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저널 무형유산』은 국립민속박물관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ICOM KOREA와 공동으로 연 1회 발간하고 있는 국제학술지로서 이번이 18번째 발간물이다. 이번 호에서는 총 4가지 주제 12편의 논문을 수록하였다.
첫 번째 주제는 무형유산의 넓은 범위에 대한 논의로, ‘2003 무형유산 보호협약’의 기준과 인권 문제의 교차점, 무형유산과 기억 사이의 관계, 그리고 분쟁 지역에서 무형유산이 사회적 분열을 완화하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두 번째 주제는 공연예술Performing arts에 대한 내용으로, 공연과 같은 무형유산이 전통적인 젠더 역할에 대한 도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찰하였다. 세 번째 주제는 전통공예기술Traditional craftsmanship에 관한 것으로, 디지털 기술이 수공예 활동을 어떻게 지원하고 활성화하는지를 사례 연구를 통해 탐색하였다. 마지막으로, 구비전통 및 표현Oral traditions and expressions에 관한 주제에서는 구비전승과 같은 무형유산이 다양한 환경에서 지역사회를 유지하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총 12편의 논문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헬가 얀세Helga Janse, 스웨덴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과 ‘선의 기준Goodness criteria’」은 2003년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제2조의 해석과 그 실제 적용 사이의 격차를 섬세하게 조명하였다. 특히, 인권 문제를 협약 내에서 다루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미흡함을 지적하였다. 애매한 ‘회색 지대grey area’에 놓인 차별적 관행, 무형문화유산을 ‘선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복잡성을 가중시킨다고 하였다. 특히, 논문은 2003년 협약이 부정적이고 논란거리가 있는 어려운 유산을 인정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협약에 ‘선의 기준’을 포함하는 것이 인권에 대한 주의를 보장하고 차별적인 관행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무형문화유산 분야의 젠더 문제에서는 ‘선의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독자의 성찰을 독려하고 있다.
캐스퍼 찬Ka Yin Caspar Chan, 중국의 「문화유산, 계승의 환상, 기억의 변동성: 마카오의 우리 주 선하신 예수의 고난 행렬에 대한 고찰」은 집단적 기억과 종교적 관행의 유동성, 그리고 문화유산의 영향력에 대하여 깊이 있게 탐색한 논문이다. 연구는 마카오의 ‘우리 주 선하신 예수의 고난 행렬’이라는 특정한 종교적 행사를 중심으로 문화유산과 그것이 가지는 ‘집단 기억’과 ‘계승’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 이 행사의 내재된 의미 전달력, 다양한 집단 간의 상호작용, 지속성을 통해 우리가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논문은 모든 ‘유산화된’ 요소가 이러한 매개체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제시한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이 과거의 기억을 현재와 미래로 연결하고 문화유산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도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우리에게 문화유산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계층과 관계 맺는 살아있는 연결 고리임을 강조하고 있다.옐레나 츄코비치Jelena Ćuković, 세르비아의 「자원으로서의 무형문화유산: 세르비아 보이보디나Vojvodina 주 이해관계자의 정치 활동에 대한 현장연구」는 문화적 가치와 정체성 보존을 위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방식과 그 효과, 그리고 무형문화유산의 보호가 어떻게 사회적 갈등 완화 또는 해결에 기여하는지를 탐구하였다. 세르비아의 보이보디나 주는 다양한 국적, 종족, 종교가 공존하는 32개의 공동체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의 인류학적 현장연구는 무형문화유산 보호가 사회적 갈등을 가중시키지 않음을 입증하며, 이는 무형문화유산 전문가들에게 희망적인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충격과 파괴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의 문화적 다양성 인정과 무형문화유산의 중요성 인식은 갈등을 촉발시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노력들이 사회적 화합 촉진에 기여하였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연구는 분쟁 이후의 사회에서 무형문화유산 이해관계자의 참여 모델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보존 전략 개발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야하오 왕Wang Yahao, 중국의 「대표성과 공연성 사이: 중국 고대 주앙Zhuang 마을 무형문화유산 기념식」은 무형문화유산 관리와 그 표현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논문이다. 연구는 공연예술이 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문화의 대표성을 강화하며, 관광을 촉진하면서도 개인과 공동체의 자기표현 수단으로 작용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무형문화유산 관리가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하고 지역 발전을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국가 주도의 무형문화유산 관리시스템이 무형문화유산을 단순히 비물질 문화에서 벗어나 소수민족의 지역문화 생성과 국가 정체성 구축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최희영Choi Heeyoung, 한국의 「페미니즘적 신념의 묘사와 문화규범의 초월: 한국 여성 예술가의 남성 전통가요 재해석」은 한국의 궁중음악계에서 활동하는 현대 여성 예술가들이 페미니즘적 신념을 어떻게 무대에서 표현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전통적 문화유산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는지를 철저하게 탐구하였다. 논문은 특히, 두 명의 여성 예술가들이 전통적으로 남성 전유물로 간주되는 ‘남창가곡’이라는 장르를 재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국악에서의 전통적 젠더 역할에 도전하는 방식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그들의 행동 즉, 중성적인 외모, 중저음의 목소리, 새롭게 제작된 악기, 전자음악을 활용하는 방식은 음악을 통해 젠더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연구는 ‘페미니스트 음악 비평’ – 음악이 단순히 사회적 견해를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젠더 구조의 채택, 경쟁, 출현, 협상이 이루어지는 공개 포럼이라는 개념 – 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다. 이를 통해 여성 예술가들이 어떻게 음악을 통해 젠더 문제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고 문화적 규범을 초월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왕 치앙이 Wang Qianyi, 중국의 「문화유산의 보존 vs 지속 가능성을 위한 변화: 중국 산동성 일조Rizhao시 어부의 춤 사례 연구」에서는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과 그 변화의 필요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조명하였다. 