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박물관에서는 #1

『국제저널 무형유산』 17호 발간

국립민속박물관을 대표하는 영문학술지인 『국제저널 무형유산International Journal of Intangible Heritage』 제17호가 7월 15일 발간되었다. 이 저널은 무형유산의 이해를 증진하고 관련 연구, 조사 학술교류를 위한 소통의 공간으로 ICOM국제박물관협의회의 지원 아래 2006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간하고 있다. 이번 17호에는 17개국에서 35편의 논문이 투고되었다. 1차 편집위원회의 심사와 2차 3인의 관련 전문가 심사 그리고 최종 3차 재심을 거쳐서 10개국 14편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논문의 심사는 작년2021년 ICOM과 공동으로 합의한 발간규정에 따라 진행되었다. 심사 기간은 이전보다 길어졌으나 심사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강화되어 저널의 발전이 기대된다. ICOM은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비정부 국제기구로 박물관 활동을 위한 표준 규범을 제정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상호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의 문화의식을 높이고 세계 박물관 전문가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ICOM은 1946년 파리에서 설립하여 1947년 멕시코에서 1회 총회를 개최하였다. 현재2022년 7월 15일 기준 138개국 44,686명의 전문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18개국의 ICOM 국가위원회가 있다. 따라서 ICOM은 박물관 분야에서 유일한 글로벌 조직으로 세계 박물관을 대표하며 그 위상이 높다. 2022년에는 체코 프라하에서 ‘박물관의 힘The Power of Museums’이라는 주제로 26회 총회2022.8.20.~8.28.가 개최된다. 우리 관에서는 정기회의와 총회에 참석해서 ‘국제저널 무형유산’ 발간 보고 및 홍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체코 프라하 총회에도 참석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9년 9월에 개최된 제25회 ICOM 교토대회에서 ICOM, ICOM 한국위원회와 『국제저널 무형유산』의 발간에 상호 협력의 뜻을 모았다. 3개 기관은 약 1년간의 기간을 거쳐서 발간규정을 개정하고 협의서 문구를 수정하면서 마침내 2021년 3월,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였다. ICOM 알베르토 갈란디니Alberto Garlandini 회장과 ICOM 한국위원회 장인경 회장, ICOM 피터 켈러Peter Keller 사무총장, ICOM 에이든 멕데빗Adein Macdevitt 출판부장이 집행위원과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며 저널의 홍보 및 발전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하였다. ICOM이 외부 국가기관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저널을 발간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국제저널 무형유산』이 유일하다. 이는 『국제저널 무형유산』의 학술적 가치와 세계적인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널의 인지도와 논문의 연구 성과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국 톰슨 로이뎌Thomson Reuters사 주관 예술인문학인용색인A&HCI, 미국의 SCOPUS, 현대언어협회국제서지MLAIB, 아시아연구참고문헌BAS,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지로 등록되어 있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 17년 동안 매년 1권씩 17권의 영문판이 발간되었다. 아울러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 연구자를 위해 영문판을 번역한 국문판도 발간하고 있다. 2017년부터 국문판은 예산 절감을 위해 파일 형태로 만들어 저널 누리집www.ijih.org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저널 누리집에는 1호부터 17호까지 51개국에서 투고된 174편의 논문이 모두 실려 있어 상시 자유롭게 열람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다. 총 174편 논문의 국가별 현황을 살펴보면 영국17편, 미국16편, 한국13편 순으로 논문이 많이 실려 있다. 이는 『국제저널 무형유산』이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연구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17호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 민속과 신화, 축제, 박물관학, 공간 무형문화유산, 공예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주제의 무형문화유산에 관한 논문들이 실렸다. 아울러 박물관의 새로운 정의에 관한 담론과 그 속에서 무형문화유산이 지니는 역할에 대한 미국의 저명한 공공 민속학자 미셸 스테파노Michelle L. Stefano의 특별기고가 함께 실렸다. 먼저, 리사 길먼Lisa Gilman의 「‘Our Culture is dying’: Safeguarding versus representation in the implementation of the UNESCO ICH Convention」1) 논문은 한 공동체에게 가치 있는 무형문화의 연행 또는 보호가 과연 ‘인류’를 위한 것인지라는 물음표를 던진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을 제도화하고 정책으로 이행하면서 한 공동체의 ‘간판’ 문화유산이 선정되고, 이는 대외 홍보나 돈벌이로 이용된다.