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5

“세계문화박물관의
미래를 바라보다”

글 백지영(교류홍보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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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테이블: 국립민속박물관의 세계문화박물관 체제 전환을 위한 제언

국립민속박물관은 조사, 연구, 유물 수집, 전시 등 박물관을 이루는 모든 과정에서 많은 나라와 관계를 맺고 있다.
『21세기 정치학대사전』에 따르면 국제문화교류란 넓은 의미에서 국제 이동에 따른 문화 간 관계 일반을 뜻하며, 사업(실무) 단위에서 보자면 어떤 목적을 위해 국경을 초월해 서로 다른 문화 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이어가는 것을 말한다.* 박물관에서 하는 국제 교류는 어떤 주제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나누며 각 국가 또는 기관이 마주한 과제를 살피고, 박물관의 역할과 실천 방향을 구체화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2026년 국립민속박물관은 개관 80주년을 맞아 세계문화박물관이라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당면 과제를 중심으로, 세계의 여러 전문가와 함께 박물관의 현재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그려보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 4월 23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는 국제학술대회 <세계문화박물관의 미래를 바라보다>가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세계문화박물관을 주제로 개최한 두 번째 국제학술대회이다.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비전 아래 2031년 세종 개관을 준비하며 세계 문화를 아우르는 박물관으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철학과 실천을 구체화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여섯 명의 발표자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었지만, 세계문화박물관이 가져야 할 실천 방향에 대하여 공통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정치학대사전편찬위원회, 2002, 「국제문화교류」,『21세기 정치학대사전』, 네이버 지식백과.

먼저, 세계문화박물관은 타문화를 대상화하여 재현하고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 공동체와 협의하고 참여를 이끌어내 공동 창작과 해석에 기반한 관계 중심의 박물관 철학을 가져야 한다. 박물관에서 소장품을 수집하고 전시하며,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대상에 대한 윤리의식, 주제 탐구 방향과 목적, 그에 따른 관람객 경험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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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립민속박물관 국제학술대회 포스터

박물관에서 점차 고도화되는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기술의 도입 자체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AI 알고리즘이 기존 지식과 분류체계의 편향을 재생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디지털 기술을 박물관 활동에 더 많은 사람의 접근과 참여를 유도하는 하나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 더 나아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관람객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박물관을 찾는지,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맥락과 환경 설계를 구축해야 하는지 박물관의 모든 영역에서 치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즉, 세계문화박물관의 미래는 단지 새로운 외형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이 누구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하여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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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 관계자 단체 사진

한편, 국제학술대회를 전후로 진행한 싱가포르 국립박물관과의 상호 교류 프로그램은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시간이었다. 이번 교류 프로그램은 2025년 싱가포르 국립박물관과 체결한 업무협약의 연장선상에서 성사되었다.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은 싱가포르국가유산위원회의 대표 기관이자, 1878년 설립된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이다. 통상 업무협약 체결 이후 구체적인 교류가 곧바로 가시화되기 어려운 것과 달리, 이번에는 두 기관의 관계자가 서로의 박물관을 방문하여 단기 연수를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성사되었다.
지난 4월에는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의 소장품부서 수석 매니저 섹 응 테오Sek-Eng TEO와 관람객경험부서 매니저 그리젤다 탄Griselda TAN이 한국에 왔고, 6월에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두 명의 학예연구사가 싱가포르를 찾아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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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싱가포르 국립박물관 업무협약식

싱가포르 측에서는 특히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개방형 수장고의 운영방식에 주목하여 소장품의 수집과 등록, 아카이브의 활용에 대한 것은 물론, 개방된 장소에 소장품을 전시 겸 보관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과 같은 실무적인 궁금증을 풀었다. 이외에도 우리 관 인근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여 시설을 둘러보고 관계자와 면담을 하는 등 한국과 싱가포르의 박물관 운영 사례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관은 이번 만남에서 파주 수장고의 어린이 체험실 개편을 앞두고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의 두 전문가와 함께 방문객이 어떤 경험을 안고 갈 수 있도록 공간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나눈 데 이어, 6월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리유니언 공간, 치매노인을 위한 프로그램 등의 사례를 직접 관찰하고 관계자와 만나 좀 더 상세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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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보존과학실 견학

국제학술대회와 싱가포르 국립박물관과의 교류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개최되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질문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제학술대회가 세계문화박물관의 미래를 위해 거시적 차원의 청사진을 그리는 자리였다면, 싱가포르 국립박물관과의 교류 프로그램은 실무적으로 구체적인 운영 방법을 검토하는 시간이다. 현재까지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고 있는 문제와 한계를 드러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추진하고 있는 국제 교류는 해외 관계자와의 만남 자체보다, 세계 박물관의 현장 한 가운데서 우리의 위치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 세계문화박물관으로의 체제 전환을 모색하는 현재, 국제 교류는 외부 세계와 대화하며 미래에 어떤 박물관을 구현해야 하는가라는 당면 과제를 풀기 위한 또 하나의 실천 과정이다.

민속소식 제315호  (2026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