이는 문화유산이 고정되어 보존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변화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핵심 질문을 제기하였다. 일조Rizhao시 어부의 춤을 예시로 들면, 이 춤은 오래된 전통의 일부를 잃어버렸지만, 그 변화를 통해 그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였다. 이는 유산 보존과 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중국에서는 당국의 강력한 역할이 문화유산 보존을 수익 창출의 매개로 변형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무형문화유산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흐메트 아랄Ahmet Erman Aral, 튀르키예의 「인간문화재의 기능화와 장인정신 회복 실험: 플랑드르의 경험」은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서 제시한 인간을 중심으로 두는 무형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효과를 조명하며 이러한 접근법이 개인, 단체, 공동체의 보호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탐구하였다. 특정인에게 존경과 인정을 부여하고,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인간문화재 정책은 재검토가 필요함을 지적하면서, 논문은 2018년에 시작된 벨기에 플랑드르 사례를 분석한다. 공식적인 인간문화재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도 장인정신 증진·보호를 위한 보조금 제도가 2003년 협약의 인간 중심적 접근법을 반영,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음을 설명한다. 또한, 논문은 공예와 장인정신을 현대적으로 이해하고 인간문화재 정책을 활용하여 국가와 지역적 맥락에서 문화, 교육, 디자인, 창업, 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관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알렉산드라 딘스Alexandra Denes,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치앙마이 여성 민족 공예가 지원: 가능성과 한계점 인식하기」는 유네스코 방콕이 삼성전자의 후원을 받아 시작한 ‘여성 E-nspire 문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연구이다. 2020년 7월, 치앙마이 대학교의 사회연구소와 유네스코 방콕이 협력하여 도이푸이 마을의 흐몽족Hmong 여성 공예가와 청년들의 디지털 기술 개발과 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논문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사회문화적 인사이트와 교훈을 공유하며, 디지털 기술이 문화유산 보호에 활용되는 방법, 그리고 그 한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있다.
캐스퍼 로딜Kasper Rodil, 덴마크의 「가상현실 속 공예 기술: 남아프리카 전통 양조법의 디지털 개발 및 평가」는 무형문화유산의 비영속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 활용에 관한 연구이다. 이 연구는 남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맥주 양조법인 ‘umqombothi’를 가상현실을 통해 학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다루었다. 연구 결과는 가상현실 프로토타입을 활용하여 단기간에 전통 양조법의 핵심 요소와 공동체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학습 과정은 참여자들의 일상에 적용되어 공예 기술의 지속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확인된다. 논문은 특히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한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전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향후 무형문화유산 보호 및 관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나탈리 브라버Natalie Braber, 네덜란드의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언어 보호」는 영국의 경우를 중심으로 그들의 무형문화유산 보호 현황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국가적 체계가 부재함을 지적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사투리, 악센트, 방언 등 언어의 보호를 제안하고 있다. 언어는 개인 또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 ‘저장소’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연구는 영국 동중부 지역의 ‘피트 토크Pit Talk’라는 사례를 통해 영국 내에서 무형 문화유산이 없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 도전하며, 언어 유산의 보호 및 재생을 위한 지역 수준에서의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하였다. 또한, 논문은 영국이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을 비준하는 것이 어떤 이점, 단점, 그리고 제한점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 중심의 전국적인 체계가 미래 세대의 언어 유산 보호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통해 논문은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언어 보호를 강조하며,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아구스 이스완토Agus Iswanto, 인도네시아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통한 무형문화유산 보호: 인도네시아 반유왕기 오싱Banyuwangi Osing 가문의 모코안Mocoan 전통」은 인도네시아의 이야기 낭독 전통이 어떻게 살아있는 유산으로 보존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연구는 인도네시아 동자바 지역의 반유왕기에 있는 오싱 가문에서 행해지는 ‘Mocoan Lontar Hadis Dagang’ 이야기 낭독 세션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이 낭독 전통은 특정한 의례적 요소가 결합되어 그 자체로 ‘살아있는 이야기’ 형태로 유지되고 보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논문은 이러한 보존 행위가 어떻게 다른 연관 문화 요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분석하여 보다 효과적인 보호·보존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하였다.
눌얀토Nuryanto, 인도네시아의 「인도네시아 순다인의 전통 건축술의 기본 개념 순다 위위탄Sunda Wiwitan 의식과 고대 순다인 기록의 무형문화유산적 가치」는 인도네시아 순다인의 전통 건축 원칙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연구에서는 순다 위위탄 의식과 고대 순다인 기록이 어떻게 전통적 건축의 기본 원칙을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지를 탐색하였다. 논문은 인도네시아 반텐 주 르위다마르 구에 위치한 바듀이 탕투 마을의 전통 주택에 대한 조사를 중심으로, 순다인의 건축에 대한 세계관 개념을 설명한다. 이는 인도네시아 순다인의 전통적인 건축 원칙이 어떻게 무형문화유산으로서 유지되고 보호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글 | 조영수_민속연구과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