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담론 또는 정책에서 공동체가 진정으로 보호되길 바라는 문화유산과 대표적 문화로 선정 및 홍보되는 문화유산 간의 괴리가 간과되고 있다. 저자는 남아프리카 말라위Malawi의 현장조사를 사례로 무형유산 보호와 대표 문화로서의 홍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의 제도적 이행의 관점보다는 공동체 스스로가 그들의 정체성, 자부심, 다양성 심지어 돈벌이 등 어떠한 이유로든 그들의 문화를 드러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화유산 정책이 보호보다는 홍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자각해야 더욱 신중하고 효율적이고 윤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민속과 신화 관련 데비캬 샤르마Devika Sharma와 아미타브 비크람 드위베디Amitabh Vikram Dwivedi의 「The other side of the coin: Towards a narrative analysis of Dogri folk tales」동전의 반대면: 도그리(Dogri) 민담의 내러티브 분석 논문은 인도의 도그리 민담에서 얻은 자료를 가지고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민담 사례연구는 전 세계 민담 속에 깃든 옛 지혜를 공유하고, 소멸해가는 공동체의 문화에 숨을 불어넣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박호진과 페루의 로돌포 산체스 가라파Rodolfo Sanchez Garrafa의 「The Origin Myth of Sun and Moon in the Andean and Korean Traditions」안데스와 한국의 전통 해와 달 기원 신화 논문의 주제는 우리에게 친숙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과 페루의 해와 달 신화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각각의 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한국과 페루의 신화에서는 공통적으로 밧줄 모티프가 등장한다. 레비 스트로스Levi-Strauss의 신화이론에 기반하여 한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페루의 ‘와콘포식자’과 윌카스쌍둥이’를 ①태초 시간의 계기 ②홀어머니의 여정 ③쌍둥이, 남매 ④사기꾼, 포식자, 희생양 ⑤하늘의 밧줄과 상-하위 세계 간 이동으로 분석하였다. 두 신화는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밧줄을 사용하지만 각각의 신화는 고유한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둘의 유사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계와 영향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무형문화유산과 공예라는 주제의 「Cultural impacts of state interventions: Traditional craftmanship in China’s porcelain capital in the mid to late 20th century」2) 논문은 야원 쉬Yawen xu와 위 타오Yu Tao가 20세기 중후반 중국 경덕진 도자기 제조 도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역할을 분석하여 당국의 개입이 도자기 전통 공예에 끼친 문화적 영향에 대해 서술한다. 경험적 증거에 의하면, 국가의 개입은 전통 공예 고유의 기술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으로 예술적 요소의 축소, 개인 공방의 소멸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노동자 단체에 복합적 영향력 행사, 기술의 전파, 전통 공예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의 개발 및 전수 등을 가능하게 하였다. 미셸 L. 스테파노Michelle L. Stefano의 특별기고 「Renewing museum meanings and action with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새로운 박물관 정의와 실천, 그리고 무형문화유산에서는 ICOM의 새로운 박물관 정의에 비추어 무형문화유산을 우선순위로 하는 박물관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하여 논의한다. 저자는 새로운 박물관 정의를 주도하는 가치와 박물관 전문가들이 옹호하는 가치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핵심 개념들은 무형문화유산과 유산, 기억, 공간을 포괄하는 ‘문화’가 박물관학 움직임의 구심점임을 재차 강조한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은 박물관이 ‘다양성’, ‘포용성’, ‘공동체 참여’라는 가치에 주목할 것을 시사하며, 21세기 외부 지향적이고 능동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구됨을 암시한다.

2004년 서울 ICOM 대회 이후 국립민속박물관은 ICOM과의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서 2006년 『국제저널 무형유산』 1호를 발간하고 어느덧 17호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널을 발간하는 데 있어서 귀중한 연구 성과를 투고해준 모든 투고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1) 소멸되고 있는 우리의 문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이행에 있어서 문화유산의 보호 또는 홍보
2) 국가의 개입에 따른 문화적 영향: 20세기 중후반 중국 도자기 도시의 장인들


글 | 이성곤_민속연구과 학예연구사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