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4

ICOM 2025 두바이 총회 기념 특별호
『국제저널 무형유산』 제20호 발간

글 공선희(민속연구과 학예연구원)

올해 『국제저널 무형유산』 20번째 학술지가 발간되었다.
『국제저널 무형유산』은 2006년 창간 이래 지난 20년 동안 무형유산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담론을 확장하는 국제적 플랫폼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학계의 폭넓은 참여와 헌신으로 『국제저널 무형유산』은 A&HCI를 비롯한 6개 학술지 색인 목록에 등재되었으며, 2023년 세계 학술지 평가 순위SJR Q1(상위 25%) 등급을 받은 권위 있는 학술지로 성장했다.이번 호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2025 두바이 총회를 기념해 특별 기획됐다. 이번 총회의 중심 의제는 ‘급변하는 공동체 속 박물관의 미래’로, 그 세부 주제는 ‘무형유산 보호, 청년 세대의 역량, 신기술의 부상’이다. 2004년 ICOM 서울 총회에서 처음 의제로 채택되었던 ‘무형유산’이 다시 국제적 논의의 중심에 오른 것이다. 2004년 ICOM 서울 총회의 논의로 탄생한 『국제저널 무형유산』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동안 박물관에서 거둔 무형유산 관련 성과를 돌아보고, 그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특별 기고를 수록했다.

이번 호에는 150여 편의 논문이 투고되어 역대 최다 투고 수를 기록했고, 이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12편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번 호에 실린 논문들은 무형유산이 경관, 공동체, 제도, 청년 활동과 상호 작용하며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의미를 형성해 가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이 외에도 박물관과 무형유산에 관한 3권의 책인 타마라 니콜리치 제리치Tamara Nikolić Đerić, 요레인 네이린크Jorijn Neyrinck, 에블린 세허르스Eveline Seghers, 에브도키아 차키리디스Evdokia Tsakiridis의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Museums and intangible cultural heritage』과 2024년에 발간된 『국제저널 무형유산』의 특별판인 아그니에슈카 파우워프스카-메인빌Agnieszka Pawłowska- Mainville의 『살아있는 유산의 문화경관Living Heritage Landscapes』과 지트카 치르클로바Jitka Cirklová, 바츨라프 리슈카Václav Liška의 『시간을 잇는 전통Traditions Through Time』의 서평을 실었다. 그리고 이번 호가 무형유산 담론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며 논문에 대한 편집위원장 로슬린 러셀Roslyn Russell의 간략한 소개를 전한다.

2004년 ICOM 서울 총회

첫 번째 특별 기고는 2024년 11월 12일 ICOM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자키 안와르 누세이베Zaki Anwar Nusseibeh의 연설문이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문화고문이자 UAE대학교 총장으로, 「급변하는 아랍에미리트의 맥락에서 무형유산과 박물관」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 문화의 이해에서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아랍에미리트 정부 및 문화 분야의 여러 활동을 개괄한다. 그리고 무형유산에 대한 글로벌한 관점으로 돌아가 세계 속에서 박물관이 직면한 과제와 미래의 기회에 대한 자신의 통찰을 제시한다.

두 번째 특별 기고는 배기동 교수의 「무형유산: ICOM 서울 2004 & ICOM 두바이 2025」로, 이는 2025년 두바이에서 열리는 ICOM 총회의 주제 ‘급변하는 공동체 속 박물관의 미래’의 세부 주제인 무형유산의 보호와 관련된다.
이 특별 기고는 2004년 ICOM 서울 총회에서 다뤄진 무형유산에 관한 논의를 재조명하고 지난 20년 동안의 주요 변화를 추적하며 박물관 분야 내에서 무형유산의 변화하는 의미와 가치를 고찰한다. 또한 『국제저널 무형유산』이 무형유산의 학문적 담론에 기여해 온 바도 함께 논의한다.

