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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K-museums 공동기획전 《산, 맥을 잇다》 개최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이하 성신여대박물관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K-museums 공동기획전 《산, 맥을 잇다》를 개최하였다. 성신여대박물관은 대학의 설립자인 고 이숙종 선생이 우리 역사와 미술품에 대한 애정으로 수집한 수백여 점의 유물을 근간으로 1966년 설립되어, 대학 및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성장해 왔다. 성신여대박물관은 2022년 K-museums 공동기획전 공모에 선정되어 민속박물관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게 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2003년 기획전 《산촌》의 재해석
산촌민의 삶을 담은 전시 《산촌》은 이번 공동기획전의 중요한 자료이다. 우리 시대 산골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에게 ‘산’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수 있는 전시였다. 이번 공동기획전에서는 ‘산’의 의미를 우리 선조들의 흔적을 통해 찾아보고자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고지도古地圖는 전통적으로 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공간 텍스트이다. 산의 연결, 즉 산맥을 통해 이어져 형성된 우리 국토 한반도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기획의도 – 모든 산이 줄지어 일어나 백두대간이 되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백두산에서 뻗어 나간 산줄기가 백두대간과 산맥을 이루어 국토의 뼈대가 되었고, 산의 기운氣脈이 뻗어가 각 군현郡縣으로 이어져 우리 생활 터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분단을 지나면서 하나로 이어오던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나뉘었고, 동시에 백두대간의 산맥체계도 단절되었다. 이번 전시는 이 땅에 살았던 선조들이 지도를 통해 우리 땅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산들이 산맥으로 이어져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 녹아 함께 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하였다. 곧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적 관계로서 그 안에 사는 우리는 역사와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바로 우리가 전통적으로 갖는 ‘산’의 의미일 것이다.

 

1부 – 백두대간, 지도 속에 깃들다
백두산에서 이어지는 산의 맥이 한반도 전체에 서로 통한다는 국토인식체계를 잘 보여주는 지도는 1861년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이다. <대동여지도> 22책을 모두 펼치면 가로 4.4m, 세로 6.6m에 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동여지도를 해발고도에 따라 5단으로 지도의 높이를 나누고, 위로 솟은 톱날 모양의 산맥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실물 크기의 설치작업이 선보였다. 또한 ‘명산’이라 칭해지는 산 중에 10개를 선정하여, 관련 고지도와 자료를 함께 소개하였다. 남한의 북한산, 오대산, 태백산, 가야산, 지리산, 한라산과 북한의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을 10대 명산으로 선정하였고, 각 산의 서로 다른 특징을 통해 다양한 ‘산’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고자 한다.

대동여지도 | 김정호| 조선 |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2부 – 우리의 삶, 산 속에 스미다
2부는 역사적으로 인간이 부여한 ‘산’의 다양한 의미와 활용에 대한 전시이다. 우선 ‘산’은 유람과 수양의 장소이다. 우리 선조들은 산을 오르는 행위를 ‘유산遊山’이라 하여 산의 장엄함을 글과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7세기에서 광복 이후까지 산을 유람한 감상글과 그림 몇 가지를 소개하였다. 또한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간 산촌민에 대한 코너도 마련하였다. 그들이 산을 일구고 산을 활용하며 살아간 삶의 흔적을 ‘산촌민의 도구’로 보여 주고자 한다. 수렵, 약초채집, 벌목, 토봉 등 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산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산은 신을 만나는 가장 가까운 장소이며, 산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다. 파계사 산령각을 재현한 전시를 통해 마을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신앙의 행위도 엿볼 수 있다.

산과 함께 살어리랏다
이 전시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그 자리에 위치한 ‘산’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산은 경관적 가치뿐 아니라 생태적, 인문적 가치가 있다. 산은 민족정기의 맥을 잇는 공간이며 수양의 장소이고 기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산’에 오를 때 ‘유산遊山’과 ‘도야陶冶’의 과정이라 생각한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이 전시에서는 주제별 전시뿐 아니라, 산과 얽힌 설화와 속담도 소개한다. 또한 키오스크를 통해 <대동여지도> 속의 산과 성신여대박물관 소장 고지도에 표현된 산을 함께 찾아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전시와 함께 하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의미와 즐거움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전시이다.

공동기획이 갖는 협업의 힘
K-museums 공동기획전은 국립민속박물관이 갖춘 풍부한 콘텐츠와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긴밀히 협업하여 새로운 전시를 창조하는 뜻깊은 사업이다. 전시 기획 단계에부터 국립민속박물관의 관장님과 학예사분들은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해 주었고, 두 기관의 학예사들은 함께 전시방법과 내용을 검토하고, 효과적인 전시기법도 개발해 나갔다. 이 사업은 성신여대박물관의 중요한 소장품을 활용해 가치 있는 전시를 선보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사립대학박물관이 자립기반을 구축하고 활발히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마련해 준 공동기획은 집단지성의 힘이 만든 협업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전경

이번 《산, 맥을 잇다》 공동전시는 2023년 1월 31일까지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방문하셔서 실제로 쉽게 볼 수 없는 실물 크기의 대동여지도와 우리나라 고지도를 함께 관람해 보시길 바란다.


글 | 조윤정_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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