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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이 소장한 | 십장생도

십장생도十長生圖

십장생도十長生圖는 건강과 장수長壽를 염원하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상징하는 열 가지 정도의 사물을 제재題材로 구성된 그림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길상화吉祥畵 중의 하나이다. 현존하는 십장생도는 대부분 조선 후기에서 말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작자와 제작 연도는 알기가 쉽지 않다. 다만 문헌을 통해 십장생도가 고려시대부터 그려지기 시작하여 조선시대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과 같은 직업적인 화가들에 의해 꾸준히 제작됨으로써 화원풍畵員風 양식으로 발전하였을 것으로 보인다.1) 십장생도와 같은 궁중 회화의 경우 도화서의 전통에 따라 전래되는 기법과 양식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며, 이후 민간에서 그려지고 감상되어지는 그림으로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2) 십장생도에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려시대 이색李穡, 1328~1396의 <세화십장생歲畵十長生>으로 해, 구름, 물, 돌, 소나무, 대나무, 영지, 거북, 학, 사슴 등 열 가지의 장생물에 관해 각각 읊고 있는데, 그 서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리 집에는 세화십장생이 있는데, 지금이 10월인데도 아직 새 그림 같다. 병중에 원하는 것은 오래 사는 것보다 더할 것이 없으므로, 죽 내리 서술하여 예찬하는 바이다.”3)

다음으로 오래된 기록은 조선 초기 성현成俔, 1439~1504이 1502년 임금이 하사한 세화십장생에 기록한 <수사세화십장생受賜歲畫十長生>으로, 이 시에서는 해, 달, 산과 물, 대나무, 소나무, 학, 거북, 흰사슴, 지초芝草, 불로초 등 열 가지의 구성물을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해와 달은 한결같이 비추어 주고,
산과 내는 언제고 변함이 없지.
대와 솔은 눈서리를 견디어 내고,
학과 거북 장수하는 동물들이네.
흰 사슴은 어찌 그리 깨끗하던가,
지초는 잎이 더욱 기이하여라.
십장생에 깊은 뜻이 담겨 있으니,
소신 또한 크나큰 성은 입었네.
4)

두 편의 시에 나타난 십장생의 제재를 살펴보면 예로부터 장수한다고 믿어져 온 동·식물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이밖에도 문헌기록과 현존하는 십장생 관련 유물들은 시대에 따라 십장생의 제재가 추가되거나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5) 국립민속박물관에는 단 폭의 화면에 황·청·녹·적·흑·백 등의 화려한 채색彩色을 사용한 작자미상의 <십장생도十長生圖>소장번호 31254를 소장하고 있다. 세로 136㎝, 가로 56㎝의 크기로, 십장생 가운데 몇 가지의 재제만 선택하여 장생長生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그림으로, 정월 초에 새해를 축하하고 복을 받기를 기원하던 세화歲畵나 축수용祝壽用 등의 의미를 전달하는 선물로서 감상되던 그림으로 짐작되며,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십장생도>의 중앙에 커다란 노송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기암괴석, 대나무, 불로초, 사슴 2마리, 학, 구름, 해 등을 어우러지게 그려져 있으며, 여기에 나타난 동·식물의 제재에 나타난 상징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식물의 제재를 살펴보면, 화면 중앙으로 뻗어 올라간 소나무는 잎의 색이 변하지 않는 상록수로 장생하기 때문에 절개節槪, 장수, 번성 등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장생수長生樹로서의 소나무는 신선이 타고 다니는 학이 깃들어 살기 때문에 <송학도松鶴圖>로 그려지기도 하였다. 낙엽에서 죽음이 암시되는 나무와 달리 소나무는 송수천년松樹千年이라 하여 장수를 기원하거나 축하하는 회갑이나 회혼 등에 많이 그려졌으며, 정월, 새해 등을 뜻하기도 하여 세화로도 많이 그려졌다.6) 그리고 대나무는 상록수와 함께 겨울에도 살아 있는 나무로 군자君子에 비교되며 사군자의 하나로 많이 그려졌으며, 또한 ‘죽竹, Zhu’의 발음이 ‘축祝, Zhu’과 같으며, 대나무가 뿌리를 박고 있는 괴암기석은 ‘수’를 뜻하기 때문에 ‘축수祝壽’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7) 기암괴석 사이사이에 불로초不老草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선경仙境, 신선이 사는 곳의 한 곳일 것으로 보인다. 불로초는 불사不死에 이를 수 있다는 신비한 약초로 십장생의 제재로서, 다른 요소들과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표현되어지기도 한다. 다음으로, 동물의 제재를 살펴보면, 그림 하단에 그려진 사슴 두 마리는 장수와 복록福祿을 상징하는 신령한 동물로 십장생도의 필수적인 제재로서, 고개를 숙여 불로초를 물려고 하는 사슴이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1000년이 지나면 창록蒼鹿이 되고, 500년이 되면 색이 백색白色으로 변하고, 또 500년이 지나면 현록玄鹿이 된다8)하여 장생물의 제재로 선택된 듯하다.

