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염희재(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국립민속박물관은 2025년 12월 3일부터 2026년 5월 10일까지 기획전시실 1에서 <출산, 모두의 잔치>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생명의 탄생과 출산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 그리고 시대를 넘어 전승되어 온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 출산을 ‘개인의 경험’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온 문화’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한다.
출산이 공동체의 경험으로 축적되어 온 과정 조명
저출생 사회로 접어든 오늘날 한국에서 출산은 이미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았다.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다양한 정책 발표를 비롯하여 관련 강연, 토론회, 미디어 프로그램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여러 기관에서도 출산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역시 11년 전 삼대三代의 출산 이야기를 다룬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은 ‘어떤 출산 전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이어왔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민속박물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의 삶과 마음을 중심에 두고 출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였다. 이에 따라 기획 단계부터 출산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 여성들이 출산 관련 정보를 공유해 온 방식의 변화, 출산 문화가 지닌 보편성을 전시의 차별적 요소로 설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출산이 공동체의 경험으로 축적되어 온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산모수첩

임신부의 영양
마음을 모아 한 생명을 맞이하다
이번 전시는 산모와 아이뿐 아니라 출산을 함께 기다리고 응원해 온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며 백 가지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 천 명이 한 글자씩 정성을 모아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은 대표적 사례이다.
전시에 소개된 총 328건의 자료에는 출산을 직접 경험한 이들뿐 아니라 이를 곁에서 지켜온 가족과 이웃의 마음이 폭넓게 담겨 있다. 첫 손주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으로 손바느질로 포대기를 준비한 외할머니의 정성, 자녀의 성장 과정을 기록한 아버지의 육아일기, 임산부의 신호를 기다리며 밤낮없이 현장을 누비던 조산사의 출장 가방 등 50여 명의 사연이 담긴 전시 자료는 시대를 넘어 이어져 온 따뜻한 마음을 보여 준다.

자녀생장기(아빠가 쓴 육아일기)
경험을 나누며 이어온 출산의 지혜
“예전 어른들은 힘을 주다 아기가 잘 안 나오면 남편의 혁대(허리띠)를 배에 두르거나, 날계란을 삼키면 아기가 순풍 나온다고 했어”
-7남매를 낳은 80대 할머니
“임신 후 저보다 먼저 출산한 동생과 엄마, 저와 비슷한 시기에 출산하는 분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죠.”
-출산을 앞둔 30대 임신부
출산을 앞둔 사람들은 언제나 불안과 설렘 속에서 정보를 찾아 준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후기 생활 지침서에 기록된 속신과 금기에서부터, 1900년대 초 어머니가 딸에게 남긴 당부의 편지, 1950년대 정부 배포 책자, 2000년대 초 육아 서적, 그리고 오늘날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세대별 출산 정보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형식과 전달 방식은 달라졌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공통된 마음 —“아이와 산모가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관람객은 이러한 기록을 통해 처음 부모가 되는 이들의 두려움과 기대, 서로에게 의지해 지식을 나누던 과정을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된다.

애기의 병과 치료법

집안의 평화를 빌 때 쓰는 부적집. 최복만괴 편에는 난임, 난산, 젖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극복하는 부적을 적었다.
전 세계가 공유한 순산과 다산의 바람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 자손을 기원하는 바람은 지역과 시대를 초월한다. 말리 보보족의 산모 의례 가면, 인도의 순산 기원 의례 ‘발라이카푸’, 볼리비아의 파차마마 신상 등 14개 나라의 자료는 각 문화권이 산모와 아이의 건강, 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해 온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류가 공유해 온 보편적 소망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탄생 이야기’를 기록하다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는 생물학적 의미의 출산을 넘어, 입양 등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태어남의 방식’을 함께 다룬다. 전시장 내 참여 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의 출산·탄생 경험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으며, 이 기록들은 전시의 연장선으로 축적될 예정이다. 또한 출산을 앞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관람 인증 이벤트도 준비하였다. 인증사진과 전시 소감을 남기면 초음파 사진 앨범을 증정하는 행사로, 관람 경험을 보다 의미 있게 확장하고자 한다.

중국 장화 야오족 포대기

말리 보보족 가면
출산, 공동체가 이어온 문화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공동체가 함께 이루어온 돌봄의 문화를 보다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 출산은 시대와 조건이 달라져도 인간 사회를 이루는 근본적 경험이며, 공동체의 축적된 지혜와 마음이 담긴 문화적 행위이다. 《출산, 모두의 잔치》가 관람객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출산이 지닌 문화적 의미와 공동체적 가치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민속소식 제313호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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