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4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어린이날 지구 놀이터

글 이수현(박물관교육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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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지구 놀이터’ 포스터

거리마다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이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신록이 가득한 거리의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시야를 잠시 거리에서 아파트 내로 돌리니 그네와 미끄럼틀만이 자리를 차지한 놀이터가 보인다. ‘응답하라 1988’의 골목길에서 놀던 아이들은 엄마의 “밥 먹어”라는 외침에 밥을 먹으러 헤어졌다. 골목길이건 놀이터건 아이들은 놀다가 손과 얼굴에 먼지를 묻힌 채 엄마가 찾는 소리에 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놀곤 했다.

요즘 아이들은 무엇을 하면서 놀까? 우리가 놀던 놀이를 해본 적은 있을까? 혹시 우리가 하던 놀이들이 박물관에 박제된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어린이날 준비를 하다가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에 소장된 ‘어린이들의 놀이’ 그림을 만나게 되었다. 500여 년 전 플랑드르 화가 피터 브뤼헤Pieter Bruegel de Oude가 그린 그림에는 굴렁쇠 굴리기, 공기놀이, 목마 타기 등 오늘날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놀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그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어린이들이 실컷 놀 수 있는 놀이들로 구성된 어린이날을 진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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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뤼헤의 ‘어린이들의 놀이’

이번 어린이날의 컨셉인 ‘지구 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은 재료와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놀이인 세계 각국의 공기놀이, 팽이치기, 비석치기, 굴렁쇠 굴리기, 말타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이 놀았던 놀이, 다른 나라에서도 즐기는 놀이를 뛰어다니며 체험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지구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논 후 세계의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아이들은 이동했다. 국립민속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는 12개국의 대사관과 문화원이 각 나라의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중국 부스에서는 중국의 국가무형문화유산 장인이 직접 설탕으로 봉황을 만들어주고 찹쌀 반죽으로 귀여운 판다와 말을 만들었다. 일본 부스에서는 얇은 종이 뜰채로 요요풍선을 낚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고, 본관 앞마당에서는 프랑스 나무로 만든 보드게임을 하거나 헝가리와 체코의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메모리 게임을 체험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콜롬비아 부스에서 예쁜 미니 꽃다발을 만들며 즐거워했고,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스페인의 타악기를 체험하고 인도네시아 부스에서 ‘앙클룽’으로 아리랑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헝가리·페루·이탈리아 부스에서는 각각 전통 무늬를 활용한 엽서 만들기, 푸카라 황소 색칠하기, 이탈리아 건축물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었으며, 참여자들은 내년에도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박물관 내부의 한국 부스에서는 국립민속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여 꼭두와 색동 주머니를 활용하여 나만의 볼펜을 만드는 체험을 진행하였다.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특별한 공연도 펼쳐졌다. 5월 4일에는 서아프리카 공연팀인 ‘티아모뇽’이 아프리카의 정열적인 리듬을 선사하였고, 5월 5일 오전에는 ‘올라 멕시코’가 멕시코 민속춤 공연을, 오후에는 중국 어린이들이 전통 무용과 무예 시범을 보여주었다. 공연과 더불어 직접 무예 동작을 따라 하는 시간을 마련하여 태권도와는 다른 중국의 무예를 맛볼 기회도 제공하였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대한씨름협회와 협력하여 ‘한판 어린이 씨름대회’도 펼쳐졌다. 4일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5일에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씨름대회를 펼쳐 장원인 어린이에게는 트로피와 푸짐한 선물이 전달되었다. 박물관 앞마당에서는 씨름대회에 참여하지 못한 유치부 어린이들을 위한 미니 대회가 별도로 진행되었으며, 아이들은 전통 씨름을 경험하고 선물도 받으며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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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판 어린이 씨름대회

이번 어린이날은 놀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소중하게 가지고 놀았던 놀잇감과 동화책 등을 가지고 와서 서로 나누고 기부하는 뜻깊은 행사도 동시에 진행하였다. (사)아름다운가게와 함께한 이번 행사에서 참여자들은 물건을 소중하게 사용하고 함께 나누는 기쁨을 통해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경험하고 지구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어 뿌듯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부모님들은 “우리가 놀던 놀이를 중세 유럽에서도 똑같이 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동서양의 놀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공통점을 느끼는 한편,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각 문화를 존중하며 환경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민속소식 제315호  (2026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