐깐하다 싶을 만큼 꼼꼼한 스승에게 매듭을 배웠기에 본인의 솜씨가 다져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매듭공예는 실을 짜서 끈을 만들고, 그것으로 매듭을 맺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부자 선생은 끈을 짜고 매듭만 만든 것이 아니라, 매듭과 연계되는 거의 모든 부분을 손수 만들어 냈다. 주머니와 발 등도 직접 바느질하고 수를 놓아서 만들고, 안경집도 틀부터 마무리까지 만드는 등 작품의 거의 모든 부분이 그의 손끝을 거쳐 탄생했다. 수증한 작품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리개이지만, 그 외에도 모시발 발걸이 유소, 주머니, 선추, 목걸이, 묵주, 인로왕번불교 의례용 깃발, 보자기 등 다양한 작품이 있다.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적으로 응용한 것까지 이부자 선생이 손으로 빚어낸 시간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듭과의 운명적 만남을 바라며
이번 전시에서는 많이 보아온 듯 친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우리 전통 매듭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요즘 시대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매듭의 재료인 다회를 만들 때 나는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감상해 보고, 직접 다회틀에서 끈을 짜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매화·국화·잠자리·나비 등 자연물의 형태를 본떠 만든 매듭의 이름을 맞춰보는 영상 체험 등 매듭을 쉽고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부자 선생이 우연히 매듭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던 것처럼, 이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매듭과의 우연하고 신선한 만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이주홍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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