그림의 상단 하늘을 날고 있는 백학白鶴을 그리고 있는데, 학은 천년을 장생하는 백색의 조류로 선학仙鶴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학의 제재는 신선사상神仙思想에서 비롯되었으며, 선인仙人과 융합되어 상서로운 성격을 띠게 된 것은 선인이 우화승천羽化昇天할 때 탈 것으로 매우 적절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은 온유하고 점잖게 사는 모습이 운둔생활을 하는 군자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벼슬이나 관직과 관련되어 입신출세立身出世를 상징하기도 한다.9) 마지막으로, 자연물을 살펴보면, 해와 달은 일월이 영구히 빛나듯이 인간의 생명도 그와 같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그린 것으로, 예로부터 태양은 만물 생성의 근원이라 믿었고, 장생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영생永生의 상징으로 삼았다.10) 구름은 자연현상 가운데 인간 생활과 가장 가깝다고 하겠다. 구름은 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풍년과 운을 상징하는 신비로운 존재이다. 또한 구름은 만물의 생기로서 서운관書雲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구름의 변화무쌍함과 신비로움은 신선과 결부되어 장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11)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십장생도에 표현되어지고 있는 동·식물들의 제재는 모양이나 형태 등의 형상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불로장생不老長生이라는 기복적祈福的인 길상吉祥의 의미를 담고 있어, 선물용이나 감상, 장식용으로도 많이 그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회화만큼이나 도자공예, 목공예, 자수 등 일상용품에도 즐겨 사용된 제재이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제재와 상징 속 불로장생을 희구希求하는 가장 인간적인 소망이 담긴 십장생도는 영원히 불멸하다는 신의 속성을 자연의 장생으로 상징된 것들 속에서 신과 인간, 그리고 자연이 하나로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싶다는 당시 사람들의 현세복락적現世福樂的인 인간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는 데에서 십장생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1) 유홍준, 「李奎象 <一夢稿>의 미술사적 의의」, 『미술사학』Ⅳ(미술사학연구회, 1992), p.35 재인용.
2) 박본수, 「國立中央博物館 소장 <十長生圖>」, 『미술사논단』15(한국미술연구소, 2002), p.392 참조; 「십장생도」, 『한국민속예술사전』 무용·민화편(국립민속박물관, 2016), pp.229~232 참조, 강명관, 「조선 후기 예술품 시장의 성립: 서화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문학예술의 생성 공간』(소명출판, 1999), pp.323~325 참조.
3) 『牧隱藁』, 牧隱詩藁卷之十二, 「歲畵十長生」, “吾家有歲畫十長生。今茲十月尙如新。病中所願無過長生。故歷敍以贊云。” http://db.itkc.or.kr 원문 재인용.
4) 『虛白堂集』, 「虛白堂補輯」 第五卷, <受賜歲畫十長生> “日月常臨照 山川不變移 竹松凌雪霰 龜鶴享期頤 白鹿形何潔 丹芝葉更奇 長生深有意 臣亦荷恩私” http://db.itkc.or.kr 원문 재인용.
5) 박본수, 「십장생도」, 『한국민속예술사전』 무용·민화편(국립민속박물관, 2016), pp.230~232 참조.
6) 김정은, 「<십장생도(十長生圖)>>의 상징과 생명사상」, 『한국민화』 제6호(한국민화학회, 2015), p.28 참조, 박옥련, 『한국의 십장생문』(경성대학교 출판부, 2003), pp.103~106 참조
7) 심영옥, 「십장생도에 내재된 장수길상長壽吉祥의 상징적 이미지 연구」, p.131 재인용
8) 조자룡, 『조선시대 민화』(예경산업사, 1989), p.275 참조, 『事文類聚後集』, 鹿一千年爲蒼鹿, 又百年化爲白鹿, 又五百年化爲玄鹿.
9) 윤열수, 『민화이야기』(디자인하우스, 1997), p.105.
10) 조자룡, 앞의 책, p.277 참조.
11) 조자룡, 앞의 책, p.276 참조, 김정은, 앞의 논문, pp.26~27 참조, 심영옥, 앞의 논문, pp.132~133 참조.


글 | 이경민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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