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1
80년의 시간, 민속을 예찬하다
개관 80주년 기념 특별전 《민속예찬: 국립민속박물관 80년》
글 유민지·이란섭(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국립민속박물관은 개관 80주년을 맞아 특별전 《민속예찬: 국립민속박물관 80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시간 동안 박물관이 수행해 온 조사·연구·수집 및 전시·교육의 궤적을 돌아보며 우리 민속 문화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되었다. ‘민속예찬’이라는 제목에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민속 문화에 대한 존중과 애정, 그리고 박물관이 지나온 길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박물관이 기록해 온 시간과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삶 속에서 민속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고, 공감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시선을 담았다.
로비를 전시적 풍경으로 재구성하다
특별전 《민속예찬: 국립민속박물관 80년》은 로비를 전시 공간으로 다시 해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박물관을 찾는 모든 관람객에게 80년의 발자취를 압축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이번 전시의 성격상, 가장 많은 이들이 오가는 로비는 그 의미를 담아내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전시는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되며, 관람객은 특정한 동선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속도로 공간을 따라가게 된다. 각각의 공간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움직임과 머묾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전개로 이어진다.
한눈에 살펴보는 80년의 발자취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형 인포그래픽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이 테이블은 박물관의 80년을 한눈에 펼쳐 보여주고, 관람객은 주변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내용을 읽어 내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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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예찬: 국립민속박물관 80년》 전시장
민속 문화를 보존하고자 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여정은 1946년 개관한 국립민족박물관(관장 송석하)에서 출발한다. 국립민족박물관은 국내외 민속자료를 수집·전시하며 민족 문화를 고취하고자 했으나, 송석하 관장의 타계와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며 국립박물관에 통합·흡수되었다. 이후 1966년 국립민족박물관의 정신을 계승하고 민속 문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경복궁 수정전에 한국민속관이 개관하며 민속 전문 박물관의 명맥이 이어졌다. 특히 이 시기에 본격화된 전국 규모의 민속 조사와 혁신적인 전시 기법의 도입은 현대적 민속박물관으로 도약하는 기틀이 되었다.
1975년 한국민속박물관으로 확대 개편된 이후, 1993년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 민속 문화의 중심 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박물관의 역사와 함께, 누적 관람객 수와 소장품 수 등을 보여주는 입체 그래픽을 통해 관람객은 켜켜이 쌓인 80년의 시간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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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족박물관 1946~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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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관 1966~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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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박물관 1975~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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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1979~현재
박물관의 사명을 담은 세 점의 이정표
인포그래픽 테이블을 지나면 대표 유물 3점을 위한 독립된 전시 공간이 이어진다. 개방된 로비 속에 하나의 밀도 있는 덩어리로 구성된 이 공간은 관람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모으고, 박물관의 성립과 발전 과정을 상징하는 주요 자료와 차분히 마주하는 순간을 만든다. 국내 최초의 민속 박물관인 국립민족박물관의 ‘국립민족박물관 현판’은 1950년 국립박물관에 통합되기까지 국내외 민속품을 전시하고 현장을 조사하며 민속 문화 보존에 힘썼던 당시 기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또한 1946년 위창 오세창이 송석하 관장에게 써준 ‘박종문물博綜文物 휘호’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서고금의 문물을 널리 모아 뜻을 풀고 이치를 추구한다.’는 뜻을 담은 이 휘호는 해방 공간에서 문화적 독립을 꿈꾸었던 송석하와 국립민족박물관의 행보를 응원하는 문구인 동시에, 박물관의 근본적인 사명을 상징한다.
아울러 1966년 개관을 알린 ‘한국민속관 현판’은 국립민족박물관의 정신을 계승해 설립된 한국민속관을 대변한다. 당시 도입된 마네킹 중심의 전시 방식과 전국적인 민속 조사는 이후 민속박물관 발전의 기반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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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족박물관 현판 1940년대 후반 l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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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물 휘호 1946년 l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족박물관은 … 민족문화 및 인류학 영역에 속한 참고품을 수집·진열하여 일반 대중에게 관람케 하고 아울러 그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행한다.” – 국립민족박물관 직제 신설(194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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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속관 현판 1966년 l 국립민속박물관
일상의 기록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마지막으로 로비 안쪽에는 아카이브 열람과 참여형 콘텐츠가 결합된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관람객은 박물관이 발간한 책을 직접 열람하고, 80년의 발자취 영상과 디지털 체험 콘텐츠로 자신의 전시 경험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이 공간은 개인의 기억과 박물관의 시간을 나란히 놓고 돌아보게 하며, 박물관이 걸어온 길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나아가 ‘평범한 사람들이 일구어 온 일상을 기록하고 보존해 온 노력’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러한 축적을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탐구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갈 것이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우리 일상 속에 스며있는 민속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더 넓은 세계와 이어질 박물관의 행보에 관심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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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발자취 영상과 발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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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체험 콘텐츠 ‘오늘 민속 책장’
민속소식 제315호 (2026년 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