「200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의 한국 내 법적·제도적 수용」(저자 오창현)은 2003년 협약에 대응하여 2005년 이후 한국에서 이루어진 법적·제도적 변화 과정을 분석한다. 이 논문은 1962년 무형문화재 제도의 특성을 검토하고 2005년 이후 법적·제도적 변화 양상을 분석하며, 이러한 변화가 2003년 협약의 개념을 기존 무형문화재 체계와 병행하여 수용하려는 노력의 결과임을 밝힌다.
「포트 엘리엇Port Eliot 축제: 창의성의 용광로」(저자 조 부캐넌Jo Buchanan)는 영국 콘월Cornwall 지역의 유서 깊은 저택에서 매년 개최되는 현대적 축제인 포트 엘리엇을 분석한다. 유형유산과 무형유산이 융합된 이 축제는 무형유산의 표현과 공연의 통로를 마련하며, 창의적인 실천가들은 이 문화 공간에서 실험의 장을 제공한다. 저자는 축제를 고정된 유산이 아닌 사회적이며 유연하고,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역동적인 문화 공간으로 간주한다.

포트 엘리엇 축제에서 로그 시어터Rogue Theatre의 공연 모습

「멕시코 믹스킥Mixquic의 ‘죽은 자의 날’의 유산적 가치와 관광화: 지역 아동의 관점에서」(저자 드리셀다 산체스-아기레Driselda P. Sánchez-Aguirre, 에릭 올란도 히메네스 로사스Eric Orlando Jiménez Rosas, 일리아 알바라도-시조Ilia Alvarado-Sizzo, 브루나 갈린두 무리 페르난데스Bruna Galindo Moury Fernandes)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기념의식을 지역 아동의 관점에서 다룬다. 이 논문은 사회 학습 이론과 환경적 관점을 바탕으로 믹스킥 지역 아동들의 죽은 자의 날 기념의식에 대한 집단적 관점을 그림과 인터뷰 자료를 활용하여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라오스 남부 강변 공동체의 문화경관에 내재된 무형유산과 정령 정화 의식」(저자 파티폴 욕수랑Patiphol Yodsurang, 프라놈 탄수카난Pranom Tansukanan, 윗타야 두앙티마Wittaya Duangthima, 피싯 시할랏Phisith Sihalarth, 시티싸이 인시시엥마이Sithixay Insisiengmay, 우에키타 야스후미Yasufumi Uekita, 나카무라 마리Marie Nakamura, 시미즈 이쿠로Ikuro Shimizu)은 팝Pop, ປອບ이라 불리는 문화의 과정을 통해 지역 정령과 자연환경 간의 관계를 구축해온 토착 공동체의 실천을 고찰한다. 이 논문은 라오스 남부의 메콩강Mekong River 유역의 마을에서 행해지는 정화 의식인 푸아-팝Pua-Pop, ປວງປອບ에 주목하며 이 의식이 메콩강 유역 공동체 내에서 전통적인 사회 관리 체계로 정착되는 양상을 조명한다.

지역 아동들의 드로잉 유형

「도시의 기억 공간유산: 세티프Sétif의 하맘 치아브Hammam Chiab 사례 연구」(저자 모니아 부스니나Monia Bousnina)는 세티프 지역민들이 공간과 상호작용하고 인식하며 기억하는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전통 목욕탕인 하맘이 알제리에서 어떻게 물리적, 문화적 공간으로 기능하는지를 조명한다. 이 연구는 하맘이 단지 실용적 공간일 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지닌 정체성의 공간유산으로 세대 간 전승되는 관습과 전통을 통해 이어져 왔음을 밝힌다.
「마을 전통에서 홍콩의 무형유산으로: 포크풀람Pok Fu Lam 지역 불용춤의 유산화 과정」(저자 로크 인 로Lok-yin Law)은 홍콩의 포크풀람 용춤의 전통과 유산화 과정을 다룬다.
특히 이 춤이 도시화의 위협, 정부 정책,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대응하여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고찰하며, 지역 이해당사자들이 공동체 전통을 보존하고 재활성화하기 위해 무형문화유산 개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방식을 분석한다.

오션파크Ocean Park 전시를 위해 제작된 불용머리의 공연 모습

「사회적 유대 강화를 위한 토착 의식의 역할: 히다부 아보테 워레다Hidabu Abote woreda 오로모족Oromo people의 티스카Tiska 의식 사례 연구」(저자 셰멜리스 테쇼메Shemelis Teshome)는 에티오피아 오로모족의 티스카 의식의 문화적 의미와 이 의식이 공동체 내 사회적 유대 형성 및 강화에 중심적 역할을 수행함을 밝힌다.
「무형유산을 통한 동히말라야 부족 사회의 사회적 변화 이해」(저자 리민 카뭄Limin Kamum)는 히말라야 지역 갈로Galo 부족의 의식이 축제로 전환되는 사회적 변화 과정을 분석한다. 저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화적 전환을 추적하며 무형유산으로서의 모핀Mopin이 갈로 부족 문화 속에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이들의 생동하는 문화생활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모핀 제단에 포카(쌀맥주)를 올리는 여성

「무형문화유산 보호: 라오인민민주공화국의 청년 주도 실천 공동체 사례를 중심으로」(저자 사와로스 타나폰상수트Sawaros Thanapornsangsuth, 케나 리 에들러Kenna Lee Edler, 박종휘, 타카다 준이치Jun-ichi Takada)는 실천 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 CoP 내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동기를 가지고 이를 실천하는지 보여준다.

이 연구는 라오인민민주공화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지인 루앙프라방Luang Prabang에서 수행되었으며, 공동체와 청년 간의 관계가 실천 공동체로서 무형유산의 전승 및 구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례 연구로 제시한다.
「하자 레젬브그웨Hadza Lezembgwe: 칼랑가Kalanga족의 음식 관련 무형문화유산 요소에 관하여」(저자 음불리시 은들로부Mbulisi Ndlovu와 제이콥 마파라Jacob Mapara)는 칼랑가 공동체에서 하자 레젬브그웨(진주기장으로 만든 진한 죽)가 널리 선호되는 이유를 분석한다. 이 논문은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해당 공동체가 이를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보존해야 할 필요성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청년 주도 실천 공동체 코끼리 팀Elephant team
무형유산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인터뷰 장면

「콜롬비아 카리브 해의 마림바 데 피에르나marimba de pierna: 과수마guazuma나무 소리의 보존 연구」(저자 안드레아 트루히요Andrea Trujillo와 후안 디아스Juan Díaz)는 소멸 위기에 처한 전통 악기인 마림바 데 피에르나를 연구하며 그 사회적 기능, 기악학적 구조, 연주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 논문은 마림바 데 피에르나의 전통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그 보존과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터키 남동부 전통 도시 조직의 색채 매핑 연구: 하바라석havara stone을 중심으로」(저자 아닐 쉬바리아Anıl Süvaria와 감제 초반Gamze Çoban)는 해당 지역 내 역사 환경 복원
계획 과정에서 하바라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고찰한다. 하바라석은 터키 동부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특징짓는 고유한 색을 지닌 문화유산 재료이다. 저자들은 연구를 통해 컴퓨터 기반 색채 매핑 기법에 따라 통합된 색상표를 개발했다. 저자들은 지역 고유의 건축 양식과 역사적인 구조가 유지된 환경을 보존하는 데 이 색채 매핑 기법이 표준적 접근 방식으로 채택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호는 2025년 5월 31일에 발간되었으며 『국제저널 무형유산』 및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ICOM Voices’는 매년 『국제저널 무형유산』 게재 논문 중 1편을 선정하여 ICOM 누리집에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소개한다.

마림바 데 피에르나 연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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